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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딴따라 글쓰기 교실

매일 마감하는 이유

by 김민식pd 2019. 11. 20.
신문 서평란에 올라온 시리즈 소개를 보고 확 끌렸어요. 등단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시스템 밖에서 암중모색을 거듭하며 분투하다 마침내 책을 내고 작가라 불리게 된 3명의 작가가 "어떻게 하면 내가 쓴 글을 책으로 낼 수 있는지"에 대해 알려준다고요. 그래서 찾아 읽었습니다. 

<작가특보 : 뭐라고? 마감하느라 안 들렸어> (도대체 글 그림 / 은행나무)

경향신문에 '도대체' 작가님이 연재하는 <그럴수록 산책>을 좋아합니다. 저자는 한량 기질 아버지와 부지런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두 분의 중간이 되지 못하고 '게으른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한량'이 되었다고요. 저는 안정된 직장을 갖기를 바랬던 아버지와, 글쓰는 사람이 되기를 바랬던 어머니 사이에서 자라, 직장인 작가가 되었어요. 저의 고민은, 나처럼 글을 못쓰는 사람이 글쓰는 직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입니다. 책을 찾아 읽으며 공부합니다.

마감이 다가오는데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도대체' 작가님은 일단 걷고 봅니다. 걸어다니다 보면 뭐라도 하나 건진데요. 그런 다음엔 먹고 봅니다.

''걷기'가 소재를 얻기 위한 적극적인 방법이라면, '먹기'는 약간 체념에 가깝습니다. '아무 생각도 못하고 시간만 죽일 바에는 맛있는 거라도 먹자. 그러면 기분이라도 좋아지니까'라는 마음인 셈이죠.'
(위의 책 31쪽)
    
저도 그래요. 글이 잘 풀리지 않으면, 동네 뒷산을 걷습니다. 그러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를 하고요. 안 떠오르면 기왕에 나들이간 김에 동네 단골 팥빙수 집과 떡볶이 집을 찾아가 주전부리를 합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건 충분한 수면입니다. 직장인 작가라고 잠을 줄여가며 글을 쓰지는 않습니다. 저의 경우, 주말에 도서관에서 책 원고 작업을 할 때는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잡니다. 하루 종일 앉아서 작업을 한다고 능률이 오르지는 않아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 작업을 시작하기에, 종일 일하다보면 오후에 방전됩니다. 낮잠을 통해 쉬어줘야 오후에 생산성이 다시 오릅니다. 

마감노동자로 오래 지내오신 작가님의 얘기 중에 의외의 꿀팁도 있어요. 

'의외로 일이 잘된 곳은 수업이 진행되는 강의실이었습니다. 저는 종종 다양한 특강을 들으러 가는데요. 분명히 관심 있어서 시간과 돈을 들여 들으러 간 강의인데도 어김없이 딴생각이 나곤 합니다. 칠판과 책상 위를 번갈아 보며 열심히 강의를 듣는 학생으로 보이지만, 딴생각이 한참 진행 중이거나 손으로는 낙서를 하고 있지요. 수업 시간에는 재밌는 아이디어도 많이 떠오릅니다.'
(46쪽)

저도 수업을 듣다 떠올린 글감이 꽤 됩니다. 삶이 그냥 물흐르듯 흘러만 가면 아무 것도 남는 게 없어요. 책을 읽고 강연을 듣다보면 타인의 생각과 내 생각이 부딪혀 마찰을 일으키는 지점이 있어요. 그때 뭔가 스파크가 튀기도 하고요. 타인의 경험이 내 기억을 끄집어내는 촉매가 되기도 해요. 

블로그를 매일 마감하는 비결이 무엇일까요? 이 책 2부의 제목입니다.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는 만큼 합니다.'

'보리랑'님이 언젠가 댓글에서 해주신 이야긴데요. 저는 언제든지 쉽게 포기한다고요. 맞는 말씀입니다. 힘들면 언제든 그만 둘 생각이기에, 쉽게 도전합니다. 자꾸 도전하다보면 얻어걸리기도 하고요. 블로그가 그래요. 힘들면 그만둘 텐데, 너무 재밌어서 그만 둘 수가 없어요. 10년을 해왔으니, 아마 앞으로도 10년 이상은 꾸준히 할 것 같아요. 
글을 잘 쓰지는 못해도,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즐거움이 글에 드러나기를 소망합니다. 매일 찾아와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더욱 즐겁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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