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에 해당되는 글 8건

  1. 2019.07.08 장강명 작가의 신작, <산 자들> (9)
  2. 2019.01.17 출판도 협업이다 (8)
  3. 2018.12.05 과거 제도의 3가지 폐해 (5)
  4. 2018.11.30 좌절의 시스템, 공채 (9)
  5. 2018.03.09 사랑하는 뮤즈부터 구하자 (18)
  6. 2018.03.06 이토록 로맨틱한 여행기 (11)
  7. 2017.04.06 장강명이 좋아서 (7)
  8. 2016.01.09 2016-5 한국이 싫어서 (8)

저는 장강명 작가님의 오랜 팬입니다. 작가님이 6월 2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어요. 

책 두 권을 동시에 냈습니다. ^^
민음사에서 나온 《산 자들》은 ‘2010년대 한국의 먹고사는 문제’를 주제로 한 연작소설집입니다. 해고, 구조조정, 파업, 자영업, 재건축, 면접, 취업준비, 혁신, 디지털경제, 내부고발 등등을 소재로 한 단편소설 10편을 실었습니다. 취재를 바탕으로, 최대한 현실적으로 썼습니다.

아작에서 나온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에는 SF 중단편 10편을 실었습니다. 기술이 사람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주로 다뤄봤어요. 저는 〈알래스카의 아이히만〉과 〈데이터 시대의 사랑〉이 마음에 드네요. 특히 〈데이터 시대의 사랑〉은 아내가 재미있다고 칭찬해줬습니다.

두 책 모두 소설이 10편씩 실려 있고, 380여 쪽으로 분량도 비슷하네요. 이란성 쌍둥이를 낳은 기분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 반가운 소식에 두 권을 주문하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댓글에 작가님이 '좋아요'를 눌러주셨어요. 이 맛에 저는 작가 덕질을 합니다. 작가와 직접 소통하는 맛. 내가 조선시대에 살면서 문인을 좋아했다면 그를 직접 만나거나 서로 기별하기 참 어려웠을 겁니다. 너무 오래전 사람이거나(공자, 주자), 너무 먼 곳에 사는 사람이겠지요. (소동파, 이태백) 요즘은 소셜미디어 덕분에 작가와 직접 소통하고 저자 강연을 찾아가면 만날 수도 있어요. 작가 덕질하기 이렇게 편한 시절도 없어요. 

덕질을 할 때 보람은 내가 좋아하는 창작자가 부지런하게 새 작품을 낼 때 옵니다. 부지런한 장강명 작가님, 이번에는 2권의 책을 동시에 내셨군요. 오늘은 먼저 <산 자들> (장강명 / 민음사) 이야기부터 할게요.

이 책은 우리 시대, 일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먹고 사는 일이 누구나 쉽지 않지요. 열 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요. 3개의 파트로 나뉘어있어요. 1부, '자르기', 2부, '싸우기' 3부 '버티기'  

1부 첫 번째 수록작은 <알바생 자르기>인데요. 비정규직 직원을 자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느 정직원의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를 따라 가다보면, 주인공의 입장에 이입하게 되고요. 소설 막바지에 서늘해집니다.

 
두 번째 수록작은 <대기발령>입니다. 제목부터 팍 와 닿습니다. 제가 MBC 징계 그랜드슬램 달성자거든요. 대기발령, 교육발령, 정직 6개월. 어느날 대기발령이 났다기에 저게 뭐야? 했지요. 책에는 구조조정을 앞두고 특정 부서의 사람들을 대기발령한 장면이 나옵니다.   

‘지연은 아는 노무사에게 전화를 걸어 대기발령 상황에 대해 물었다고 했다.
“대기발령은 회사의 정식 인사 조치에 해당한대요. 직원이 동의하지 않아도 할 수 있고, 벽만 보고 앉아 있게 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대요.”
“자기들도 다 알아보고 법적으로 문제 없을 조치를 했겠죠.”
“대신에 직원이 버티면 회사도 자를 수는 없대. 그러면 부당 해고가 된대.”
“그러면 버티면 되는 건가?”
“그거 쉽지 않대. 노무사가 하는 말이, 대기발령 한 달은 고사하고 일주일을 버티는 사람도 별로 없대.”

(57쪽)
  
제 전임 노조부위원장이 있는데요. 그도 똑같이 대기발령이며 정직이며 부당전보에 시달렸어요. 예능 피디인 그 선배는 제작부서에서 쫓겨나자 결국 사표를 쓰고 나갔어요. 피디는 나가서도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고민에 빠졌어요. 내 발로 나가기는 싫었거든요. 그렇다고 바로 싸우지도 않았어요. 저들에게 해고나 징계의 빌미를 주기도 싫어요. 그래서 그냥 즐겁게 지냈어요. 출근길에 책을 읽고 새벽에 일어나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언젠가 작가가 되는 꿈을 키웠지요. 역시 잘 사는 게 그냥 복수입니다. ^^


2부 '싸우기'의 첫 편인 <현수동 빵집 삼국지>에는 빵집을 운영하는 세 가족이 나옵니다.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하는 모녀가 있어요. 근처 대형 마트 입구에도 자체 빵집이 있는데, 마트가 쉬는 날이면 매출이 30만 원씩 올랐대요. 마트가 리뉴얼하면서 빵집을 없애자 딸이 어머니에게 그러지요. “이제 우리 월 900씩 더 들어오겠네.”
매상이 느는 대신 경쟁이 늘어납니다. 제빵 경력 40년차 70대 노인이 옆에 골목 빵집을 냅니다. 대기업 임원으로 퇴직한 남자와 아내가 새로 생긴 프랜차이즈 빵집을 열고요. 그집 딸은 공무원 시험 준비하다 갑자기 빵집에 나와 가게 일을 돕게 되지요. 자영업자의 현실을 거의 봉준호 감독 디테일 따라잡을 기세로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저는 영화 <기생충>을 보고 아내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저 집 아이들만 살 궁리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아이들이 얻은 일자리가 참 좋았잖아요. 굳이 아빠 엄마까지 그 집에 들어갈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했요. 그런데 <산 자들>을 읽으며 깨달았어요. 그 또한 배부른 소리라는 걸. 죽기 살기로 아등바등 살 때는요. 기회가 오면 뭐라도 해야 하더라고요. 3개의 빵집이 하나의 상권을 놓고 싸우는 데, 셋 중 1등이 되면 된다는 각오로 밤늦게까지 영업을 합니다. 다른 빵집이 망할 때까지 버틴다는 각오로요. 출혈 경쟁을 하고, 문도 새벽같이 열고, 밤 늦게까지 가게를 지킵니다. 가족들이 잠도 못 자고 고생이 막심한데요. 어느날 깨달아요. 셋이서만 하는 경쟁이 아니라는 걸. 아침에 근처 전철역 앞에 다마스 타고 와서 1000원짜리 샌드위치 파는 부부도 생기고요. 바퀴 달린 장바구니에 김밥 담아 와서 파는 아주머니도 있고요. 생과일 주스 전문점에서 베이글을 팔고요. 편의점에서도 메론빵이랑 타르트를 팔아요. 빵집의 딸이 다른 집 딸을 찾아가 말합니다. 서로 합의해서 월수금 화목토 나눠서 저녁에 일찍 문을 닫고 쉴 시간을 확보하자고요.

“제가 보니까 답이 없더라고요, 이건. 손바닥만 한 아파트 단지 주민들 노리고 이 골목에 너도 나도 들어와서 건물주들이랑 간판업자들 배만 불려 주다가 열에 아홉은 만신창이가 돼서 나가는 거예요. 밤에 몇 시까지 문을 열어 놓는다고 크게 달라질 게 없어요.”
“그 열에 아홉이 아니라 남은 하나가 되어 보겠다고 이렇게 애를 쓰는 거 아닌가요.”
“그게 정말 우리 손에 달린 일 맞아요? 전 잘 모르겠어요. 이건 저희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의 문제가 아닌 거 같아요. 저희 집이나 이 집이나 장사 잘되면 어떻게 될 거 같으세요? 그러면 여기 장사 잘되는 곳이구나, 하고 옆에 빵집 또 생겨요. 틀림없어요. 저는 가게 망할지 안 망할지는 그냥 다 운인 거 같고요, 가게 문을 몇 시에 닫느냐, 그래서 하루에 몇 시간을 자느냐, 이건 저희가 정할 수 있는 문제 같아요.”

(149쪽)

드라마 피디로 일하면서 제가 가장 고민하는 대목이에요. 밤샘 촬영이 많고, 과로사가 빈번한 현장이에요. 내 눈에 보이지 않는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기 위해, 내 앞에 있는 스태프들에게 과다 노동을 주문해야 할까, 이 문제가 참 어렵습니다.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산업의 논리보다, 내가 바꿀 수 있는 지점은 무엇일지 고민합니다. 
 
우리 시대, 일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서로의 노동을 이해하고 존중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작가의 말에서 장강명 작가는 ‘공감 없는 이해는 자주 잔인해지고, 이해가 결여된 공감은 종종 공허해진다'고 해요. 깊이 와닿는 말씀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서로의 삶에 공감과 이해를 더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Posted by 김민식p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보리랑 2019.07.08 06: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과 함께 하는 스탭분들이, 과로로 인한 피로는 같을지라도 '일이 힘드나? 사람이 힘들지!' 라는 말이 있듯이, 훨씬 일하기 나으실거예요.

    공감 없는 이해의 말씀 죄송합니다. 대기발령은 보통 경쟁에서 탈락한 무능력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어져 못견딘다 싶어요. 피디님은 무능력이 아닌 정의감에 대한 징계라 버티기 조금 나았던. 죄송~

  2. 꿈트리숲 2019.07.08 06: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감없는 이해와 이해가 결여된 공감!!
    책을 보진 않았지만 저도 이말이 마음에
    깊이 와닿네요.
    워낙 제대로 된 공감이 없어서 그런가
    여기저기 공감을 외치고 있는데, 진짜
    공감은 이해가 바탕이 되지 않고선
    어렵다 싶어요. 역지사지가 안되는데
    이해가 어떻게 될 것이며 상생은 먼 나라
    얘기겠지요.

    소설을 쓰는 작가분들은 공감을 마음먹고
    이해를 하고, 이해의 자세로 공감을 하는
    분 같습니다. 독자들의 폭풍 감동을 불러
    오니까요. 제목만 봐서는 전 <알래스카의
    아이히만> 재밌을 것 같아요.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3. vivaZzeany 2019.07.08 07: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 자들"에 해당하는 미해결 과제가 떠오릅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습니다! ^^
    업무를 해야 해서요..ㅜㅜ

    먹고 사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다면!
    행복한 일을 하는데, 그게 먹고 사는 문제까지 해결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며 오늘 하루도 신나게 보내겠습니다!

    월요일 아침이라 바삐 지나갑니다,PD님. 행복한 하루 되세요~

  4. 아리아리짱 2019.07.08 07: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PD님 아리아리!

    장강명 작가님 의 취재를 바탕으로한 생생한 현실감있는
    새로운 작품 기대 됩니다.
    빵 집 생태계를 보면서 현실의 삶이 녹록치 않음을
    공감합니다.
    공감지수 높은 장강명 작가님의 신작 읽어봐야겠어요. ^^

  5. 2019.07.08 08: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책을 추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6. 세라피나장 2019.07.08 16: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5년만에 신혼여행이라는 에세이
    장강명
    이름석자 알게 해준
    김민식 pd님 덕분에

    도서관으로
    중고서점으로

    감히 검색해 보고 싶은 작가 군단에 등극


    김민식
    유시민
    조국
    강원국 등

    블로그
    열심 들여다 본 만큼
    그 시간 만큼

    좋아하는 작가분들이
    하나둘씩 고개를 들고

    샘솟듯 올라옴
    신기한 일상의 발견임다...

    항상..감사한 맘으로...

  7. 오달자 2019.07.08 23: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홍대 경의선 책거리에서 장강명 작가와의 북토크쇼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김민식피디님으로인해 알게 되어 댓글부대.5 년만의 신혼여행 을 단숨애ㅣ 읽어내려갔네요.
    새로운 신작 <산자들>
    기대됩니다.~~^^

  8. 섭섭이짱 2019.07.09 01: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저도 두권 다 샀어요.. 히히히
    두 권중 어떤 책을 먼저 읽지 고민했는데
    오늘 피디님 서평도 그렇고 장작가님 인터뷰 기사를 읽으니
    《산 자들》 부터 먼저 읽는걸로....

    피디님 다음에 쓰실거라 예상중인...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 서평도 기다리겠습니다.


    p.s ) 장강명 작가가 신문과 방송으로 인터뷰한
    기사도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같이 함 읽어보세요.

    https://www.ytn.co.kr/_ln/0106_201907081026596460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7031790030627

  9. 봄처녀 2019.07.10 15: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책 소개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어떤 사람을 좋아할 때는, 그 사람의 열정에 반했을 때입니다. 장강명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성실함 때문이에요. 소설 창작을 대하는 그의 자세는 마치 노동 화가 반 고흐 같아요. 매일 꾸준히 읽고 글을 씁니다. 특히 그는 독자에 대해서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아요. <당선, 합격, 계급>을 읽으며 놀란 대목이 있어요. 

2016년~2017년 나는 독자와의 만남 행사를 할 때마다 설문지를 돌렸다. 소설을 고를 때 각 요소들에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0~10점으로 표시해 달라는 내용의 설문이었다. (중략)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일반 독자들이 소설을 고를 때 영향을 받는 요소 (점수를 많이 받은 순서대로)

1. 이야기의 소재

2. 제목

3. 친구나 지인의 평가

4. 표지 디자인

5. 작가의 대표작

6. 작가의 인지도

7. 작품이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사실

8. 작가가 바로 직전에 쓴 작품

9. 서가나 매대에 자리한 위치

10. 책에 함께 실린 문학평론가의 해설

(후략)  

(<당선, 합격, 계급> 344쪽)


작가가 직접 여론 조사까지 하며 소비자 동향을 살피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소설을 고를 때 영향을 받는 요소에서 제 눈길을 끈 건 제목, 표지 디자인, 매대 위치였어요. 이건 작가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모두 출판사의 공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처음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라는 제목을 출판사에서 제안했을 때, 약간 걱정이 됐어요. '음... 반말이네? 제목을 보고 반감을 사면 어떡하지? 영어책 한 권 읽어본 적도 없다, 어쩔래? 하고 시비걸면 어떡하지?' 

책 출판에 대한 책을 많이 읽었는데요. 책의 제목과 디자인, 마케팅은 전문가인 출판사의 의견을 따르는 게 좋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제목도 좋다고 했어요. 그 다음 책의 디자인을 봤을 때도 내심 실망했어요. 저자인 제 이름보다 추천사를 써준 김태호 피디의 이름이 더 크게 나왔더라고요. ㅠㅠ^^ 심지어 인터넷 리뷰에는 김태호 피디가 쓴 책인줄 알고 샀다는 글도 있고... ㅋㅋㅋ 그래도 편집자님에게는 '디자인 좋은데요? 고맙습니다!' 하고 메일을 보냈어요. 

책이 매장에 깔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 교보 문고에 갔을 때는 책을 찾지 못해 당황했어요. 영어 학습서 분야를 뒤졌거든요. 책은 엉뚱하게 자기계발서 분야에 비치되어 있더라고요. 책의 제목, 표지, 매대 위치, 무엇하나 저자인 제 뜻대로 된 건 없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책이 잘 됐다고 생각합니다. 출판과 책 마케팅에 있어서는 편집자가 전문가이니 무조건 전문가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평소 저의 드라마 연출론입니다. 감독은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는 사람이다. 대본에 대해서는 작가의 의견을, 연기에 대해서는 배우의 의견을, 앵글에 대해서는 카메라 감독의 의견을 존중합니다. 드라마 피디로 제가 먹고 사는 건 저보다 잘 난 사람을 주위에 모으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덕이지요.  

수많은 전문가들의 협업으로 이뤄지는 드라마와 달리, 책은 저의 색깔을 온전히 드러내는 작업이라 생각하고 책을 썼는데요. 이것도 협업이더군요. 출판 전문가인 편집자들과의 협업으로 책을 만들고요. 궁극의 협업은 독자들과의 협력입니다. 독자들이 무엇을 좋아하는가를 아는 게 가장 중요하고, 독자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작가의 일입니다.

설문조사의 결과, 독자가 책을 고를 때 '전문가'의 의견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는 대목에서 장강명 작가는 놀라요. 타인의 의견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친구나 지인의 평가지요. 왜 전문가들의 추천은 외면을 받는 걸까요?


나 역시 언론이나 서점 등에서 소설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다. 그럴 때면 다른 작가나 명사들이 같은 코너에서 어떤 책을 추천했는지도 살피게 된다. 솔직히 말하면, 거기에서 '아, 이 책 읽어 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든 때보다는 '아, 저 사람이 자기 취향 고상하다고 자랑하고 싶었구나.'라고 느낀 적이 더 잦았다. 

(위의 책 345쪽)


서평을 쓰면서 가끔 하는 고민이에요. 저의 취향을 자랑하기 위해, 재미없는 책을 억지로 읽지는 말자고요. 재미없는 책을 읽기도 힘들고, 리뷰를 쓰는 건 더 힘들거든요. 책읽기와 글쓰기의 즐거움을 온전히 보존하는 것이 최대 목표입니다. 더 잘 쓰고 싶은데 쉽지는 않지요.

한국의 서평 문화가 척박한 이유에 대해 밀리의 서재 서영택 대표는 장강명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전문 서평가든 블로거든 서평을 써서는 먹고살 수가 없죠. 그게 가장 큰 문제라고 봐요."

서영택 대표는 파워블로거의 글이 부실한 것은 글을 열심히 써봤자 경제적인 보상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평론가의 글이 어려운 것은 그 경제적인 보상을 출판사가 주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만약 블로거들이 다른 독자를 통해 직접 돈을 벌 수 있게 된다면 더 공들여 서평을 쓰게 되지 않을까? 평론가들은 작가나 다른 평론가가 아니라 일반 독자의 관점을 고려하게 되지 않을까?

(위의 책 377쪽)


블로그에 서평을 연재하는 이로서, 고민하게 하는 글이었어요. 경제적 보상과 관계없이 즐거움에 집중하고 싶어요.  독자와의 만남 행사 때마다 설문조사를 했다는 장강명 작가 이야기가 놀라웠어요. 독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책을 고르는지 꾸준히 공부하는 작가의 자세. 배우고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블로그에 댓글을 달아주시고, 좋아요를 눌러 꾸준히 반응해주시는 블로그 독자 여러분도 제게는 은인입니다. 여러분의 댓글과 반응에서 또 배웁니다. 고맙습니다!



'공짜 PD 스쿨 > 짠돌이 독서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8 독서일기 총정리  (24) 2019.01.23
책 쓰는 한의사  (21) 2019.01.21
출판도 협업이다  (8) 2019.01.17
딸이 최고라고요?  (14) 2019.01.16
잘 늙고 싶은 소망  (18) 2019.01.15
굽시니스트의 진정한 포텐  (10) 2019.01.14
Posted by 김민식p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오또기 쭘마 2019.01.17 08: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의 완성된 모습에
    그런 이유들이 있었군요. 출판사가 그런 세세한 면까지
    관여하는줄 이제야 알았네요.ㅎㅎ

    피디님께서 즐거워하시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읽어주시는 책들은 진심이 되어 전달되니 저 또한 감사드립니다.

  2. 꿈트리숲 2019.01.17 09: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출판사 에디터가 알려주는 책쓰기 기술>을
    읽지 않았더라면 책은 온전히 작가의 역량이라
    생각했을거에요. 책은 작가, 출판사, 그리고 독자의
    협업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각자 3할의 역할을
    투입하고 나머지 1할은 타이밍과 운에 맡기는거죠.^^

    피디님은 블로그 누적 발행 글 수가 어마어마 하다보니
    댓글만 모아도 족히 책 한권은 될 것 같아요. 출판사가
    관심있어 할지 모르겠지만. . . 독자들의 설문 1위인
    '이야기의 소재' 면에서 신선하지 않나요?ㅎㅎㅋㅋ

    오늘 태그를 보니 장강명 작가님은 글 쓰는 맛이 날 것 같네요.~~

  3. 섭섭이짱 2019.01.17 09: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전문 서평가든 블로거든 서평을 써서는
    먹고살 수가 없죠. 그게 가장 큰 문제라고 봐요."

    음... 이 문제가 결국 국내 출판시장이 작아서
    그런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거기에 독서 인구도 매년 줄고 있다고 하고....
    그러니 자연스럽게 서평가들이 돈 벌 수 있는
    환경이 적어지는게 원인이 아닐까라는.....

    그래도 요즘 보면 유투브에서 책 서평하는 사람은
    꾸준이 느는거 같아요.. 블로그 보다는 유투브가
    좀 더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거 같긴 하더라고요.
    이 기회에 피디님도 유투브에 ^^

    하여간 장강명 작가도 그렇고
    피디님도 독자를 위해 꾸준히
    공부하시는거 유익한 책들
    내주신거에 감사드려요. ^^

  4. 아리아리짱 2019.01.17 09: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pd님 아리아리!
    피디님 통해 장강명 작가님을 알게 되었어요!
    피디님 블로그를 통해 독자들은 행복한 영향을 받아 삶의 변화를 가져오고, 그 댓글들에 또 피디님이 에너지 충전이 되신다니 서로 상생하는 공동체가 되는군요! 함께함이 늘 감사합니다.^^

  5. 샘이깊은물 2019.01.17 09: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에는 책에 관심은 많았지만 ‘읽어야 되는’ 책에 대한 부담이 마음 한구석에 있어서 독서를 진심으로 즐기며 하는 순간이 적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육아휴직을 하면서 하루에 잠깐씩 생기는 귀하디 귀한 저만의 시간에 제가 ‘읽고 싶은’ 책을 펼쳐 들어 야금야금 읽다보니, 독서의 재미가 아주 꿀맛입니다. 꾸준히 지속시키고, 조금씩 더 자라나게 하는 동력 중에 즐거움과 재미가 빠질 수 없습니다용^^
    뱉어내지 않을 수 없어서 적어두는 단상이나 영감, 일기 역시 의무가 아니기에 계속 할 수 있는 것이고요.

  6. 안천사 2019.01.17 11: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장강명 작가님의 글에 계속 빠지져서 머무시고 계시네요. 덕분에 저도 좀더 장작가님에 대해 알아가고 있어요. 출판도 협업이지만 블로그도 협업인거 같아요.
    매일 읽고 싶은 글 써주시고 여러분이 댓글 남겨주시니 블로그가 항상 숨쉬며 살아 있는 듯 느껴지네요. 오늘도 즐겁게^^

  7. 성인 2019.01.17 13: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책을 이어주는 일로 밥벌이를 하는데 사람도 책도 들여다 볼 여력이 없습니다.
    그래도 업무환경(!)이 이렇다보니 책을 볼 기회가 있는 부분에 늘 감사할 뿐입니다.

    작가와의 만남에서 설문지를 돌려 독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장강명 작가님의 태도를 배우게 됩니다.
    늘 꾸준히 쓰고 읽는 김민식 작가님의 글을 보며 늘 다짐만 하고 있습니다.

    글이 꼭 저한테 말을 건네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갈수록 조직에서 고립되어 갑니다. 소통의 부재로 정신건강이 염려될수록 글에 의지하게 됩니다.
    늘 도움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8. littletree 2019.01.17 16: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오늘 마침 이 책을 다 읽었어요! 저는 사실 소설 공모전이나 출판 등등에 관심이 없었는데, 피디님의 소개에 이끌려 읽게 됐어요. 실질적인 조사결과와 냉철한 시각에 어느새 설득 당하기도 하고 르포인데도 어떤 대목에서는 큭큭 웃기까지 했어요. '독서공동체'를 제안하는 대목에서 피디님의 블로그가 바로 떠오르더라구요. 순수한 열정으로, 공짜로 진정성 있는 서평을 올려주시는 피디님과 그에 대해 댓글로 소통하는 분들. 그안에 함께할 수 있어서 은근 뿌듯함까지 느꼈어요^^*

저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장르를 안 가리고 다 봅니다. 헐리웃 블록버스터, 유럽의 예술 영화, 다 봅니다. 일본의 공포 영화나 태국의 액션물도 봐요. 가리지 않고 다 보니, 중요한 건 선택이지요.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라, 예전엔 영화 잡지를 꼬박꼬박 챙겨봤어요. 영화평론가들의 별점을 보고 영화를 골랐거든요. 요즘은 영화를 보기 전에 예매 순위를 먼저 봅니다. 전문가들이 골라주는 영화보다, 대중의 취향이 저랑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법관들이 내놓는 판결이 시민들의 법정서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신문에 실린 기사보다 독자들이 달아놓은 댓글이 더 명쾌할 때가 있어요. 사법고시며 언론고시라는, 어려운 관문을 통과했다는 이들의 수준은 왜 점점 내려갈까요? 개인이 아니라 조직의 일부가 되고 권력의 일부가 되는 순간, 그들의 감각은 부패하기 시작하는 걸까요? 나만 불편한가요?

'문학상과 공채는 어떻게 좌절의 시스템이 되었나?' 라는 질문을 던지는 <당선, 합격, 계급> (장강명 / 민음사)에 보면 작가는 '조선 시대 과거 제도의 3가지 폐해'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첫째, 사회적 낭비가 심했다. 조선 시대 문과 급제자의 나이는 평균 36.4세였다. 10대 중반부터 공부를 시작했다고 쳐서, 합격하는 데 20년이 걸린 셈이다. 60대, 70대까지 시험을 준비하는 장수생도 있었고,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시험을 치기도 했다. 

문과 시험을 치는 사람이 정조 때에 이르면 10만 명이 넘었다. 19세기 후반에는 응시자가 20만 명을 넘었다. 최종 합격자는 한 해 서른 명 남짓이었다. 청년 수십 만 명이 한창 일할 나이에 수십 년 동안 공부에만 매달렸다. 실생활에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유교 경전 공부였다. 그걸 외국어 원전으로 공부해서 외국어로 답안을 쓰는 훈련만 주야장천 받았다.

둘째, 정작 필요한 인재는 뽑지 못했다. 최종 합격자들이 과연 관료로서 유능한 인재들이었을까? 좋은 성적을 받아 높은 자리에 임명되는 사람일수록 암기력과 논리력, 그리고 중국어 독해와 작문 실력이 뛰어나기는 했다. 그러나 그들은 과학기술이나 경제, 민생은커녕, 그 시대 국제 정세에 대해서도, 행정에 대해서도, 군사에 대해서도 무지했다. 사회생활을 오래 했다거나 처세에 능한 사람도 아니었다. 

그들은 현실을 몰랐고, 현실을 제대로 살피는 능력도 키우지 못한 인간들이었다. 그러니 사라진 명나라를 섬기기 위해 초강대국 청나라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자는 따위 헛소리를 진지하게 펼칠 수 있었을 것이다. (중략)

셋째, 과거제도는 사회의 창조적 역동성을 막았다. 이 제도는 블랙홀처럼 온 나라의 젊음과 재능을 빨아들였다. 철저한 계급사회에서, 시험만 잘 치면 순식간에 기득권 핵심부에 들어설 수 있다는 약속만큼 달콤한 것도 없다. 유능한 청년들이 자기 주변에 있는 중소 규모의 지적, 산업적 프로젝트에서 관심을 거두고 중앙에서 실시하는 시험을 통과하는 데 모든 힘을 쏟았다.

합격자들은 그 질서의 가장 열렬한 수호자가 되었다. 고작 생원이나 진사 정도의 자격증을 얻은 이조차 그랬다. 나중에 사람들은 고위 관료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원과 진사가 되기 위해, 봉건 질서에서 자기 신분을 겨우 한두 칸 더 끌어올리기 위해 모두 같은 방향으로 노력했다. 입신양명, 출세라는 가치가 삶의 목표가 되었다. 

(<당선, 합격, 계급> 99쪽)


어쩌다 기자가 기레기라고 욕을 먹고, 검찰이 검새라 불리게 되었을까요? 대학 시절, 법과 정의를 논하고,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기위해 언론이나 법조계에 투신하겠노라 결심한 이들이 조직의 구성원이 되는 순간, 가장 보수적인 체제의 수호자가 됩니다. 법관이 법을 농락하고, 기자가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광경은 그래서 생기죠. 

저는 언론사 입사 시험을 언론고시라고 부르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그렇게 부르는 순간, 그 구성원들은 자신이 새로운 권력을 얻은 사람이라 생각하거든요. 권력은 부패하기 쉽습니다. 아래를 보기보다 위를 보고, 경영진의 눈치를 보고, 경영진은 권력의 눈치를 보죠. 끊임없는 자기 반성과 자기 검열이 없다면 부패를 막기는 쉽지 않아요.

스스로 반성하지 않는 권력을 향해 촛불의 대중들은 분노했어요. 촛불 집회 현장에서 터져나오는 언론에 대한 야유와 분노는 반성하지 않는 집단을 향한 반성의 촉구입니다.

기자 지망생들을 상대로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기를 쓰고 그 안에 들어가려고 노력 할 게 아니라, 바깥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라고. 기자가 아니라도 블로그로 글을 쓸 수 있고, 피디가 아니라도 유튜브로 영상을 만들 수 있으니, 일단 콘텐츠를 만드는 연습을 해보라고요. 

조직을 바꾸겠노라 다짐하고 들어간 이들이 조직과 함께 부패하는 걸 보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조직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좌절하지 말고, 바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찾아봤으면 좋겠어요. 

기존 시스템이 적폐로 불리는 시절입니다. 공채에 대한 환상은 깼으면 좋겠어요. 장강명 작가가 지적한 것처럼 사회적 낭비가 심하고요, 필요한 인재를 뽑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무엇보다 사회의 창의성을 가로막거든요. 매스미디어의 시대가 저물고 있어요. 이제는 소셜 미디어의 시대입니다. 거대한 네트워크를 가진 조직보다, 콘텐츠를 지닌 개인의 힘이 더 강해지는 시대가 옵니다. 나만의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 고민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장강명 작가의 <당선, 합격, 계급>,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2018/11/30 - [공짜 PD 스쿨] - 좌절의 시스템, 공채



  

'공짜 PD 스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간판에 맞서는 방법  (16) 2019.03.11
피디가 말하는 피디란?  (12) 2019.03.09
과거 제도의 3가지 폐해  (5) 2018.12.05
좌절의 시스템, 공채  (9) 2018.11.30
좋아하는 일을, 꾸준하게  (11) 2018.11.15
김승섭 교수님의 4가지 조언  (6) 2018.11.14
Posted by 김민식p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보리보리 2018.12.05 08: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성적만이 아니고 스펙을 보니 좀 유능한 사람을 뽑나 했는데, 토익만점자의 영어 듣고 말하기 어렵다는 고백 들으니 더 고달파졌더라구요. 진짜 역량을 키워야겠어요. 읽고 글쓰고 외국어 하고요

  2. 섭섭이짱 2018.12.05 08: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맞아요. 요즘은 소셜미디어 시대라
    언론사 기사도 많이보지만 SNS 에서 올라온
    개인이 만든 콘텐츠를 더 많이 보고 듣는거 같아요.

    소셜미디어 덕분에 피디님을 알게 되다보니
    소셜미디어가 왜 중요한지 잘 알거같아요. ^^

    오늘도 좋은 생각거리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3. 꿈트리숲 2018.12.05 08: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흔들림 안에 있으면 그 흔들림을 모르는 거라는
    책 속의 말이 생각납니다.
    우리는 우리가 속해 있는 세상이 전부라 여기며
    살기에 계급이 생기고 권력이 생기나봐요.

    고시 준비생들에게는 세상이 온통 고시
    공부하는 사람들로만 가득차있고,
    권력속에 있으면 세상이 온통 자신을 지지한다
    여기는 게 아닐까 싶어요.

    인재를 뽑는 그들이 좌절의 시스템을 더욱 공고히
    한다면 우리가 달라지는 수밖에 없겠어요.
    눈치보는 것에서 눈치 주는 대중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소비해주는 것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드는 생산자로 바껴야 좌절의 시스템이
    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책 꼭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4. 김수정 2018.12.05 11: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장강명 작가의 표백, 뤼미에르 피플, 5년만에 신혼여행을 최근에 읽었는데
    특히 소설을 읽으면서 어떻게 저런 구상을 할 수 있을까, 저 상상력은 어디서 나오는걸까 하고 참 궁금했어요.
    매력적인 작가세요. 소설과는 다르게, 5년만에 신혼여행은 옆집 일상을 보듯 편하게 읽었어요. 당선, 합격, 계급도 몹시 궁금해지네요. 좋은 책과 작가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5. littletree 2019.01.15 08: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피디님의 독서일기를 통해 장강명 작가님 책들을 읽고 있어요. 이번 책도 4장까지 읽었는데 저릿저릿 다가오는 대목이 많네요. 좋은 책과 작가님을 소개해주셔서 제 일상이 점점 다채로워져요. 감사한 마음 가득합니다♡

방송사에 다닌다고 하면 주위에서 "아, 그 어려운 언론고시에 합격하셨군요."라고 해요. 그럼 웃으면서 머리만 긁적입니다. 저는 이게 언론고시인줄 몰랐어요. 고시라고 생각했다면 지원할 엄두도 못냈겠지요. 제가 입사한 1990년대엔 토익 점수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에 MBC 지원한 사람도 있어요. 저는 아주 운좋게 합격했어요. 평소 책을 많이 읽은 덕에 논술이나 면접은 어렵지 않았고요. 합숙 평가에 가서는 춤을 추면서 장기 자랑도 했어요. 최종 면접에 올라가서는 임원들을 개그로 웃겨드렸고요. 합격 통보를 받고는 저도 놀랐어요. 방송사는 사람을 참 재미나게 뽑는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2000년 이후, 경쟁률이 치열해진 탓에 언론고시라고 불리지요. MBC 드라마 신입 피디 경쟁률은 이제 1200 대 1입니다. 1명이 붙고, 1199명이 탈락하는 경쟁, 이건 모든 사람을 좌절시키는 시스템이지요. 

저는 장강명 작가의 열성팬입니다. 그는 연세대 도시공학과를 나와 동아일보 기자에 합격했어요. 전공과 관계없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사람이지요. 기자 생활을 하며 틈틈이 글을 써요. 신인 작가 공모전을 준비하기 위해 연차 휴가를 내고 틀어박혀 소설을 씁니다. 기자로 일하며 당선되고요. 전업작가의 길을 걷기 위해 남들이 '언론고시'라고 부러워하는 회사에 사표를 던집니다. 노동하는 자세로 성실하게 소설을 쓰지요. 2010년 이후 한국 문단에서 문학 공모전 최다 수상자가 됩니다. 아, 이런 삶, 정말 멋지지 않나요? 

<열광금지 에바로드>며, <댓글부대>며, <한국이 싫어서>며, 재미난 소설도 많지만 그가 쓴 르포도 있어요. 바로 <당선, 합격, 계급> (장강명 / 민음사).

합격과 당선을 통해 기자나 소설가라는 그들만의 리그에 들어선 장강명 작가가 한국 공채 문화를 들여다보고 내린 결론이 있어요. 

'문학상과 공채는 어떻게 좌절의 시스템이 되었나'

저 역시 궁금한 주제에요. 진로 특강을 다니며, 피디 지망생들을 많이 만납니다. 그럴 때마다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많지 않아요. 열심히 하라고는 하지만, 쉽지 않다는 걸 알아요.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몇 년 째 재수를 하는 이도 있고요. 좌절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뭐라고 해야 할까요?

문학 담당 기자가 장강명 작가에게 전화를 합니다. 신춘문예 공모전 지원자들에게 선배 문인으로서 조언을 해달라고.

"떨어져도 너무 상심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네요. 공모전은 소개팅 같은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꼭 내 탓이 아니더라도 인연이 안 닿을 수 있는 거고, 안 되면 다음 소개팅 준비하면 되는 거라고요."

말을 마치고 난 뒤에야 '아, 이게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은 '청년신춘문예 심사위원들이 나를 몰라봐 주면 그 원고로 세계문학상에 또 응모하면 된다'는 식의 답을 듣고 싶은 게 아니다. (중략)

"음...... 마감에 쫓기면 무리하게 결말을 바꾸거나 요행을 바라면서 퇴고를 생략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러느니 차라리 이번은 아니다, 다음 공모전을 노리자, 그런 생각으로 원래 쓰려던 글을 쓰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당선, 합격, 계급> 14쪽)

96년에 입사 면접을 볼 때가 기억납니다. 5인의 지원자가 집단면접을 들어갔는데요, 들어가서 시작한 순간 분위기 파악했어요. '아, 잘못 왔구나...' 제가 4번째 앉았는데요. 1,2,3번 지원자 얘기하는 걸 들어보니 이 분들 평소 TV를 엄청 보더라고요. 거의 문화 비평가 수준으로 당시 방영중인 MBC 프로그램의 장점과 특징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았어요. 멘붕이었지요. 지금도 그렇지만 저는 TV를 거의 안 보거든요. 그 시간에 책을 읽지. 고민이 들었어요. 지나가면서 몇번 본 유명한 프로에 대해 마치 잘 아는 것처럼 이야기할까? 그러다 면접에서는 정직이 최선이라던 책의 구절이 생각났어요.

"김민식 씨, 올해 본 TV 프로그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입니까?"

"죄송하지만, 저는 TV를 거의 보지 않습니다. 평소에 독서를 즐깁니다."

"TV도 안 보는 사람이 PD는 왜 지원한 겁니까?"

"저처럼 책을 즐겨 읽는 사람도 볼 만한 TV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만약 짧은 지식으로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다면, 저의 꼼수는 읽혔을 거예요. 입사하고 나서 알았어요. 피디가 평소에 하는 일이 거짓과 참의 구분이더라고요. 드라마 피디가 연기에 대해 NG와 OK를 내는 기준은 진실되어 보이느냐, 아니냐에요. 교양 피디가 인터뷰를 편집하며, 주로 보는 건 화자가 진실을 말하느냐 아니냐겠지요. 십년 넘게 상대가 거짓말하는지 아닌지 들여다보는 걸로 먹고 산 피디들이, 대학 갓 졸업한 20대 청년이 면접장에 앉아 능청스럽게 늘어놓는 거짓말에 속을 리가 없어요. 결국 책의 충고를 따르길 잘했지요. 어떤 순간에도 진실하라는 말.

상대에 맞춰 나를 바꾸기 보다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최악의 소개팅이 뭔지 알아요? 차이는 게 아니에요. 안 맞는데도 속이고 사귀는 겁니다. 소개팅에서는 A라고 해놓고, 막상 같이 살아보니 B인 경우이지요. '난 죽어도 B랑은 못 살아' 하는 사람이라면 속은 거잖아요. 진실을 말하는 게 최선입니다. 면접이든, 소개팅이든.

장강명 작가는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뭔가 아쉽다고 느껴요. 작가 지망생들에게 뭔가 실질적인 조언을 글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하지요. 방대한 자료 수집과 오랜 취재를 통해 써낸 책이 바로 <당선, 합격, 계급>입니다. 

기업 공채와 문학 공모전이라는 좌절의 시스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런 시스템이 있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입시 - 공채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노련한 기자 출신 소설가 답게 그는 한국 사회의 폐부를 찌르는 질문을 던집니다. 피디나 기자 시험을 준비하는 이라면 추천하고 싶고요. 작가 공모전을 지망하는 분이라면 많은 도움이 될 책입니다. 강력 추천합니당!

(이 책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요. 다음 기회에 더 할게요.)  



Posted by 김민식p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보리보리 2018.11.30 06: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잉~ 오늘 아침에사 위로가 되네요~적지않은 나이에 강의촬영 제안 와서 갔는데 너무 얌전해서 타겟층과 맞지 않다고 ㅠㅠ 명랑한척 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너무 진실했어요 ㅠㅠ

  2. 농업사랑 2018.11.30 08: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도 한 수 배우고 갑니다. 좋은 작가, 좋은 책을 알게 되어 너무 좋네요

    저도 바로 읽고 싶네요. 진실의 힘을 마음에 다시 새깁니다

  3. 꿈트리숲 2018.11.30 08: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평소에 피디가 잘 하는 일이 구분이라는 말씀이 최초의 인류도 구분하는 능력을 키워나갔다는 것과 오버랩됩니다. 참과, 거짓을 구분하는 건 고대 인류에게는 생존에 유불리의 구분이 아닐까 싶네요.

    순간에는 진실이 아플지 몰라도 멀리보면 그것이 생존에 유리하기에 어떤 순간에도 진실을 말하기를 충고하는거겠죠.

    좌절의 시스템이 있는 세상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음 얘기 기다려집니다.~~^^

  4. 섭섭이짱 2018.11.30 09: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역쒸 이 책 언제쯤 얘기하시나 기다렸어요. ^^
    저도 읽고나서 여러 생각이 들었죠.

    맞아요. 면접이든 뭐든
    진실을 말하는거 중요한거 같아요.
    근데 가끔 뭐가 진실인지 헷갈리기도 하네요.

    빨리 피디님의 다음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오늘이 벌써 11월 마지막날이네요.
    아직 31일 남은 올해...
    마지막 날까지 행복하고 즐거운일들만
    가득하길 바라겠습니다.

  5. 루나 2018.11.30 09: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

    매일 PD님 블로그 글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마음에 와닿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 어떤 순간에도 진실하라"는 글을 다이어리에 적고 마음에 새겼습니다.

    진실하지 않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세상이지만요.

    아침공기가 많이 차갑네요~감기 조심하세요 ^^

  6. 린스마일 2018.11.30 18: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가님 팬이예요.처음 댓글 남기는데 좋은글과 좋은책 감사드립니다! 작가님 글을 읽을수록 뭔가 하고싶은 의지가 생기고 힘을 얻습니다.신권 많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제쯤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7. 로즈마리 2018.11.30 19: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우연히 세바시를 통해
    알게되었어요
    관심있게 들어서 블로그까지
    읽게되었어요.
    작가님 얘기들으며 저에 생각들이
    오버랩되어 스치되네요.
    공감되는 말씀들 많았고
    실천하고픈것 들도 생각납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늘~~축복속에 계시기를
    바랍니다~~
    화이팅~^^

  8. 헤니짱 2018.12.01 09: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엊그제 이직을 위한 면접을 보고왔는데~ 피디님 글 읽으면서 면접때 했던 제 말들과 행동을 다시한번 돌아보게 되었어요~ 제가 어느정도 진실되게 했는지.... 정직과 진실로 저의 인연 새로운 직장을 만나기를 기대해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9. 알콩달콩맘 2018.12.04 07: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시험에 합격해서 직장에 들어왔지만 갈수록 계층의 사다리가 좁아지는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런문제에 대해 이책을 읽고 생각해봐야겠습니다~

<5년만에 신혼여행> (장강명 / 한겨레 출판), 지난 글에서 이어집니다.

2018/03/06 - [공짜 PD 스쿨/짠돌이 독서 일기] - 이토록 로맨틱한 여행기


저는 장강명 작가의 소설을 좋아합니다. 흠모하는 작가님의 책을 읽으며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는데, 풀 길이 없지요. 누구는 영어 학습서를 쓰면서도, 오로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만 하던데... (^^ 사람마다 글을 쓰는 방식도 다르고, 이야기를 푸는 방식도 다른가봐요. 아마 그 어떤 사람은 그냥 이야기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인듯... 영어학습법도 기왕이면 이야기를 통해 동기부여하는 게 그 사람의 방식인듯... ^^) 

<5년만에 신혼여행>을 보면, 기자로 일하던 장강명 작가가 어떻게 소설가가 되었는지 나오는데요, 기자는 노동 강도도 높고 사람을 계속 도덕적 긴장 상태로 몰아넣습니다. 때로는 회사가 나아가는 방향과 논조가 자신과 맞지 않아 고민이 될 때도 있고요. 어느날 장강명 기자는 국회 기자실에서 일하다 전화기 전원을 끄고 그냥 집으로 가요. 그 길로 10년 근속 휴가를 내고 휴가가 끝나자 사직서를 냅니다. 작가는 황당하고 무책임한 행동이라 말하지만, 저는 전율이 일었어요. '우와! 진짜 멋지다!' 더 멋진 건 그 다음이지요. 


'나는 방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HJ(장 작가님의 아내)에게는 딱 1년 반만 시간을 달라고 부탁했다. 그 뒤로 만 1년 동안 장편소설을 다섯 편 썼지만, 단 한 권도 출간되지 않았다. 돈은 30만 원쯤 벌었다. 단편소설 하나가 책 읽어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낭독되었고, 과학기술인이 보는 잡지에 서평을 하나 실었다. 그 외에는 빈 맥주병을 마트에 가져다주고 돈을 받았고, 알라딘 중고서점에 책을 팔았다.'

(위의 책 21쪽)

사람은, 꿈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을 선택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힘든 시기에 꾸준히 소설을 써내는 것으로 작가로서의 자신을 증명하지요. 이렇게 멋지게 살기 쉽지 않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포기하지요, 특히 부모의 반대에 부딪히기 쉬워요. 

"뭐? 잘 다니던 신문사를 그만두고 소설을 쓰겠다고?"

1년간 수입이 30만원이라면, 주위에서 난리가 나지요. 경력직으로라도 다시 기자를 하라고. 그런데 장강명 작가는 어떻게 버텼을까요? 부모님과는 원래 궁합이 좋지 않았다고 하시는군요. 역시! 멋진 인생을 살려면, 부모님은 포기해야 하나 봐요. 


'우리 부모님이 특별히 나쁜 분들은 아니다. 사실 이건 대부분의 한국 부모들이 공통으로 갖는 문제다. 자식들의 인생에 과도하게 간섭하는 것. 자식이 타인임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 자식들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정신적인 폭력을 서슴지 않는 것. 그리고 나는 그 부모들을 이해한다. 

그런 폭력의 원인은 대부분 사랑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자식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자식이 위험에 빠지는 광경을 두고 볼 수가 없다. 그들은 안락한 감옥을 만들어 자식을 그 안에 가두고 싶어 한다. 과보호.

그리고 그 감옥에 갇혀 있는 한 자식은 영원히 성인이 될 수 없다.'

(위의 책 37쪽)


캬아아! 정확하게 부모 자식 관계에 핵심을 찌르는군요. 저는 어려서 항상 부모님께 죄스런 마음이었어요. 공부를 잘 하지 못해서, 의대에 가지 못해서 내가 못난 자식 같았지요. 어른이 되어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부모란 원래 만족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가까운 사람을 만족시키는 사람은 없다.' 이건 아내도 마찬가지에요. 원래 사랑하는 만큼 기대가 커지기 때문에, 가장 나와 가까운 사람을 만족시키기가 가장 어려워요.

놀라운 건, 장강명 작가님의 반려자라고 생각해요. 멀쩡한 신문기자라는 직업을 던지고, 불안정한 소설가의 삶을 시작하는 남편을 지지하거든요. 이런 이상적인 파트너십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한 작가님의 통찰을 보시지요.


'결혼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두 사람이 영원히 사랑을 믿으며,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다른 사람에게 한눈팔지 않고 상대에게 충실하겠다는 공개 선언이다. 이것은 부자연스럽고 인위적인 개념이다. 인간은 열정을 금방 잃고, 섹스의 가능성이 있는 타인을 향해 수시로 한눈을 팔며, 오래도록 한 가지 대상에 충실할 수 없는 존재다. 그것이 해방된 상태의 인간이다. (중략)

내 생각에 결혼의 핵심은 지키기 어려운 약속을 지키겠다는 선언에 있었다. 그 선언을 더 넓은 세상에 할수록 우리의 사랑은 더 굳건한 것이다.'


<5년만에 신혼여행>, 에세이인데요. 지독한 사랑을 그린 로맨스라는 평이 있어요. 공감합니다. 남자들은 왜 글을 쓸까요? 어쩌면 남자가 쓰는 글은 다 연애편지 아닐까요? 누군가를 향한 절절한 사랑 이야기. 어쩌면 작가님이 쓰는 소설도 사랑하는 아내에게 바치는 작품인지 몰라요. 글쓰기의 원동력 중 하나는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마님께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책을 쓰거든요.  

만약 글쓰기가 어렵다면 사랑하는 뮤즈부터 구하시길 권해봅니다.

'공짜 PD 스쿨 > 짠돌이 독서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기심의 선수들  (8) 2018.03.14
남다르게 살고 싶나요?  (19) 2018.03.12
사랑하는 뮤즈부터 구하자  (18) 2018.03.09
5년 뒤, 어디에 있을 것인가  (13) 2018.03.08
이토록 로맨틱한 여행기  (11) 2018.03.06
알게되면 좋아하게 된다  (14) 2018.03.02
Posted by 김민식p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vivaZzeany 2018.03.09 07: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목을 보고 갸우뚱하다가, 마지막 문장에 빵 터집니다~^^
    새벽부터 글쓰기로 한풀이(?)를 했더니 개운하네요.
    - 책 리뷰쓰는 게 참 어렵더라구요. 마음에 와 닿은 문장 찾기...저도 해보렵니다.
    - 결혼하고나서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었지요. 제 경우에는 셀프감금도 크더군요.
    아이들에게는 안 그러려고 하는데, 어려서부터 손이 많이 가는 아이들이다보니, 지금도 자꾸 챙겨주게 되네요.. 놓아주어야 한다고 늘 되뇌이면서도, 저도 모르게 참견과 잔소리를 다다다다....

    장강명 작가님이라는 분, 궁금해집니다. ^^

    오늘 하루도 생기발랄 + 명랑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금요일이잖아요~~ (PD님은 해당 안되실 듯...)

    • 김민식pd 2018.03.12 06: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이들은 참 손이 많이 가는 것 같아요. 초등학교 5학년이 되어서도 아침에 눈을 뜨면 무슨 종놈 부르듯하는 따님을 보니... ^^ 그래도 불러줄 때도 고마운 거다, 라는 마음으로 냉큼 달려갑니다. 오늘 하루도 화이팅입니당

  2. 섭섭이짱 2018.03.09 08: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어떤 리뷰를 쓰실까 궁금했는데, 역시 제가 생각한거 그 이상이세요. 글쓰기와 뮤즈로 마무리를 하시다니. ^^

    PD님 통해 장강명 작가를 알게된 후 여러 작품을 읽었는데, 이번 책은 안 읽어봤네요. 바로 읽을 목록에 추가합니다. 요즘 글쓰기가 잘 안됐는데, 조언 해주신대로 주말에 제 사랑하는 뮤즈를 위해 글을 써봐야겠어요. ^^

  3. 뜨라맘 2018.03.09 08: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글씨기도 어려운데....뮤즈에서 더 좌절할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선합니다.
    빵빵 터졌어요 ㅋㅋ 오늘 하루도 즐겁게 웃고 시작합니다. 감사합니다.

  4. 2018.03.09 12: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5. 국수 2018.03.09 12: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간만에 들어와 읽고 역쉬! 합니다. 관점이 열여있으시네. 울둘째에게 이 관점을 적용해야하나? 심히 고민됩니다

  6. 아로마 2018.03.09 14: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글 보고 이 책 발주 냈습니다.

    3월에만 장강명 작가 책 세권째 입니다. ^^

  7. 김민석 2018.03.10 06: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을 다 읽고 제목의 의미를 새겨 봅니다. 제목에 낚이는 것이 아니라 제목을 낚고 갑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8. 가지않은길 2018.03.11 12: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생님의 책 두권을 일고 기분좋아졌어요. 영어책 읽었는데 왜 이리 재미있지? 매일 아침 써봤니? 책은 남편하고 한바탕 싸우고(남편이 집 나가버렸어요~) 너무 기분이 좋지 않은 상황에 읽었어요. 화난 기분이 많이 풀리더라구요. 책중간에 택시기사 아저씨 이야기 읽으면서 좀 후회도 됐구요.
    작가님은 뭐랄까.. 항상 소년 같으세요. 남편이 이따 돌아오면 좀 서먹서먹 할테지만 화내지는 않으려고요. 주말에 아이 둘 놔두고 나가버려서 정말 화가났지만 화내지 않겠습니다. 오래살고 싶거든요~~^^

    • 김민식pd 2018.03.12 06: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의 마음을 다독이려고 쓴 글이 다른 분에게도 위로가 된다니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남편들이 좀 그렇지요? 저도 집에서는 아내에게 늘 철없는 남편이라 미안하네요. 저희가 좀 그렇답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품어주세요. ^^
      고맙습니다!

  9. ink.AK 2018.03.11 18: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읽었습니다^^좋네요

장강명 작가님의 에세이, <5년만에 신혼여행>을 읽었어요. 처음 책을 잡았을 때는, 결혼 후 5년만에 신혼여행을 떠났다는 사실이 너무 놀라웠지요. 저는 MBC 예능국 조연출로 일하던 나이 서른 셋에 결혼했는데요. 2000년 당시 2주간 신혼여행을 떠났어요. 여행 중독자인 저는, 예능 조연출 시절 강도 높은 노동에 지쳐있었어요. 여행을 가고 싶은데, 최고의 알리바이가 바로 신혼여행이었어요. 주간 단위로 돌아가는 프로그램 조연출의 경우, 대개 1주일 정도 결혼 휴가를 내는데, 저는 2주간 냈어요. "평생 한번 가는 신혼여행, 멋지게 다녀오고 싶습니다!" 하고 외쳤지요. 제가 없는 동안 선배 연출이 빡세게 고생을 했지만, 뭐.... 평소에 내가 열심히 일했으니까... ^^ 그 이후로 MBC 예능국에서 휴가를 2주씩 내고 신혼 여행 떠나는 일이 많아졌다는 거. 역시! 직원 복지 증강에 있어 선구적 역할을 했다는 '자뻑'에 취해삽니다. 일은 몰라도, 노는 데는 제가 선수거든요. ^^

직장인에게는 최고의 알리바이가 될 신혼여행 카드를, 장강명 작가는 5년 뒤에야 쓰는군요. 기자로 일하며 휴가를 내면, 집에 틀어박혀 소설을 한 편씩 쓴다는 이야기에 머리를 칩니다. '작가는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책을 쓴다는 핑게로 여행을 다니는 저로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경지입니다. 장강명 작가는 공대를 나와서, 언론사를 다니다, 책을 냈는데요. 책 첫머리에 이런 글이 나옵니다.


대체로 무언가를 때려치우거나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면서 정체성을 쌓아오지 않았나 싶다. (중략)

군대에 있을 때 기자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병장 때쯤. 기자가 되고 싶어서 그런 결심을 한 게 맞지만, 공업수학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 적어도 공학을 더 공부하는 게 내 길이 아님은 분명해 보였다. 공업수학 강의를 들으면서 그때까지 평생 어떤 공부를 하면서도 얻지 못한 교훈을 배웠다. 바로 '아, 내 머리는 여기까지구나'라는 깨달음이었다.


(<5년만에 신혼여행> 장강명 / 한겨레 출판 17쪽)


확 와닿았어요. 저는 대학 다닐 때, 공업수학이 늘 F였어요. 성적이 나오면 동기들을 수소문해서 C가 나온 친구를 찾습니다. 그들 중에는 교수님께 부탁해서 아예 F로 처리해달라고 하는 이도 있어요. 재수강을 해서 학점을 높이려는 거지요. 학점관리를 위해서. 저는 그런 친구랑 함께 교수님 사무실을 찾아가요. "저랑 이 친구랑 학점을 바꿔주시지요. 이 친구는 재수강을 원하니 F를 주시고, 저는 재수강 한다고 성적이 좋아질 리가 없으니 그냥 D를 주시면 어떨까요?"

공업수학을 공부하면서 좌절했어요. '아, 나는 머리가 나쁜 사람인가 보다.' 괴로운 수학을 재수강하느니, 그 시간에 읽고 싶은 영문 소설이나 마음껏 읽자. 그런데 그렇게 좋아하는 영어책을 들고 사니까, 영어가 술술 늘더라고요. 이후 저는 제가 못하는 일에 굳이 공을 들이지 않아요. 좋아하고 잘 하고 싶은 일에 노력을 기울입니다. 모든 일을 다 잘 할 수 없을 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그것만 열심히 하고 살자는 주의입니다. 현실이 힘들 땐, 현실도피도 도움이 됩니다. 


장강명 작가에 대한 나무 위키 소개를 보면, 

'어렸을 때부터 SF를 좋아했고, 하이텔의 과소동(과학소설동호회)에서 활동하면서 단편을 올린 적이 있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월간 SF 웹진' 이라는 이름의 인터넷 잡지도 창간해 운영했다고 한다'

저 역시 SF 마니아에 나우누리 과학소설 동호회에 아시모프 단편을 번역하며 활동했지요. 그래서 외대 통역대학원에 진학하고요. 장강명 작가의 다채로운 이력을 보면서, '어쩌면 이분도 SF를 즐기면서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디'를 꿈꾸는 게 훈련이 된 덕분에 이런 멋진 삶을 즐기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책이 주는 최고의 미덕은, 힘든 현실로부터 즐거운 도피를 제공한다는 점이지요. <5년만에 신혼여행>은 장강명 작가가 아내와 함께 4박 5일 보라카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인데요. 읽으면서 머릿속에 몇년 전 아버지를 모시고 다녀온 풍경이 그대로 그려졌어요. 한번도 가보지 못한 페어웨이 리조트에서, 마치 발코니에 내놓은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 망고 셰이크를 마시는 듯한 기분?

<5년만에 신혼여행> 

여행기인줄 알았는데, 달달한 로맨스 소설 한 편 읽은 느낌이에요. 소설가 장강명의 내밀한 속내를 엿볼 수 있어 좋았고요. 

여행을 떠나고 싶은 분이나, 여행을 떠날 수 없는 분이나,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에세이입니다.

떠날 수 있어서 좋고, 돌아올 수 있어 좋은 것이 여행이거든요. 본격 리뷰는 다음편에서 이어집니당~^^

'공짜 PD 스쿨 > 짠돌이 독서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하는 뮤즈부터 구하자  (18) 2018.03.09
5년 뒤, 어디에 있을 것인가  (13) 2018.03.08
이토록 로맨틱한 여행기  (11) 2018.03.06
알게되면 좋아하게 된다  (14) 2018.03.02
비관은 기분, 낙관은 의지  (20) 2018.02.22
행복은 바나나  (21) 2018.02.08
Posted by 김민식p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마들렌 2018.03.06 06: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때문에 아침을 일찍 시작해서 혹시나 글이 올라왔을까 하고 들어와봤는데... 와~~~ 이른 새벽에 글올리셨네요... 항상 재밌고 교훈적인 글들 잘 읽고 있습니다. 중학생인 제 아들에게도 선생님 블로그 들어와서 글 읽어보라고 하고 있어요
    제가 해주지 못하는 좋은 말씀들이 많아서요^^
    오늘도 좋은 하루되세요^^

  2. cyanluna 2018.03.06 07: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아.. 저도 신혼여행 필리핀으로 다녀왔는데.. 읽어보면 그때 여행 때 생각이 무럭무럭 떠오를것같아요 ^^

  3. 미나리 2018.03.06 08: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D와 F를 바꿔주세요" 에서 빵 터집니다
    천재십니다 ㅎㅎㅎ

  4. vivaZzeany 2018.03.06 08: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냥 공감이 확!
    수업시간에, 나는 어디인가 여기는 어디인가.....@.@
    나도 모르게 먼 곳은 다녀오던 시간들이 떠오르네요. ^^

    저는 책은 주로 정보성 책들만 읽었어요.
    아이들 때문에, 주로 건강, 환경, 식재료(텃밭) 등에 관한 책만 읽었지요.

    그러다보니 소설이나 에세이 등의 책은 안 읽은지 오래 되어서,
    PD님께서 소개해 주시는 작가님들은 거의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이네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읽게 되기를 바라며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

    꼭두새벽에 올려주시는 글을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배우는 것도 많구요!

    오늘도 웃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5. 아리아리짱 2018.03.06 09: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pd님 아리아리!
    Pd님 추천으로 지난주 장강명 작가님의 책들을 빌렸는데, 우와~ 이런 우연이!
    5년만에 신혼여행 얼른 읽어 봐야죠! Go!

  6. 섭섭이짱 2018.03.06 10: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오늘은 PD님의 최애작가 장강명 작가 책이네요. ^^ 이번 책은 안 읽어봤지만, 보라카이하고는 인연이 많아서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네요. PD님의 리뷰가 기대됩니다.

  7. 정지영 2018.03.06 11: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낯선 이의 이름이 친숙해질때...
    기사를 보다가, 라디오 듣다가도
    그 이름만 눈에 귀에 콕 박힙니다.
    장강명 작가님을 예전부터 안것처럼...
    작가 사인회라도 찾아가야겠어요.
    가서... 김민식 PD님 아시죠? ㅎㅎ
    그분 소개로 작가님 팬됐어요^^

  8. 아로마 2018.03.06 17: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 2월에 경향신문 요조 인터뷰 기사를 보고
    책 이게뭐라고 팟캐스트를 알게되고
    팟캐스트를 듣다가 김민기 피디와 장강명작가를 알게되었고
    "매일 아침...."과 "한국이 싫어서" 그리고 "눈이 아닌 것으로 읽은 기분"를
    구입하여 읽고 있습니다.
    이 연쇄적인 효과에 놀라워하고 있습니다 ㅎㅎ

    근데 위 세 종류 책중에서 "한국이 싫어서"가 가장 재미있어요 ^^

    김 pd님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소개해주세요.

  9. 영어타파 2018.03.08 23: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되는 영어잡고있으려니힘드네요 기준에 못미치는 실력확인할때마다 비교하게되고 창피하고 너무 마음적으로 힘들어요 잘하는건안바래요 중간이나갔음 좋으련만...남들은 얘키우며 직장다니면서도 잘만하는데 솔로라 남아도는시간 매일영어랑 씨름하는데도 왜마냥 초급을못벗어나는지 이러면서도 내일 영어공부하러가겟지만 이런우유부단함때문에 이러고있나바여 갑갑함에 푸념남기고갑니다. 내 머리는 어디까지일까? 강해져라멘탈 TT

  10. 김민석 2018.03.10 05: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장강명 작가라는 분이 계시는군요. 좋은 작가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심한 활자 중독이라, 읽을 거리가 없으면 불안 장애가 옵니다. 화장실에서 가서, 읽을 게 없으면 비데 사용법이라도 읽습니다. ^^ 전철 타고 책을 읽다가 남은 페이지가 줄어들면 불안해집니다. '도착하기 전에 다 읽으면 어떡하지?' 항상 책을 두 권씩 가지고 다니는데요, 문제는 장기 여행 다닐 때입니다. 최소 스무권은 필요한데 그걸 다 들고 다닐 수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전자책 리더기를 애용합니다. 리더기에는 수백권을 넣어 다녀도 부담이 없으니까요.

 

여행을 떠나기 전, 항상 전자책 서점에 들러 책을 채워넣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뭘 좀 읽어볼까?'
'한국 소설이 좋아서'라는 무료 이북이 있기에 덥썩 골랐습니다. 보통 무료 이북은 체험판이 많은데, 이 책은 통째로 공짜입니다. 만세! (공짜에 환장하는 짠돌이.^^)

 

한국 소설이 좋아서 (장강명 기획/50인 공저) 


한국 소설을 소개하는 50인의 리뷰를 모은 책인데요. 누가누가 더 재미난 소설을 찾아내나, 누가누가 더 맛깔난 글로 독자를 유혹하나. 글쟁이들의 진검승부를 보는 재미가 있어요. 흥미진진한 한 판 대결입니다. 이 멋진 향연을 공짜로 즐기다니 황송할 지경인데요, 이 책이 무료로 나온 사연이 있어요.

장강명 작가는 공모전 당선작인 소설 <댓글부대>로 '오늘의 작가상'을 또 받았는데요. 한 작품으로 상금을 두 번 받기 민망했다네요. 상금을 의미있는 작업에 쓰기 위해 내놓습니다. 그리고 재미난 한국 소설을 소개하는 서평을 모읍니다. 50명의 작가, 독서가, 서평가들에게 원고를 받아 모은 것이 이 무료 전자책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읽고 싶은 한국 소설이 마구마구 늘어납니다. 전자책에 아직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은, 휴대폰에 한 권 넣어두고 짬짬이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독서에 대한 구미를 제대로 당겨주는 책이에요.

 

여행을 떠나기 전, 제가 원하는 건, 힘들고 지루할 때, 펼치면 빠져들 수 있는 킬러 콘텐츠입니다. 믿고 보는 작가의 책이 필요하지요. 그래서 전자책으로 구매한 것이 장강명 작가의 신작입니다.   

 

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 /위즈덤하우스)

 

작년에 나온 책이지만 아껴두고 있었어요. 탄자니아 여행 가서 읽으려고. 음,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군요. 제가 애정하는 작가 둘이 만났군요. 장 강명과 리 차일드의 만남. 영화로도 몇번 소개된 '잭 리처' 시리즈는 액션 장르 소설입니다. 완전 무결하고 냉철한 살인기계가 곤경에 처한 여자를 구하기위해 악당들을 처단합니다. 영화보다 소설이 백 배 더 뛰어난 작품입니다.


전 리 차일드의 팬이에요. 그가 소설가가 된 과정을 존경합니다. 영국 방송사에서 일하다 구조조정을 당한 후, 문방구에 가서 펜과 원고지를 삽니다. 나이 마흔에 쓴 첫 책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전설 같은 작가지요.

저는 또, 장강명의 팬입니다. 그가 소설가로서 살아가는 일상을 존경합니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책의 리뷰가 올라옵니다. 거의 하루에 한 권을 읽는 것 같은데요. 작가로서의 루틴이 확실합니다. 자신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장강명 작가는 후기에서 주인공 이름 장리철은 잭 리처에 대한 오마주라고 밝힙니다. 저는 이렇게 대놓고 하는 팬질을 좋아합니다. 무엇을 좋아하는 마음은, 숨길 수가 없거든요. 장강명의 액션 스릴러 소설이라! 매일 새로운 책을 읽고, 매년 새로운 소설을 내놓으며, 자신의 지평을 넓혀가는 부지런한 작가님이 있어, 오늘도 행복합니다. 

장강명, 만세! ^^

 

장강명 작가에 대한 이전 리뷰 두 편도 함께, 올립니다.

2016/01/02 - [공짜 PD 스쿨/짠돌이 독서 일기] - 2016-1 열광금지, 에바로드

2016/01/09 - [공짜 PD 스쿨/짠돌이 독서 일기] - 2016-5 한국이 싫어서

 


 

 

Posted by 김민식p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긴긴 2017.04.06 07: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 소설이 좋아서' 가 궁금해지고 아무래도 오늘 장강명 작가 책을 주문할 것 같네요. 그리고 전자책은 살짝 거부감이 들었는데 이 글 읽고 호감이 마구마구 생깁니다.

  2. 섭섭이 2017.04.06 09: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모처럼 소설 독서일기도 올려주셨네요. ^^
    '우리의 소원은 전쟁' 은 영화화 한다는 기사를 보고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는데 PD님이 추천해주시니 바로 읽어봐야겠어요. 리 차일드 작가는 처음들어보는데 이분책도 바로 찾아서 읽어봐야겠네요.
    오늘도 재미있는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3. 2017.04.06 19: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김민식pd 2017.04.06 20: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오랜만입니다. 이모님은 아직도 통영에서 학원을 하시나요? 주현이는 예전에 학교 다닐 때 몇번 봤는데 요즘은 못 본지 좀 되었네요. 네, 반갑습니다. 책 재미나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하고요. 종종 블로그에도 놀러오셔서 소식 들려주세요. 고맙습니다!

    • 2017.04.06 21: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여전히 통영에서 잘지내고 계십니다
      현이도 벌써 서른이 넘었네요
      다들 이렇게 잘들지내니
      언젠가 함께볼날 있겠죠~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4. 첨밀밀88 2017.04.18 03: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동안 너무 정신이 없었습니다. ^^

    • 김민식pd 2017.04.18 06: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신 것 같아요. 첨밀밀님, 인생의 전환기에는요, 그 전에 하던 일과는 잊으셔야 합니다. 이제까지 하던 일을 그만 둬야 새로운 일에 몰입할 열정이 생겨납니다. 댓글 남기는 건 부담 갖지 마시어요.

장강명 작가의 '한국이 싫어서'를 드디어 읽었다. 음, 역시 재미있다. 두번 연속 성공이면 이제 전작읽기 돌입이닷!


*****다독비결 5
대학 시절 스티븐 킹의 전작 읽기에 도전한 후,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면 늘 그의 모든 작품을 읽으려한다. 물론 실패한 작가도 있다. 아이작 아시모프. 평생 500권의 책을 낸 작가를 어떻게 당하나. 인생을 걸고 쓰는 작가가 있는데 독자로서 작가가 쓴 책은 다 읽는게 예의다. 전작 읽기, 다독의 또다른 비결.


(2016-4 Full Dark No Stars는 독서일기가 아닌 영어 스쿨에 있습니다. 한권 빼먹은 거 아니에요. ^^)


장강명 작가의 '한국이 싫어서'를 읽다보니 '뉴 논스톱' 얘기가 두 번 정도 나온다. 소설 속 주인공 계나는 한국이 싫어서 호주로 이민을 떠나는데, 처음 가서 묵게 되는 곳이 유학생 셰어하우스다. 그곳의 분위기를 묘사하면서 청춘 남녀가 함께 지내는 곳이지만 '논스톱' 같은 분위기는 아니라고 말한다. 좋아하는 작가의 글속에서 나의 연출 데뷔작을 만나니 무한한 영광이다. ^^ 소설 속에서는 논스톱이 무슨 청춘의 이상향처럼 언급된다. 그립다, 논스톱 만들던 시절...


2000년 당시 '뉴 논스톱'의 주시청층은 중고생이랑 주부였다. 남자 중고생들은 양동근을 짝사랑하는 장나라에 열광했고, 아주머니들은 박경림을 남몰래 사모하는 조인성을 보며 가슴앓이를 했다. 그 시절 중고생들은 대학만 가면 논스톱 같은 생활이 펼쳐진다고 생각했다. 그 시절엔 다들 미래가 꿈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아무도 그런 청춘 시트콤을 만들지 않는다. 대학이 더이상 청춘의 이상향이 아니다.


나는 '응답하라 1997' 시리즈가 요즘 시대의 청춘 시트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논스톱보다 훨씬 더 진화한 버전이다. 볼때마다 작가와 연출의 기량에 감탄한다. 정말 잘 만든다. 예능에서 버라이어티 쇼를 만들던 친구들이 이런 멋진 드라마를 만들다니. 다만 서글픈 것은 '응답하라' 시리즈의 이상향은 미래나 현재가 아닌 과거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거도 시즌을 거듭하면서 점점 더 오랜 과거로 거슬러간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우리 시대 60대 이상 노인들은 70년대 회귀를 꿈꾸면서 유신 시대 정치를 불러냈고, 30대 청춘들은 90년대 복고를 꿈꾸며 TV속 판타지로 망명한다. 나? 나는 딱 10년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기자나 피디가 남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즐겁게 일하던 시절.


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장강명 작가는 대중의 취향에 대한 촉이 뛰어나다. 요즘 사람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그들의 열망이 어디에 있는지 예리하게 읽어낸다. '열광 금지, 에바로드'에서는 현실 도피의 수단으로 덕질의 세계로 뛰어든 이들을 그려내고, '한국이 싫어서'에서는 아예 물리적으로 한국을 떠나는 청춘들을 그려낸다.

 


현실엔 답이 없고, 이곳에서는 미래 역시 암울하다.


우울하다........
무엇을 해야할까, 이런 상황에서는.


작년 가을부터 계속 한국을 떠나 떠돌고 있다. 한국에서, 회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발리에서 묵고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서핑의 메카 꾸따 비치로 가는 길에 컵밥집이 있다. 올해 1월 1일에 오픈한 집이다. 한국에서 온 젊은 커플이 운영하는데, 검게 거을린 한국인 서퍼 아가씨들이 많이 오더라. 영어도 잘 하고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젊고 예쁜 한국 아가씨들이 이곳 꾸따 해변에서 서핑을 하며 산다. 그을린 정도를 보니 장기 여행 중이거나 장기 체류 중이다. 저들이 매일 파도를 타면서 씻어버리고 싶은 기억은 무엇일까? 저들도 나처럼 한국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나온 것일까?


저들의 눈에 나는 어떻게 보일까? 발리의 한국 식당에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50대 아저씨. 세상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은 486의 한 사람이면서, 오로지 자신의 아이에게는 아등바등 교육자본과 경험자본을 물려주겠다고 해외여행 데리고 다니며 책을 읽히는 그런 이기적인 맹렬 아빠?


문득 부끄러워진다.


다시 돌아가야겠다. 무엇을 하든 더 열심히 해봐야겠다. '한국이 싫어서' 떠나는 무책임한 어른이 될 수는 없다. 그런 한국을 만든 것도 내 책임일테니까.   


답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무엇이든 해보고싶다. 늘 그래왔듯... 일단 한번 들이대본다.
Posted by 김민식pd
TAG 장강명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신희웅 2016.01.10 00: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제까지 PD님께서 계속 스스로 길을 만들어 오셨으니, 계속 앞으로도 그렇게 하시면 되지않을까요? :)
    응원합니다 ^^

    • 김민식pd 2016.01.12 07: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인연 덕분에 이렇게 댓글을 볼때마다 얼굴이 떠올라서 더 친근하게 느껴져 좋네요. 그때 해주신 말씀에 힘입어 더욱 열심히 글을 올리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희웅님! ^^

  2. 신희웅 2016.01.10 00: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나저나 저도 이분 책 빨리 읽어봐야겠네요
    요즘 여기저기 평이 참 좋은데요

  3. 묭이 2016.01.18 08: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우연히 검색해서 들어왔다가 가슴에 와닿는 재미난 글에 댓글 남겨요. 혹시 아직 발리 여행중신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