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번호는 지난번에 올린 박제가의 '북학의'에서 이어집니다. 18세기 사상가인 박제가의 생각의 단면을 읽을 수 있는 글들입니다. 책은 정민 교수님등이 번역한 돌베개 판입니다.)
7. 천하의 시를 잘 짓는 자는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 길을 가 보지 않고는 안 된다.
정유각집 서문
반정균
29쪽 1째줄
천하의 시를 잘 짓는 자는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 길을 가 보지 않고는 안 된다. 한 고을 한 마을 안의 우뚝한 선비로도 능히 만 권의 책을 본 자는 적지가 않다. 하지만 혹 발자취가 향리(鄕里)를 벗어나지 못하므로 이따금 강산의 도움은 적다. 그러나 장사치나 수자리 사는 사람이 또 힘겹게 길을 간다 해도, 필묵이 익숙지 않고 보면 지나는 명산대천의 기뻐할 만하고 놀랄 만한 형상을 글로 풀어서 전달하지 못한다. 이 두 가지의 것이 다 병통이 된다. 시를 잘 짓기 어려움이 심하구나.
8. 시커먼 속은 스스로 부끄럽다.
탄식 4수 有歎 四首
37쪽
1
남몰래 시커먼 속을 감추고
억지로 깨끗하다 말을 하누나.
설령 남이 안다고 하지 않아도
도리어 내 스스로 부끄러우리
2
침묵해선 안 될 데서 입을 다물고
웃지 않아야 할 곳에선 비웃는다네.
아첨하고 거만함이 어째 이럴까?
하늘 법도 이래서 질서를 잃네.
3
뜻있어도 가난하면 성취 어렵고
할 만하면 건방 떨며 하려 않누나.
온전한 재주를 하늘 아끼니
국한됨은 마침내 매한가질세.
4
사람이 옛 예를 행하려 하면
무리 지어 비웃고 성을 낸다네.
자기가 배우지 않을뿐더러
남조차 따르지 못하게 막네.
9. ‘붉다’는 하나의 글자 가지고 온갖 꽃 통틀어 말하지 마라.
달여울 잡절 4수 月?雜絶 四首
95쪽
1
‘붉다’는 하나의 글자 가지고
온갖 꽃 통틀어 말하지 마라.
꽃술엔 많고 적음 차이 있으니
세심하게 하나하나 보아야 하리.
10. 나는 어진 사대부와 함께 노닐기를 즐긴다.
장난삼아 왕어양의 세모회인시 60수를 본떠 짓다
238쪽
나는 백 가지 중에 하나도 능한 것이 없지만, 어진 사대부와 함께 노닐기를 즐긴다. 이들과 친해지면 또 하루 종일 마음을 쏟아 그만둘 수가 없다. 사람들이 한가할 날이 없다고 웃곤 한다.
1
고인과 예사들이 서로를 뒤따르니
화벽(畵癖)에다 서음(書淫)이라 내 절로 바보 같네
온종일 우스개로 자주 배를 잡으니
사자가 공놀이할 때를 그 누가 알겠는가?
2 청장산인 이덕무
청장이 굶어 죽은들 무슨 상관 있으리
죽는대도 시서(詩書)에선 향기가 날 터인데,
적막함과 번화함이 한 이치임 알았으니
영화와 근심으로 나고 듦을 묻지 말게.
3 연암 박지원
연암 선생 문필은 사마천과 한유를 아우르니
고금을 섭렵하여 깨달음을 얻었다네.
이로부터 경륜을 내달려 이르노니
아마도 허생(許生)이 규염객(虯髥客)은 아닐는지.
6. 영재 유득공
지기는 천애라도 절로 이웃 되는 법
시의 명성 저 멀리 촉강(蜀江)까지 알려졌네.
그대 성 유씨와 비슷함을 사랑하여
전당에선 버드나무 그린 사람 있었다네.
12 강산 이서구
일단의 풍류가 해동에 남았거니
십 년을 이덕무의 대문과 마주했지.
강산이 차갑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한밤중에 사분사분 얘기함을 못 봐설세.
20 담헌 홍대용
책 읽던 여가에 만 리 밖 그리노니
최고운의 옛 고장서 중원을 꿈꾸었네.
만약에 우리 인생 서양 배에 오른다면
관내의 제후보다 장사꾼이 더 나으리
(오늘의 짤방. 지난 2월 네팔 트레킹 갔다가 탠덤 패러글라이딩할 때 하늘에서 찍은 사진.
연출로서, 무엇이든 새로운 경험에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독서와 여행, 나의 경험치를 극대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요. 라고 핑게를 대지만, 실은 재미있어 보이면 무엇이든 합니다. 해보고 후회한 적은 거의 없어요. 안 해본 걸 후회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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