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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906

'피디 마인드'를 만나는 행운! 피디 지망생을 만났을 때, "피디님은 공채 시험을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라고 물어오면 참으로 난감하다. 공채를 준비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외대 통역대학원 재학 시절, 같이 공부하던 친구는 꿈이 방송사 기자가 되는 것이었다. 기자가 꿈인데 통대에 들어온 이유는, 미국 특파원으로 지원할 때 도움이 되기 때문이란다. 그 친구는 방송사 전형 공고가 떴을 때도 기자 시험 준비하느라 바빴다. 당시엔 온라인 접수가 없어 여의도 방송사까지 가야했는데, 바쁜 친구를 위해 내가 원서 심부름을 해줬다. 잘 생긴 외모를 가진 친구를 보며, '그래, 방송 기자를 하려면 외모가 중요하겠구나.' 생각하며 나는 아예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런데 가서 보니 기자 원서 옆에 피디 원서도 있더라. '잠깐, 피디는 카메라 앞에 설 이유가.. 2014. 7. 26.
자기를 속이는 것은 하늘을 속이는 것이다 요즘 연일 '짠돌이 독서일기'에 박제가의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북학의나 정유각집의 글은 시류와도 맞지 아니하고 좀 뜬금없어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럼에도 블로그에 조금씩 올리는 이유는, 이것이 요즘 제가 하는 공부이기 때문입니다. 박제가는 조선 영조 시절 서자로 태어나 어려서 글을 읽고 시 짓는 일을 즐겼으나 서얼이라는 신분의 한계로 늘 주위의 안타까움을 샀습니다. 박제가 나이 10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첩이었던 어머니는 어린 박제가를 데리고 집을 나와 품팔이를 이어가며 생계를 꾸립니다. 그 어려운 환경에서도 박제가는 밤을 새어 책을 읽습니다. 서얼의 신분이라 관직에 나아갈 수 없음을 알면서도 말입니다. 취업이 어려운 요즘, 많은 이들이 '이렇게 공부하고도 세상에 나아가 쓰임새를 얻지 못하면 어떡하.. 2014. 7. 11.
너의 원수, 턱 끝에 숨어있단다 (오늘은 박제가의 정유각집 중권에서 추린 글을 올립니다. 조선 시대 선비들이 귀양살이 하며 지은 시를 보며, 마음을 다스립니다. 공부의 끝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을 향하는 것임을 가르쳐주는 글들입니다. 고전 한시를 읽다보면 지금 우리가 이 순간 하고 있는 고민이 수백년전 그분들의 것이랑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18세기 가장 치열하게 살다간 사람 중 하나인 박제가의 글에서 그분의 생각을 엿보려 합니다.) 정유각집 (중) 11. 아이야, 너의 원수 턱 끝에 숨어 있단다. 흰 수염을 뽑다가 28쪽 아직도 마음은 어린아인데 흰 수염이 생겨나 깜짝 놀랐네. 예로부터 누구나 이와 같거니 어이해 나 홀로 탄식할거나. 그 끝은 지극히 미세하지만 복어 가시 준치보다 더 사납다네. 안타깝다.. 2014. 7. 10.
박제가의 '정유각집' 상권에서 추린 글 (글의 번호는 지난번에 올린 박제가의 '북학의'에서 이어집니다. 18세기 사상가인 박제가의 생각의 단면을 읽을 수 있는 글들입니다. 책은 정민 교수님등이 번역한 돌베개 판입니다.) 7. 천하의 시를 잘 짓는 자는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 길을 가 보지 않고는 안 된다. 정유각집 서문 반정균 29쪽 1째줄 천하의 시를 잘 짓는 자는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 길을 가 보지 않고는 안 된다. 한 고을 한 마을 안의 우뚝한 선비로도 능히 만 권의 책을 본 자는 적지가 않다. 하지만 혹 발자취가 향리(鄕里)를 벗어나지 못하므로 이따금 강산의 도움은 적다. 그러나 장사치나 수자리 사는 사람이 또 힘겹게 길을 간다 해도, 필묵이 익숙지 않고 보면 지나는 명산대천의 기뻐할 만하고 놀랄 만한 형상을 글로 풀어서 전달.. 2014. 6.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