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저는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이라는 책에 반했어요.
'하드보일드는 살아남은 자, 아니 살아가야만 하는 자의 서사다. 아무것도 줄 수 없다 해도, 미로를 헤매는 즐거움은 존재할 수 있다. 이 끝없는 미로의 출구가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는, 한 가닥 희망만은 간절하게 남아 있기에. 그게 하드보일드의 비극적인 세계관이다. 알 수는 없지만, 믿을 수도 없지만 지금 이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만 한다. 나는 하드보일드가 일종의 스타일이며, 애티튜드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캐릭터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와 살아가는 방식으로서, 세상의 폭력에 맞서 살아남는 한 가지 방법.'
삶이 힘들어질 때, 하드보일드의 주인공처럼 살아야겠다고 결심합니다. 이 책에서 추천한 스릴러나 추리소설을 읽으며 힘든 시절을 버텼어요. 그렇게 책을 읽다 문득, 내가 겪고 있는 상황이 하드보일드의 비극적 세계관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무기력한 패배자의 삶이 아니라 매일 나의 일상을 기록하는 삶. 매일 글을 한 편씩 쓰는 일은 절대 쉽지 않았어요. 매일 책을 읽는 건 쉬운데, 글을 쓰는 건 어려웠어요.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을 쓴 김봉석 작가님은 2007년부터 상상마당 아카데미에서 '전방위 글쓰기' 수업을 했어요. 작가님에게 글쓰기를 배우고 싶었어요. 하지만 저는 평일 저녁에 외부 일정이나 약속을 잘 잡지 않아요. 힘든 시절에 아이들과 저녁 시간을 보내며 버텼습니다. 결국 수업을 듣지는 못했는데요. 13년간 글쓰기 수업을 하신 김봉석 선생님이 이번에 글쓰기 교재를 내셨습니다.
<나도 글 좀 잘 쓰면 소원이 없겠네> (김봉석 / 한빛라이프)
이 책을 받아들고 엄청 후회했잖아요. 처음부터 이렇게 글쓰기를 배웠다면 시행착오를 줄였을 텐데! 블로그에 남아있는 오래된 글을 볼 때마다 밀려오는 부끄러움과 후회는 줄었을 텐데! 이 책은 글쓰기 초심자를 위한 실전 매뉴얼입니다. 글쓰기의 구체적인 훈련법이 순서대로 나옵니다. '왕초보를 위한 글 근육 단련하기.' '글쓰기 왕초보 4주 집중 훈련' 등. 독자가 직접 빈칸을 채우며 글쓰기를 훈련하는 워크북 형식인데요.
'내가 좋아하는 낱말 20개 이상 쓰기', '내가 좋아하는 속담 쓰기', 끝말잇기, 삼행시 등 아주 기초적인 연습에서 시작해서 일기, 에세이, 리뷰까지 본격적인 훈련까지 이어집니다. 매일 30분씩 4주간 이 책에서 시킨 걸 따라가면 왕초보 탈출! 문득 동양문고의 <중국어 첫걸음의 모든 것>이라는 교재가 떠올랐어요. 중국어 발음부터 단어 공부와 문법을 거쳐 실전 회화까지, 왕초보라도 책만 충실히 따라하면 연습이 되는 책이거든요. 이 책은 마치 <글쓰기 첫걸음의 모든 것>같아요.
영화/문화 평론가로 오래 일을 한 김봉석 작가님의 리뷰 쓰는 요령을 소개합니다.
'리뷰를 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을 재미있게 보는 것입니다. 재미있게 본 영화를 되짚어 봅니다. 모든 것을 다 기억하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재미있었던 요소를 생각하며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정리해 봅니다. 리뷰는 짧은 글이기 때문에 영화의 모든 것을 설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주의 깊게 본 요소들을 중심으로 설명하면 됩니다. 리뷰 쓰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가 항상 보고 듣고 경험하면서 평가하는 많은 것들을 조금 더 생각하고 정리해서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내 눈으로 보고 들은 것을, 내 시각으로 평가하고 해석하는 것. 그리고 나의 문장으로 쓰는 것. 이것뿐입니다.'
(111쪽)
쓰고자 하는 글감을 찾고, 어떤 이야기를 할지 테마를 정해 발전시키고, 독자가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는 요소를 구체화해 갑니다.
'글쓰기는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친구와 말할 때 크게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차근차근 이야기하면 대부분은 전달이 됩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말하고 싶은 것을 정리하고, 순서대로 차근차근 설명하면 됩니다. 아마추어 글쓰기의 원칙은 아는 것을 솔직하게 말하기입니다.'
(147쪽)
새해에는 우리 모두 글쓰기의 즐거움을 누려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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