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서평란에 올라온 시리즈 소개를 보고 확 끌렸어요. 등단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시스템 밖에서 암중모색을 거듭하며 분투하다 마침내 책을 내고 작가라 불리게 된 3명의 작가가 "어떻게 하면 내가 쓴 글을 책으로 낼 수 있는지"에 대해 알려준다고요. 그래서 찾아 읽었습니다. 

<작가특보 : 뭐라고? 마감하느라 안 들렸어> (도대체 글 그림 / 은행나무)

경향신문에 '도대체' 작가님이 연재하는 <그럴수록 산책>을 좋아합니다. 저자는 한량 기질 아버지와 부지런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두 분의 중간이 되지 못하고 '게으른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한량'이 되었다고요. 저는 안정된 직장을 갖기를 바랬던 아버지와, 글쓰는 사람이 되기를 바랬던 어머니 사이에서 자라, 직장인 작가가 되었어요. 저의 고민은, 나처럼 글을 못쓰는 사람이 글쓰는 직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입니다. 책을 찾아 읽으며 공부합니다.

마감이 다가오는데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도대체' 작가님은 일단 걷고 봅니다. 걸어다니다 보면 뭐라도 하나 건진데요. 그런 다음엔 먹고 봅니다.

''걷기'가 소재를 얻기 위한 적극적인 방법이라면, '먹기'는 약간 체념에 가깝습니다. '아무 생각도 못하고 시간만 죽일 바에는 맛있는 거라도 먹자. 그러면 기분이라도 좋아지니까'라는 마음인 셈이죠.'
(위의 책 31쪽)
    
저도 그래요. 글이 잘 풀리지 않으면, 동네 뒷산을 걷습니다. 그러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를 하고요. 안 떠오르면 기왕에 나들이간 김에 동네 단골 팥빙수 집과 떡볶이 집을 찾아가 주전부리를 합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건 충분한 수면입니다. 직장인 작가라고 잠을 줄여가며 글을 쓰지는 않습니다. 저의 경우, 주말에 도서관에서 책 원고 작업을 할 때는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잡니다. 하루 종일 앉아서 작업을 한다고 능률이 오르지는 않아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 작업을 시작하기에, 종일 일하다보면 오후에 방전됩니다. 낮잠을 통해 쉬어줘야 오후에 생산성이 다시 오릅니다. 

마감노동자로 오래 지내오신 작가님의 얘기 중에 의외의 꿀팁도 있어요. 

'의외로 일이 잘된 곳은 수업이 진행되는 강의실이었습니다. 저는 종종 다양한 특강을 들으러 가는데요. 분명히 관심 있어서 시간과 돈을 들여 들으러 간 강의인데도 어김없이 딴생각이 나곤 합니다. 칠판과 책상 위를 번갈아 보며 열심히 강의를 듣는 학생으로 보이지만, 딴생각이 한참 진행 중이거나 손으로는 낙서를 하고 있지요. 수업 시간에는 재밌는 아이디어도 많이 떠오릅니다.'
(46쪽)

저도 수업을 듣다 떠올린 글감이 꽤 됩니다. 삶이 그냥 물흐르듯 흘러만 가면 아무 것도 남는 게 없어요. 책을 읽고 강연을 듣다보면 타인의 생각과 내 생각이 부딪혀 마찰을 일으키는 지점이 있어요. 그때 뭔가 스파크가 튀기도 하고요. 타인의 경험이 내 기억을 끄집어내는 촉매가 되기도 해요. 

블로그를 매일 마감하는 비결이 무엇일까요? 이 책 2부의 제목입니다.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는 만큼 합니다.'

'보리랑'님이 언젠가 댓글에서 해주신 이야긴데요. 저는 언제든지 쉽게 포기한다고요. 맞는 말씀입니다. 힘들면 언제든 그만 둘 생각이기에, 쉽게 도전합니다. 자꾸 도전하다보면 얻어걸리기도 하고요. 블로그가 그래요. 힘들면 그만둘 텐데, 너무 재밌어서 그만 둘 수가 없어요. 10년을 해왔으니, 아마 앞으로도 10년 이상은 꾸준히 할 것 같아요. 
글을 잘 쓰지는 못해도,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즐거움이 글에 드러나기를 소망합니다. 매일 찾아와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더욱 즐겁습니다. 고맙습니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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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라피나장 2019.11.20 06: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퇴직 10년
    남겨두고
    제일로
    글쓰기
    매력


    아직은
    아무것도
    시작♡시도
    없지만
    염두

    좋은하루
    어제만큼
    오늘도

    딱 그만큼만 ^~~

  2. 보리랑 2019.11.20 06: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등으로 하트 눌렀더니 제 별명이~ ㅋㅋ 스페인어 17주간 암송하겠다고 굳게 다짐한 것도 아닌데 숨이 턱에 차서 생업에 지장이 있는데도 그 댓글이랑 다르게 그만두지를 못하네요 ㅎㅎ 무~지 재밌다는거죠. 피디님과 스페인어 롤플레잉 꿈꿉니다. 😅

    "타인의 경험이 내 기억을 끄집어내는 촉매가 되기도 해요." 거의 무의식으로 가라앉아버린 기억 소환, 독서와 글쓰기의 매력이지 싶어요.

  3. 아리아리짱 2019.11.20 07: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PD님 아리아리!

    오호라~!
    또 재미진 책 3종 세트 한꺼번에 소개네요!
    왕 감사합니다.

    저도 얼떨결에 피디님 따라 매일 아침 블로그 글 쓰기
    10개월 차입니다.
    저에게 우째 이것이 가능 한지 신기할 뿐입니다.
    10년 의 매일아침 글쓰기, 그것이 가능 할지 까마득합니다.


    솔직히 글감의 부족으로 매일매일이 힘겨울 때도 많은데
    어찌어찌 이렇게 연명을 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면 쓸수록 10년을 한 결 같이 글을 올리신
    피디님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거 결코 쉬운일이 아님을 날마다 날마다 느끼거든요.

    저도 하다가 정 힘들면 쉬어가자는 생각으로 부담 줄이려
    합니다만, 아직은 힘듬보다 즐거움이 조금 더 큰 것 같습니다.

    우선 잘 쓰려는 부담보다, 뻔.자. 솔 (뻔뻔하고, 자유롭고, 솔직하게)
    정신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싸부님'의 10년의 글쓰기에 무한한 존경심을 다시 한 번 더 보냅니다.
    <공짜로 즐기는 세상> 영원하라~~~!

  4. 더치커피좋아! 2019.11.20 08: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대체 작가님.
    '그럴수록 산책'
    아이와 함께 보는 토요툰입니다.
    피디님과 공감하는 글읽기가 되었네요^^
    담백하면서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이야기들입니다.
    생각하고 배우고 실천하는
    피디님~파이팅!^^

  5. 산책하는 초록별 2019.11.20 08: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작가님~ 처음 인사드립니다.
    우연히 탄자니아 여행기와 인연이 된 뒤, 멀찍이서 관심을 두다, 꼬꼬독과 연결이 돼 이렇게 블로그까지 찾아오게 되었네요.

    팍팍한 삶에 용기와 희망을 주는 메시지,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열정과 끈기에 저도 용기를 얻습니다. 감사합니다.

  6. 새벽부터 횡설수설 2019.11.20 09: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아침입니다! PD님 제가 오늘 TV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어요!! ^^
    그 이야기를 곧 제 블로그에 올릴 예정인데요. 이것도 다 피디님이 주신 좋은 영향 덕분이라 생각합니다.ㅎㅎ
    앞으로도 많은 기회를 낳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7. GOODPOST 2019.11.20 09: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pd님 영향으로
    힘들면 언제든 그만 둘 생각에 오늘도 쉽게 도전합니다.
    잘 안되면, 주변에서 약간의 창피를 당하겠지만
    아무것도 안해서 후회하는 삶보다
    도전했기에,실패하더라도 조금이라나 성장하는 삶을 선택하겠습니다.

    긍정에너지 늘 감사드립니다.

  8. boderless Nomad_MK 2019.11.20 10: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는 만큼 합니다"........... 띵! 하고 놀랍니다.
    월요일에 읽은 문구 "자신의 삶에 대한 예의를 차리기 위해 이번 한 주도 화이팅!"이라고 하셔서
    월요일부터 지금까지(그래봤자 오늘이 수요일이라 겨우 2~3일이지만, 작심3일조차도 어마어마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인간입니다.) 빼먹지 않고 나름 꾸준히 실천하는 게 있어요. 바쁘고 정신없는 와중에 없는 시간 만들어 20여분 뜀박질하다가 짐에가서 단 10분 스트레칭이라도 했어요. 평소 같으면 짐에 오가는 시간이 10분이라서 안 가고 걍 침대에 누워서 눈이 저절로 감길 때까지 유튜브보다가(꼬꼬독도 봤어요^^) 잠들었을텐데...내 삶에 대한 예의를 차리고자 단 10분이라도 할 수 있는 만큼만이라도 화이팅해보자! 라는 심정으로 실천했더니 벌써 수요일이고 왠지 이번 한주는 매일마다 운동할 것 같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는 만큼만...계속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9. 아빠관장님 2019.11.20 10: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마 전 서점에서 3종 세트가 너무나 이쁘게 진열되어 있던 그 책들이네요~. 한참을 둘러보다 사지는 않았는데, 피디님 설명 들어보니, 엄청 땡기네요!!!^^

    '좋아서 하는 것'의 참 재미를 알게 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피디님 블로그에 항상 찾아와 주시는 분 모두 자발적인, 본인이 좋아서~ 오시는 거라 생각합니다~.^^

    서로들 감사한 존재네요~

  10. 나겸맘 리하 2019.11.20 11: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다가 못하겠으면 포기. 대신 재미나거나 만만한 것은 끝까지 해보기. 저도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나이들다 보니 너무 아둥바둥 사는 것도 버겁고요.
    마음 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즐거울 수 있는 인생을 우울하게 살고 싶지도 않고요~
    날마다 쓰는 삶이 도전이기도 하지만 기쁨이기도 하네요.^^ 그런 기쁨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황농문 교수님의 <몰입>에서 낮잠과 선잠, 수면 후 몰입도가 급상승한다고 나오더군요.
    피디님의 원활한 원고작업에는 낮잠이 숨은 공신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충분한 수면으로 건강 챙기셔서 좋은 책 많이 내 주세요~~

  11. 랄라 2019.11.20 16: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에게 좋은 영향을 주시는 피디님을 글로만 만나기가 너무 아쉬워서 지난 여름 최인아 책방 강연때 뵙고 왔어요.
    그때 캠프 가 있던 딸에게 편지로 강연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저를 부러워 하더라고요 ^^ 그래서 오늘 같이 갑니다~
    피디님의 주옥같은 이야기 딸과 함께 들을 생각하니 너무 설레고 좋아요 ㅎㅎ

  12. 오키쌤 2019.11.20 16: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늘 매일 아침 들러서 글 읽고 저에게 적용할 수있는 점을
    찾아봅니다.
    저도 매일 온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벌써 돋보기를 써야하나 속상해서 미루다가
    도저히 안되겠길래 안경 맞췄어요.
    책읽기 글쓰기 모두다 더 즐겁게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13. 오달자 2019.11.20 20: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과의 지난봄날의 영화 관람 이후~~
    블로그 시작한 지 8 개월~
    새내기초보 블로거입니다.

    사실, 처음 시작할 때는 의욕도 충만.시간도 충만. 꺼리도 충만했었던 블로그 글쓰기가
    현재는 일하는 핑계로 책읽는 시간 확보도 만만치 않아 글감찾기가 쉽지 않지만서도..,
    그럼에도불구하고 매일 매일 피디님 글에 댓글 다는 재미는 멈출 수가 없고~~

    매일 매일 미흡한 제 블로그에 찾아주시는 블친들께 감사인사라도 드려야 해서 하루 하루 겨우겨우 글 올리고 사는 실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로그놀이는 재미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재미로 시작해야 오래할 수 있다는 명언을 해주신 피디님 말씀따라 오늘 하루도 생애 최고의 날~
    되셨기를 기대합니다~^^

  14. 빛나는별 2019.11.21 02: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쉽게 도전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만큼 즐겁게 한다! 저도 도전은 쉽게 하는 편인데 오래 지속하는 일이 없어 제 자신에게 실망이 컸어요. 얼마 전 강연 질의응답 시간에 작가님께서 도전하고 시도하는 자신을 좀 더 예뻐해줘도 된다고 해주셔서 조금은 희망을 되찾았습니다. 곽재식작가님 sf소설 몇 편과 <항상 앞부부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번엔 '버티기'네요ㅋㅋ 3종 시리즈 소개 감사합니다~

  15. silahmom 2019.11.21 09: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부지런한 엄마를 두었는데 왜 도대체 전 부지런하지 않을까요? ㅎ
    엄마 아버지의 성향 중 전 무엇을 물려받았는지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아이는 말입니다....딱 저랑 남편의 장점만 물려 받길 바래봅니다.ㅎ

  16. 섭섭이짱 2019.11.21 10: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걷기와 먹기하면 제가 잘 하는건데 ㅋㅋㅋ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그냥 머리가 복잡할때 걷는건 좋은거 같아요.
    매일 만보씩 걷으려하다보니 걷는게 재밌더라고요.

    나와 맞는 재밌는걸 찾는게 항상 고민인데..
    하다말다 하면서보니 몇 가지는 건질수 있을거 같아요. ^^


  17. 김주이 2019.11.21 19: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즐거움이 가장 큰 동력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