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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딴따라 글쓰기 교실

내일의 소설가에게

by 김민식pd 2020. 2. 10.

마루야마 겐지의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에게>를 읽었습니다. '대가의 가르침은 이런 것이구나!' 하고 여실히 깨닫게 되는 책입니다. 소설가 지망생을 위한 책인데요. 책에서, 어떤 일을 꾸준히 하는 자세에 대해 배웠습니다.

'소설을 쓸 때 집중력만큼 필요한 것이 지구력입니다. 매일 쓸 수 있는 능력이지요. 자기 관리를 잘 한다는 것은 자립해 있다는 것입니다.'

(28쪽)

직장인이 책을 내고자 한다면 먼저 확보해야 할 것은 시간입니다. 꾸준히 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고요. 이를 위해서는 자기 관리가 필수입니다. 회식이나 모임을 다 쫓아다니면서, 자신을 위한 시간을 따로 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글을 쓰는 요령은 오로지 글을 쓰면서 터득할 수 있습니다. 

'집필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길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하루에 두세 시간 정도입니다. 물론 그 이상 쓰려고 하면 쓸 수 없는 것은 아니나, 그저 쓴 것에 불과한 결과물이 나올 뿐입니다. 가장 바람직한 시간은 여덟 시간을 숙면한 후, 다시 그로부터 두 시간이 지난 후의 두 시간입니다. 여섯 시에 일어난다면 여덟 시에서 열 시까지가 되겠군요. 일 때문에 그 시간을 활용할 수 없다면, 좀 더 일찍 자고 좀 더 일찍 일어나 보십시오. 이렇다 할 목적 없이 살고 있다면 두 시간쯤 짬을 내기가 어렵지 않을 겁니다.'

(39쪽) 

저는 저녁 약속을 잡지 않는 것으로 아침에 2시간을 확보합니다. 요즘은 저녁 9시에서 10시 사이, 졸릴 때 바로 자리에 눕습니다. 민서가 중학생이 되어 더이상 책을 읽어주지 않아도 되거든요. ^^ 일찍 잠들기에 새벽 5시가 되면 의욕이 충만한 상태로 일어날 수 있어요.

마루야마 선생은 소설을 쓰는 요령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1  쓰기 시작했다면 뒤돌아보지않는다.

우선은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아야 합니다. 한 번 쓴 문장을 다시 읽어 보면서 나아가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신이 쓴 문장을 돌아보면, 바로 자기혐오에 빠질 뿐이니까요.

2 다 쓴 원고를 다시 읽는다.

아마 한심한 지경일 겁니다. 부끄러운 나머지 당장 불태워 버리고 싶겠지요. 의욕을 상실하고 소설 따위는 두 번 다시 쓰지 않겠다 맹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시점에서 손을 터는 것은 너무 성급합니다. 이제부터 살을 붙이고 손질하면서 조금씩 자신이 원하는 작품으로 좁혀가야 합니다.

3. 첫 원고를 다른 원고지에 옮겨 쓰면서 손질한다.

옮겨 쓰면서 다듬는 중에 당신은 생각지도 않게, 소설을 좋게 다듬을 수 있는 방법을 잇달아 발견하게 될 겁니다. 몇 번을 다시 읽고서도 깨닫지 못했던 것을 확실하게 깨닫게 될 것입니다.

4. 적어도 일곱번은 고쳐쓴다.

고쳐 쓰는 일을 적어도 일곱 번은 반복해야 합니다. 거듭 고칠 때마다 당신은 소설을 쓰는 것이 어떤 일인지, 재능을 형태화하는 것이 어떤 일인지를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깨우치게 될 겁니다.

(41~50 쪽 정리)

마루야마 선생은 손으로 원고를 쓰나봐요. 그래서 원고지에서 다른 원고지로 옮겨 쓰면서 글을 다듬습니다. 1943년생 노작가 답습니다. 이런 작업 스타일로 산 속에 틀어박혀 오로지 집필만 이어가고 있다는 모습에 수도사의 삶을 떠올립니다. '글은 한번에 쓰는 것이 아니라 고쳐 쓰는 것이다. 글쓰기는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깨우친다.' 그렇지요. 습관을 길들인 몸으로 배우는 게 글쓰기입니다.

글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철자법이 어려웠어요. 글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오타가 나기도 해요. 저는 화면을 옮겨가며 글을 고칩니다. 전철에서 책을 읽으며 휴대폰 메모장에 간단한 메모를 남깁니다.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메모를 메일로 보냅니다. 메일을 한글 문서로 옮겨 살을 붙입니다. 다 쓰고 나면 블로그에 비공개로 저장해 둡니다. 당장 공개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글을 여러 편 저장해두고, 시간이 날 때마다 들여다보며 수정을 합니다. 글은 결국 한 번에 쓰는 것이 아니라, 고쳐 쓰는 것입니다.   

소설가가 되겠다는 후배에게 철저하게 고독한 삶을 살라고 하십니다. 

'절차탁마는 사람들과의 교류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사람이 아니라 작품과 교류하십시오.'

(127쪽)

어떤 사람에게 관심이 생기면, 그 사람이 쓴 책을 읽습니다. 그는 자신이 얻은 최고의 깨달음을 정제된 언어로 책에 모아뒀을 테니까요. 

거장의 책에서 글쓰는 자세를 배웠습니다. 책을 통해 삶의 롤모델을 만날 수 있어 오늘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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