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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904

내 인생, 최고의 '샘'을 만나다 경상도에서는 어린 남자들이 선배를 보면 '햄'(행님을 줄여서)이라 부르고 선생님은 '샘'이라고 부른다. "햄요, 밥 묵었능교." "샘! 오늘 숙제 안 내주면 안 되능교?" 내 인생의 스승은 역시 책인데, 오늘은 최근에 만난 최고의 '샘' 얘기를 해볼까 한다. 바로 교보문고 이북 리더기 'SAM'이다. (종이책과의 크기 비교를 위해, 우리 집에서 제일 큰 책, 아이 악보집 위에도 올려놓는 꼼수! ^^) 활자중독인 나는 언제 어디서나 책을 읽을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고 산다. 특히 스마트폰에 각종 리더기 어플을 깔아두고 이북(e-book)을 읽는데, 어느날 후배가 물었다. "형은 그렇게 전자책을 많이 읽는데, 왜 이북 리더기를 안 쓰세요?" 내 인생의 철칙 중 하나는 공짜로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돈 주고 .. 2015. 2. 19.
20세기의 마지막 문턱에서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유난히 힘들었던 한 해였습니다. 세월을 거꾸로 거슬러 사는 듯 퇴행과 퇴보가 이어지는 한 해였습니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라는 폴란드 여류시인이 있습니다. 1923년에 폴란드에서 태어나 2차대전과 유대인 학살을 목격한 시인이 나이들어 쓴 시 한 수를 2014년의 막바지에 다시 읽어봅니다. 20세기의 마지막 문턱에서 우리의 20세기는 이전의 다른 세기들보다 훨씬 더 발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입증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모든 연도에 일련번호가 매겨졌다. 흔들리는 걸음걸이, 숨 가쁜 호흡.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일들이 이미 너무도 많이 일어났다. 또한 기대했던 수많은 일들이 발생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20세기는 행복을 향해서, 따뜻한 봄을 향해서 전진할 예정이었다... 2014. 12. 27.
'종의 기원'을 읽고 (저와 아내, 그리고 또다른 외대 통역대학원 출신 커플, 이렇게 넷이서 한달에 한번씩 고전 독서 세미나를 하고 있습니다. 첫번째 책은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임승수'이었구요. 2014/06/11 - [공짜 PD 스쿨/짠돌이 독서 일기] - 지금 '자본론'을 읽는 이유 그 다음에는 '국부론 -아담 스미스' '총 균 쇠 - 제레미 다이아몬드', 그리고 이번에는 '종의 기원 - 찰스 다윈'을 읽었답니다. 돌아가며 발제를 하는데, 이번에 제가 한 발제문을 올립니다. 책은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송철용 교수님 번역본입니다.) 내 생각을 내 것이라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가 하는 생각은 이제껏 내가 읽은 것, 들은 것, 본 것의 총합 아닌가. 우리가 누리는 문화와 역사도 선조와 동세대 타인들에 의해.. 2014. 10. 24.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 좋은 글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다. 나는 사람의 마음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것은 보통의 경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책을 읽고 삶의 방식을 바꾸기란 참으로 어렵다.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책을 만난다는 것은 그래서, 참으로 귀한 경험이다. 박성제 기자가 쓴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 이 책의 앞 부분은 술 먹고 골프 치고 놀기 좋아하는 한량 기자가 사람 좋아 덜컥 노조 위원장직을 맡았다가 '어쩌다 보니' 해직 기자가 되어 있더라는 이야기다. 후반부는 해고자의 신분으로 울분을 달래기 위해 목공을 배우고 '그러다 보니' 하이엔드 수제 스피커를 만드는 전문가가 되어 있더라는 얘기다. 책의 1부는 해직 기자, 2부는 스피커 장인이 주인공이.. 2014. 1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