매일 아침 즐거운 마음으로 블로그에 글 한 편을 올리지만, 한겨레 신문 연재 칼럼을 쓸 때는 부담감이 큽니다. 이곳 블로그에서는 자주 오시는 분들께서 올려주시는 호의적인 댓글 덕분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하는데요. 네이버 뉴스에 올라가는 칼럼의 경우, 댓글로 호된 욕을 먹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신문 칼럼을 쓸 때는 고민이 많이 됩니다. 힘든 일을 할 때, 저는 도서관 책상에 노트북을 펼쳐놓고 머리만 쥐어뜯지는 않아요. 글이 풀리지 않으면 그냥 노트북을 덮고 놀러갑니다. 아직 시간의 여유가 있으니까요. 부담감을 극복하는 첫 번째 비결은 미리미리 하는 습관일지도... ^^
얼마 전에도 주말에 도서관에서 작업하다 잘 풀리지 않아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갔어요. 가을이라 단풍도 지고, 억새도 휘날리고, 강변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절로 탄성이 나왔어요. '이것이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 행복이랴!'
문득 제가 나이 50에 자전거 나들이를 즐기는 건, 속도에 집착하지 않은 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몇 년 전, 자전거 여행 카페에서 활동했던 적이 있는데요. 동호회 라이딩에 갔더니, 다들 비싼 자전거에 고급 장비를 갖추고 선수같은 복장으로 나와서 경쟁하듯 빠른 속도로 달리더군요. 내리막에서 속도를 즐기다 멤버 한 분이 크게 다치기도 했고요. 그걸 보고 바로 접었습니다. 87년의 자전거 전국 일주가 제게 준 교훈이 있거든요. '쓸데없이 남과 경쟁하지 않는다. 나만의 속도로 즐겁게 달린다.'
혼자서 자전거 나들이갈 때, <오디언>이라는 오디오북 서비스를 듣습니다. 제게는 새로운 책을 발굴하는 창구이기도 해요. <공부머리 독서법>이나 <90년생이 온다>같은 베스트셀러를 처음 접한 곳도 <오디언>입니다. 오디오북을 들으며 페달을 밟다보면, 자전거 여행이 즐거운 독서의 시간이 됩니다. 1달에 5600원을 내면 무제한으로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어 들을수록 돈을 버는 기분입니다. 스타벅스 커피 한 잔값이면, 매일 매일 출퇴근 시간에 오디오북을 즐길 수 있어요.
얼마 전 자전거를 타다 <공병호의 무기가 되는 독서>(공병호 / 미래의 창)를 들었어요. 위징이라는 이름이 나왔어요. 박창진 사무장님의 <플라이백>에서 본 적이 있어 반가웠지요.
'위징은 군주가 지녀야 할 본연의 자세를 '십사구덕'이라 불리는 훈계로 정리해서 제시했다.
"인간은 탐욕스러운 존재다. 때로 '이것을 가지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에 사로잡힌다면 '지금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라며 탐욕스러운 자신을 경계하라"'
제 자전거는 20년이 넘은 겁니다. 새로운 장비를 사기보다, '지금 있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항상 되묻습니다. 군주가 왕업을 이루고 나면 교만해지기 쉽고 그래서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위징의 말을 듣다 문득 자전거를 멈추고 생각해봤어요. '그래서 성장보다 분배가 더 어려운 건가?'
성장은 모두가 힘을 합쳐 열심히 일하면 되는데, 분배는 가진 자가 자신의 욕망을 다스려야 가능합니다. 성장의 원동력은 욕망이에요. 가난할 때는 ‘더 많이 갖고 싶다’는 욕망이 열정을 끌어내는 추진력이 되지요. 문제는 성공을 거둔 다음입니다. 이제는 그 결실을 주위 사람들과 나눠야 하는데, 평생 욕망의 화신으로 살아온 이에게는 쉽지가 않습니다.
공동체로서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성장보다 분배가 아닐까 싶어요. 가난한 시절을 벗어나 성장을 이루었으니 이제 모두가 행복한 공동체를 위해서는 분배에 힘써야합니다. 이것이 더 어려운 과제에요. 분배를 더 잘 하기 위해 우리 자신의 욕망을 자제해야 하거든요.
자전거 타기의 즐거움, 지속가능한 즐거움, 창업보다 수성이 더 어렵다.
자전거를 타며, 오디오북을 듣다 글감이 떠올랐어요. 돌아와 초고를 썼지요. 바로 어제 한겨레 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교만을 피하는 법>
힘든 과제를 만나면, 괴롭게 붙들고 있기보다는, 잠시 쉬면서 즐거움에 집중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 여행, 자전거 타기, 영화 보기, 독서 등을 통해 답을 찾기도 하고요. 답을 얻지 못해도 그 순간 즐거웠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적어도 일하는 부담은 덜었으니까요. 힘든 일의 부담은 즐거움으로 극복하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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