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짠돌이 독서 일기903

2016-3 공부 중독 몇년 전, 초등학교 6학년생이던 조카의 숙제를 도와준 적이 있다. 모둠 아이들이 관심있는 직업인을 만나 인터뷰하는 게 과제였다. 방송사 드라마 PD를 인터뷰하고 싶다고 해서 역삼동까지 아이들을 만나러 갔다. 초등학교 6학년 진로 탐색 과제인데, 스마트폰으로 인터뷰를 찍고 편집해서 동영상으로 과제를 제출한다기에 혀를 내둘렀다. '요즘 아이들 정말 대단하네? 나는 PD가 되기 전에는 동영상 편집은 커녕 촬영도 해 본 적이 없는데.' 인터뷰를 하면서 보니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아이들이 셋이었다. 이런 인터뷰를 굳이 카메라 3대로 찍나? 나중에 편집하는 게 더 힘들텐데? 찍는 아이들이 서 있는 위치를 보니 인물 사이즈의 차이가 없어 편집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굳이 3대를 돌리자면, 카메라 한 대는 좀 떨어져.. 2016. 1. 6.
2016-2 잠실동 사람들 '공짜로 즐기는 세상'이라는 책을 냈지만, 원래 쓰고 싶었던 책은 따로 있었다. 제목은 '왕따도 즐거운 세상'. 경상도에서 남고를 다닌 나는 고교 시절에 심한 왕따를 당했는데, 당시엔 죽을 것 같이 괴로웠다. 그런데 지나고보니 왕따를 당한 덕에 외로움을 견디는 힘을 길렀고, 그것이 인생을 즐겁게 사는 버팀목이 되더라. 학교 폭력으로 인한 아이들의 자살이 기사화되던 시절에, 그 경험에 대해 책을 한 권 쓰려고 했다. 이 세상 모든 왕따들에게 바치는 응원 메시지를 담아서. 그 책을 끝내 쓰지 못한 건 아내의 반대 때문이다. 아빠가 왕따였다고 소문이 나면 아이들이 놀림을 받지 않겠느냐. "너희 아빠 왕따였다며?"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공포는 정말 못말린다. 아내의 반대에 어쩔 수 없이 책의 방향을 바꿨다. '.. 2016. 1. 4.
2016-1 열광금지, 에바로드 매년, 1년에 100권 넘게 책을 읽는다고 하면 사람들이 물어본다. '책을 고르는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기준은 없다. 정해진 작가나 장르만 읽는다면 1년에 100권 채우기 힘들다. 나는 아무 책이나 오는데로 다 읽는다. 나름의 기준이 있다면. '2번 스치면 읽어야 할 운명'이라는 거?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니, 2번 스치면 운명이다. 나는 장강명 작가의 '한국이 싫어서'가 읽고 싶었다. 제목이 너무 와닿아서.(ㅋㅋㅋㅋㅋ) 어느 순간부터 한국이 좀 싫어졌다. 내가 알던 그 나라가 아닌것 같아서. 자발적 망명을 떠나려고, 세 번의 해외 여행을 기획했다. 미국 가기 전에 읽으려고 도서관에 가보니, 대출중. 아르헨티나 가기 전에 가 보니, 또 대출중. 발리 가기 전에 읽으려고 가보니, 여전히 대출중. '한국.. 2016. 1. 2.
독서로 인생을 바꾼 남자 (2016년을 맞아 독서일기 리부트에 들어갑니다. 목표는 1년에 200권 읽기 기록 갱신입니다. 책을 많이 읽는 이유에 대해, 예전에 올린 글입니다.) 1980년대 후반 대학을 다닐 때, 난 늘 미래가 불안했다. 특히 앨빈 토플러의 '미래 충격'을 읽고 더 그랬다. 토플러의 책을 읽고 느낀 점은, 내가 주로 살아가게 될 21세기는 20세기와는 다른 세상이라는 것이었다. 당시 공대생이었던 나를 뒤흔든 토플러 3부작. '미래 충격' '제3의 물결' '권력이동'. 산업혁명이 20세기를 바꾸었다면, 정보 혁명은 21세기를 뒤흔들 것이다. 지나간 시간을 기준으로, 앞날을 계산하는 건 바보짓이다. 당시 나는 공대를 다니고 있었다. 이유는? 1970년대와 80년대가 공업 중심 시대였고, 엔지니어가 가장 안정적인 직업.. 2015. 1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