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도서관에서 글쓰기 강연을 자주 합니다. <매일 아침 써봤니?> 덕분이지요. 이과 출신에 공대를 나와 영업사원으로 일했기에 어려서 글쓰기를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습니다. 글쓰기 강연을 갈 때마다 문득 겁이 납니다. 내가 뭐라고 감히 글쓰기 강의를 할까. 그래서 강의 준비하며 글쓰기 책을 또 읽습니다. 책을 읽은 독자를 만날 때, 책에 있는 이야기만 할 수는 없으니까요. 매일 꾸준히 공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책을 냈을 때, 김민식이 아니라, 그 후 공부를 더한 김민식으로 살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글쓰기의 최전선>을 쓰신 은유 작가님의 책은 글쓰기 공부에 항상 큰 도움이 됩니다.
<쓰기의 말들> (은유 / 유유)
'"마르크스는 내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마르크스를 읽으면 스스로의 문제를 자기 손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라고 우치다 타츠루는 말했다. 이 책에 나오는 문장들이 그렇다. 쓰기의 말들은 글쓰기에서 닥친 문제를 바로 해결해 주지는 않지만 도망갈 곳이 없음을, 자기 손으로 써야 한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속삭인다.'
(위의 책, 17쪽)
글쓰기가 그래요. 쓰지 않고는 알 수가 없어요. 다만 아무것도 쓸 수 없을 때가 있지요.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를 때, 저는 글쓰기 선생님의 책을 읽습니다. 책에서 동기 부여를 얻어요. 최근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까지 낸 후, 아빠로서 숙제를 마친 기분입니다. 저의 책 3권은 아이들에게 제가 해 주고싶은 말이거든요. 아이들이 글쓰기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에 투신할 최소 시간 확보하기. 글을 쓰고 싶다는 이들에게 일상의 구조 조정을 권한다. 회사 다니면서 돈도 벌고 친구 만나서 술도 마시고 드라마도 보고 잠도 푹 자고 글도 쓰기는 웬만해선 어렵다. 쥐고 있는 것을 놓아야 그 손으로 다른 것을 잡을 수 있다.'
(39쪽)
시간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내 삶에서 시간을 많이 소모하는 일을 줄이는 것입니다. 글을 잘 쓰려면, 자꾸 고쳐 써야 한다고 말하는데요. 그런 점에서 이태준 작가님의 말씀이 귀를 울립니다.
'있어도 괜찮을 말을 두는 너그러움보다, 없어도 좋을 말을 기어이 찾아내어 없애는 신경질이 글쓰기에선 미덕이 된다.'
-이태준
(66쪽)
요즘 한겨레 신문에 투고할 칼럼을 쓸 때, 초고는 넉넉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놓습니다. 블로그에 쓰는 글의 분량이 200자 원고지 15매 정도 됩니다. 한겨레 지면에 싣는 글은 9.6매에요. 3분의 1을 쳐냅니다. 때로는 너무 날려서 7매가 되기도 합니다. 그럼 다시 수정하며 살을 붙이기도 해요. 초고는 넉넉하게, 수정고는 박하게. 이게 글을 쉽게 쓰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쁜 글이란 무엇을 썼는지 알 수 없는 글, 알 수는 있어도 재미가 없는 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을 그대로만 쓴 글, 자기 생각은 없고 남의 생각이나 행동을 흉내 낸 글, 마음에도 없는 것을 쓴 글, 꼭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도록 쓴 글, 읽어서 얻을 만한 내용이 없는 글, 곧 가치가 없는 글, 재주 있게 멋지게 썼구나 싶은데 마음에 느껴지는 것이 없는 글이다.'
'나쁜 글이란 무엇을 썼는지 알 수 없는 글, 알 수는 있어도 재미가 없는 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을 그대로만 쓴 글, 자기 생각은 없고 남의 생각이나 행동을 흉내 낸 글, 마음에도 없는 것을 쓴 글, 꼭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도록 쓴 글, 읽어서 얻을 만한 내용이 없는 글, 곧 가치가 없는 글, 재주 있게 멋지게 썼구나 싶은데 마음에 느껴지는 것이 없는 글이다.'
-이 오덕
(126쪽)
어린이문학가이자 교사였던 이오덕 선생님의 글입니다. 도서관에서 영어 공부도 하고, 연출 공부도 하고, 글쓰기 공부도 하지만, 글쓰기 공부가 제일 쉬워요. 책을 쓰는 작가들이, 자신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니까요.
얇고 가벼워 전주 여행길에 동반자로 데려간 책인데요. 책에 나오는 글은 한없이 깊고도 무겁네요. 어떻게 글을 쓸 것인가, 많은 깨달음을 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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