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에서는 어린 남자들이 선배를 보면 '햄'(행님을 줄여서)이라 부르고 선생님은 '샘'이라고 부른다.

"햄요, 밥 묵었능교." "샘! 오늘 숙제 안 내주면 안 되능교?"

 

내 인생의 스승은 역시 책인데, 오늘은 최근에 만난 최고의 '샘' 얘기를 해볼까 한다.

바로 교보문고 이북 리더기 'SAM'이다.

 

(종이책과의 크기 비교를 위해, 우리 집에서 제일 큰 책, 아이 악보집 위에도 올려놓는 꼼수! ^^)  

활자중독인 나는 언제 어디서나 책을 읽을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고 산다. 특히 스마트폰에 각종 리더기 어플을 깔아두고 이북(e-book)을 읽는데, 어느날 후배가 물었다.

"형은 그렇게 전자책을 많이 읽는데, 왜 이북 리더기를 안 쓰세요?"

내 인생의 철칙 중 하나는 공짜로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돈 주고 하지말라다.

갤럭시 노트에 이북 리더기 어플, '리디북스'나 '비스킷' '교보 전자도서관'을 깔면 되는데, 왜굳이 리더기가 필요하담? 근데 후배가 한마디 했다.

"형 나이면 이제 노안 올까 걱정해야 되는데, 기왕이면 눈이 편한 리더기로 읽으세요."

 

20대에는 몸 상해가며 돈 아꼈는데, 요즘은 몸 위한다고 하면 천금이라도 쓸 기세다. 은퇴 후 꿈이 전국의 도서관을 찾아다니며 방랑과 독서 삼매경에 빠지는 건데, 오래도록 책 읽으려면 눈도 아껴야지~^^ 그 말에 솔깃하여 리더기를 검색해보니... 이런 세상에! 교보문고에서 나온 리더기 샘이 단돈 5만9천원에 판매중이다!

 

사실 나도 리더기를 사고 싶은 마음이 있긴 했는데, 20만원이나 30만원 하는 가격이 부담스러워 포기하곤 했었다. 그런데 59000원이면... 교보문고 장바구니에 종이책 3권만 모아도 5만원이 넘어가는데, 그 돈이면 이북 리더기를 장만할 수 있다니! 그래서 바로 질렀다. 

 

그리고 며칠간 써 본 경험으로는... 만족 만족 대만족!

 

일단 작고 가벼워서 언제 어디든 들고 다니기가 쉽고. (요즘 같은 겨울에는 코트 외투 주머니에 쏙 들어간다.) 휴대폰으로 책을 읽다보니 밧데리가 빨리 닳았는데 이북 리더기 덕에 휴대폰 쓸 일이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휴대폰 액정으로 읽는 것보다 눈의 피로가 덜해서 장시간 독서를 해도 무리가 가지 않는다. 

 

짠돌이 인생에 어디가서 소비의 미덕을 찬양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요즘은 어디가면 '샘' 칭찬에 침이 마를 날이 없다. 오죽하면 내가 가족용으로 하나 더 샀겠는가! 심지어 돈을 더 주고!

 

이게 무슨 얘기냐 하면, 나는 당연 짠돌이로서 최저가를 검색해서 교보문고에 들어가 5만9천원에 '샘'을 샀다. 그런데 이걸 아내나 딸들도 볼 수 있게 하나 더 사주려고 보니, 전자책을 구하는 게 만만치 않은 거다. (나는 예전에 지인에게서 리디북스 전자책 쿠폰을 수십권 받았고 또 교보도서관에 MBC 임직원용 서재가 있어 전자책을 구하기가 수월한데, 공기계만 달랑 주면 뭐하나.) 그래서 뒤져보니, 있다! 세계문학 100권 세트가 들어가있는 SAM이! 거기에 9900원하는 전자책 3권 한 달 이용권이 딸려온단다. (인터파크에서 비씨 카드로 결제하니 5000원 할인까지!) 럴수럴수 이럴쑤! 신이 나서 결제했다. 돈은 만원 정도 더 들지만 어떠랴, 가족에게 책 100권을 선물하는 기회인데!

 

'샘'에서 가장 칭찬하고 싶은 기능은 '열린 서재'이다. 나는 예전부터 여기저기서 무료 이북이나 전자책 할인 도서를 사 둔게 있다. 인터파크 비스킷에도 있고, 전자책의 연쇄 할인마라는 리디북스에서 받은 세트 도서도 있고. 이 모든 전자책을 '샘' 단말기에서 열어볼 수 있다. 어플리케이션을 깔면 되니까. 그리고 교보 전자 도서관 어플이 기본으로 깔려있다. (요즘 동네 공립 도서관에 가면 전자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많다. 회원 가입 후 무료로 이북을 빌려보면 된다. 아, 정말로 아름다운, 공짜로 즐기는 세상!) 

 

'샘'이 정말로 마음에 드는 이유, '스마트폰 이북 어플'이 절대로 따라올 수 없는 기능은... 바로, 전화 통화나 문자 수신이 안된다는 거다.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읽다보면 카톡 수신이나 SNS 알림으로 독서의 흐름이 자주 끊긴다. 이북 전용 단말기로 책을 읽으면 그럴 일이 없다. 책을 읽는 가장 큰 즐거움은 현실을 잊고 몰입의 즐거움을 맛보는 일인데, 자꾸 누가 말 걸고 페북에서 알람이 뜨면 주의가 분산된다. 그럴 걱정없는 '샘'의 세계로 오시라.

 

설날이다. 세배돈이나 설날 보너스 받은 게 있다면 자신을 위한 선물로 '샘'을 주문해도 좋고, 아이들을 위한 선물로도 좋을 것이다. 새해에도 책읽는 삶 속에서 두루두루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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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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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아하자 2015.02.19 20: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감가는 얘기들이 많네요 ^^ 저도 SAM 잘 쓰고 있습니다. ^^

  2. 소민(素旼) 2015.02.20 19: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킨들이나... 샘이나... 이런 이북기기를 하나 장만하고 싶어요. 이북 봐보겠다고 아이패드를 샀는데도. ㅠㅠ

  3. 꿀곰 2015.02.25 00: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사합니다. 감독님 덕분에 저도 장만했습니다. ㅋㅋ

  4. 笑山 박보영 2015.03.10 06: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사해요
    바로 찍어야겠네요
    이래서 김감독이 좋다니까! 앞서가는 행동에 늘 기쁨을 느끼며 따라하고 있어요

  5. 노노 2015.04.23 22: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종이책이 조아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