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짜로 즐기는 세상/2017 MBC 파업일지

어떤 작별 인사 이용마 기자의 삶을 다룬 다큐가 나옵니다. 지난 여름, 제작팀에서 연락이 왔어요. 고인의 삶에 대해 인터뷰를 해달라고요. 문득 난감했어요. '이용마 기자가 떠난 후, 나의 삶은 어떠한가?' 세상을 떠난 친구에게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회사를 떠나 칩거중이라고 촬영을 피하고 도망다녔어요. 담당 피디의 전화를 피했더니, 문자가 왔어요. '^^ 아이고 형님, 형하고 나하고 무슨 원수도 아닌데 못할 말이 어디 있어요. 통화 좀 합시다요~~~' 내가 기억하는 이용마 기자의 삶에 대해 말해달라는 후배의 요청을 끝끝내 떨칠 수 없었어요. 결국 촬영에 응했지만, 살아남은 자로서 부끄러운 마음 한가득입니다. 피디가 물었어요. "이용마에 대한 김민식님의 생각이 점점 바뀐 게 있다면 어떤 것인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더보기
꿈은 이루어진다 (오늘자 한겨레 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나는 여행광이다. 대학 졸업반이던 1992년에 처음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후, 30년 가까이 매년 해외여행을 다녔다. 인도 네팔 배낭여행, 탄자니아 세렝게티 사파리, 남미 파타고니아 트레킹까지, 해마다 연차를 소진하며 여행을 다니는 게 삶의 낙이다. 여권을 갱신하러 구청에 갔더니 접수처 직원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신원조회에서 걸리는데요?” 영문을 몰라 경찰서에 문의해보니, 대법원 재판에 계류된 상태라 여권 발급이 불가하다고 했다. 2012년 문화방송 파업 때, 노조부위원장으로 일하던 나를 검찰은 업무방해죄로 기소했다. 재판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검사님은 제가 불법 폭력 파업을 선동하는 종북좌파라고 주장하지만, 저는 자유민주주의자입니다. 언론사 직원인 내.. 더보기
인생의 좌절을 기회로 만드는 방법 (어제 올라온 강연 원고를 공유합니다.) 한때 제가 회사에서 온갖 징계를 다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대기발령, 출근 정지, 정직 6개월 등등. 동료들은 해고 빼고 모든 징계를 다 받아봤다고 저를 징계의 제왕이라 부릅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회사를 잘 다닙니다. 직장생활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어떻게 좌절에 대처할까? 최근에 쓴 책, 를 가지고 말씀드릴까 합니다. 이 책은 제가 2011년 MBC 노조부위원장이 되고 난 후, 7년간의 싸움을 기록한 책인데요. 4개의 장으로 이뤄져있습니다. 1부. 회사를 사랑한 딴따라 어려서 춤추고 노는 거 좋아하던 딴따라가 어쩌다 예능 피디가 되었을까요? 저는 제가 방송사 피디가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공대를 나와 영업사원을 하다 외대 통역대학원에 갔습니다... 더보기
딴따라는 어쩌다 투사가 되었나? (오늘 글은 좀 깁니다...) 국립암센터에 입원한 이용마 기자를 봤을 때,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후배가 떠올랐다. 이용마처럼 책임감이 투철한 친구였다. 대학 신입생 시절 교정을 지나가다 나의 권유로 동아리에 들어온 후배였다. 군 복무 후 취업 준비하느라 동기들이 동아리 활동에서 빠졌을 때, 혼자 후배들 스터디를 챙긴 친구였다. 훗날 대기업을 다니며 그룹 메일 시스템 개발을 맡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뜩이나 책임감 강한 녀석이 중책을 맡았으니 얼마나 열심히 할까’ 싶었다. 30대 중반이 넘도록 결혼도 미루고 일만 했다. 바빠서 건강검진 챙길 여유도 없다던 후배가 어느 날 피로가 너무 오래 간다며 병원을 찾았다가 간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시골에 계신 늙은 아버지에게 아들 병수발을 맡길 순 없다며 후배는 .. 더보기
부디 자중자애하시라 (오늘자 한겨레 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어느 날 출근길에 휴대폰에 낯선 번호가 떴다. 병원 응급실에 아버지가 실려 오셨다고. 아침 산책 나가셨는데 웬 날벼락인가. 병원에 달려가니 팔순의 아버지가 피투성이가 되어 누워 있었다. 아파트 정원에 열린 대추를 따겠다고 나무에 오르셨다가 가지가 부러지는 바람에 떨어졌단다. 척추에 금이 가고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찔러 출혈이 심했다. 몇 달 간 병원 신세를 진 끝에 간신히 건강을 회복하셨다. 중환자실에 누워 사경을 헤매는 아버지를 보고 의문이 꼬리를 이었다. ‘팔순의 나이에 나무는 대체 왜 오르신 걸까?’ ‘대추나무 가지는 어쩌다 부러졌을까?’ 어느 날 아파트 승강기에 붙은 공고문을 봤다. ‘지하 주차장이 있어 아파트 마당의 표토층은 3미터에 불과합니다. 나무가.. 더보기
키보드워리어와 아가리파이터 MBC 노조부위원장으로 한창 파업을 하던 2012년 6월 참여연대에서 연락이 왔어요. 공영방송 파업에 대해 참여연대 회원들에게 이야기를 해달라고. KBS에서는 최경영 기자가 오고, MBC에서는 제가 갔어요. 저보다는 이용마 기자가 어울리는 자리였지만, 다양한 입장을 듣기 위해 기자와 피디 각 한 명씩 불렀대요. 저는 쫄보라 파업 관련 행사 출연 섭외를 받으면 겁이 덜컥 납니다. 내가 뭐라고 감히 언론에 대해 이야기를 할까. 이런 걱정이 들고요. 무엇보다 저는 코미디 피디라 진지한 자리에서 엄숙한 이야기를 길게 하는 걸 잘 견디지 못해요. 그럼에도 나가야 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이럴 때 저는 웃길 작정으로 나갑니다. 참여연대에서 연락이 왔을 때, 생각했어요.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을 설명하는 일은 '우.. 더보기
내 친구 이용마 무라카미 하루키의 를 보면, 하루키는 전업 작가로 살면서 체력 관리를 위해 매일 달린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달리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근육은 잘 길들여진 소나 말 같은 사역 동물과 비슷하다. 주의 깊게 단계적으로 부담을 늘려 나가면, 근육은 그 훈련에 견딜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적응해 나간다.’ 이명박 정부가 언론을 장악하려고 권력을 동원하던 시절, 문화방송 노조는 미디어 법 반대 파업,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벌였다. 거의 매년 파업이 일어났고, 노조는 모든 싸움에서 졌다. 양심적인 기자와 피디는 현업에서 쫓겨났고 구성원들은 패배의식에 빠졌다. ‘어차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대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아도 되지 않을까?’ 양심도 사역 동물이다. 그냥 두면 너무 쉽게 게을러지고 망가.. 더보기
당한 만큼 갚아준다 서울 국제도서전에 갔습니다. 책벌레를 위한 최고의 축제지요. 이곳 저곳 기웃거리다, 대만 부스를 보니 무척 반갑습니다. 제 책을 2권 연속 판권 수입한 나라입니다. 저자에겐 은인의 나라입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대만에 가서 저자 싸인회 하는 게 꿈입니다. KBS에서 야심차게 꾸민 코너도 있군요. '요리 인류' 모두들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어요. 입장권에 3천원 할인권이 찍혀 있으니, 그걸로 책을 사고 싶어요. 한참을 돌아다니다 (이케이도 준 / 이선희 / 인플루엔셜)를 만났어요. 일본에서 대히트한 드라마의 원작입니다. 저자 이케이도 준은 은행원으로 일하다, 글을 쓰기 위해 퇴사한 사람입니다. 그가 쓴 은 은행 내부 사정에 밝고 정교한 묘사가 압권입니다. 이후 도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정작 그의 대표작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