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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2017 MBC 파업일지117

내가 계단으로 다니는 이유 회사에 다닐 때, 저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게 두려웠어요. 문이 열릴 때 그 안에 어떤 사람이 타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죠. 2012년 MBC 노조 부위원장으로 일하며 170일 동안 파업을 했어요. 그렇게 길게 싸우고 나면 사람들의 삶이 갈립니다. 파업 중 노조를 탈퇴하고 복귀해 보직 부장이 된 사람도 있고요. 파업 후 좌천되어 현업에서 쫓겨난 조합원도 많아요.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을 만나면 그런 생각을 해요. 둘 중 어느 쪽일까? 나를 미워할까, 나를 원망할까? 그런 생각을 하며 사는 삶은 너무 괴롭습니다. 결국 저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다녔어요. 13층 휴게실도, 2층 자료실도, 다 걸어서 다녔어요. 2012년 파업을 이끌 때, 검찰은 저를 업무방해죄로 기소하고 제게 징역 2년형을 구형했습니다. 피.. 2022. 12. 19.
어떤 작별 인사 이용마 기자의 삶을 다룬 다큐가 나옵니다. 지난 여름, 제작팀에서 연락이 왔어요. 고인의 삶에 대해 인터뷰를 해달라고요. 문득 난감했어요. '이용마 기자가 떠난 후, 나의 삶은 어떠한가?' 세상을 떠난 친구에게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회사를 떠나 칩거중이라고 촬영을 피하고 도망다녔어요. 담당 피디의 전화를 피했더니, 문자가 왔어요. '^^ 아이고 형님, 형하고 나하고 무슨 원수도 아닌데 못할 말이 어디 있어요. 통화 좀 합시다요~~~' 내가 기억하는 이용마 기자의 삶에 대해 말해달라는 후배의 요청을 끝끝내 떨칠 수 없었어요. 결국 촬영에 응했지만, 살아남은 자로서 부끄러운 마음 한가득입니다. 피디가 물었어요. "이용마에 대한 김민식님의 생각이 점점 바뀐 게 있다면 어떤 것인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2021. 11. 29.
꿈은 이루어진다 (오늘자 한겨레 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나는 여행광이다. 대학 졸업반이던 1992년에 처음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후, 30년 가까이 매년 해외여행을 다녔다. 인도 네팔 배낭여행, 탄자니아 세렝게티 사파리, 남미 파타고니아 트레킹까지, 해마다 연차를 소진하며 여행을 다니는 게 삶의 낙이다. 여권을 갱신하러 구청에 갔더니 접수처 직원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신원조회에서 걸리는데요?” 영문을 몰라 경찰서에 문의해보니, 대법원 재판에 계류된 상태라 여권 발급이 불가하다고 했다. 2012년 문화방송 파업 때, 노조부위원장으로 일하던 나를 검찰은 업무방해죄로 기소했다. 재판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검사님은 제가 불법 폭력 파업을 선동하는 종북좌파라고 주장하지만, 저는 자유민주주의자입니다. 언론사 직원인 내.. 2020. 5. 12.
인생의 좌절을 기회로 만드는 방법 (어제 올라온 강연 원고를 공유합니다.) 한때 제가 회사에서 온갖 징계를 다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대기발령, 출근 정지, 정직 6개월 등등. 동료들은 해고 빼고 모든 징계를 다 받아봤다고 저를 징계의 제왕이라 부릅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회사를 잘 다닙니다. 직장생활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어떻게 좌절에 대처할까? 최근에 쓴 책, 를 가지고 말씀드릴까 합니다. 이 책은 제가 2011년 MBC 노조부위원장이 되고 난 후, 7년간의 싸움을 기록한 책인데요. 4개의 장으로 이뤄져있습니다. 1부. 회사를 사랑한 딴따라 어려서 춤추고 노는 거 좋아하던 딴따라가 어쩌다 예능 피디가 되었을까요? 저는 제가 방송사 피디가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공대를 나와 영업사원을 하다 외대 통역대학원에 갔습니다... 2020. 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