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8세기 실학파 사상가들의 책을 읽으며 지냅니다. 박제가의 '북학의'를 읽고 마음에 남은 글을 올립니다. 원문을 읽고 싶은 분을 위해 안대회 번역 돌베개 판 '북학의'의 쪽수를 남깁니다.)

 

1. 이용과 후생은 둘 중 하나라도 갖추어지지 않으면 위로 정덕을 해친다.

 

자서 自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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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利用과 후생厚生은 둘 중 하나라도 갖추어지지 않으면 위로 정덕正德을 해친다. 따라서 공자께서 인구를 불리고 풍족하게 해 주며 그다음에 백성에게 교화를 베풀어라!”라고 말씀하셨고, 관중管仲의식衣食이 풍족해진 다음에 예절을 차리는 법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백성들의 생활은 날이 갈수록 곤궁해지고, 국가의 재정은 날이 갈수록 궁핍해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 데도 불구하고 사대부가 팔짱을 낀 채 바라만 보고 구제하지 않을 것인가? 아니면 과거의 습속에 젖어 편안히 안락을 누리면서 실정을 모른 체할 것인가?

주자朱子가 학문을 논하면서 이와 같이 해서 병이 된다면, 이와 같이 하지 않으면 약이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병이 무엇인지를 안다면 처방약은 손쉽게 찾아질 것이다.

 

2. 학문의 방법은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것

 

북학의서 北學議序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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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방법은 다른 것이 없다. 모르는 것이 나타나면 길가는 사람이라도 붙잡고 물어보는 것, 그것이 올바른 학문의 방법이다. 어린 종이 나보다 한 글자라도 더 안다면 예의염치를 불문하고 그에게 배울 것이다. 남보다 못한 것을 부끄러워하면서 저보다 나은 자에게 묻지 않는다면 아무 기술도 갖추지 못한 고루한 세계에 종신토록 자신을 가두어 버리는 꼴이 되리라.

순임금은 농사를 짓고, 질그릇을 굽고, 물고기를 잡는 일을 직접 하고서 결국 제왕이 되셨는데 그분은 남에게서 배우지 않은 것이 없었다. 공자께서는 나는 젊어서 비천한 사람이었기에 잘하는 비천한 일이 많다라고 하셨다. 그분이 말한 비천한 일이란 농사를 짓고, 질그릇을 굽고, 물고기를 잡는 일 따위이다. 순임금이나 공자는 성인이면서 동시에 기예에도 능하신 분이다. 그렇지만 물건을 접할 때마다 기술을 발휘하고, 일에 닥칠 때마다 기구를 제작하자면 시간도 부족하고 지혜도 미치지 못할 수밖에 없다. 순임금이나 공자께서 성인이 되신 까닭은 남에게 묻기를 좋아하고 남이 말해 준 것을 잘 배운 것에 지나지 않는다.

 

3. 돌을 쌓아 만든 견고함은 벽돌을 쌓아 만든 견고함에는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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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성곽이란 것은 적을 방어하는 설비인가? 아니면 적이 침입할 때 버리고 도망하는 설비인가? 후자라면 모르겠거니와 그렇지 않다면 우리나라에는 성곽이 하나도 없다. 도대체 무슨 이유인가? 나는 벽돌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답하겠다. 내 말을 듣고 어떤 이는 벽돌이 견고하다지만 돌의 견고함에는 전혀 미치지 못한다고 응수할 것이다. 내 생각은 이렇다. 돌 하나를 놓고 보면 당연히 벽돌 하나보다 훨씬 견고하다. 그러나 돌을 쌓아 만든 견고함은 벽돌을 쌓아 만든 견고함에는 미치지 못한다. 돌의 성질은 잘 접착이 되지 않는 반면 1만 개의 벽돌은 회로 바르기만 하면 전체가 하나로 합쳐지기 때문이다.

 

4. 재물은 우물이다.

 

시장과 우물 市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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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나라는 지방이 수천 리라서 인구가 적지 않고 갖추어지지 않은 물산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과 물에서 얻어지는 이로운 물건을 전부 세상에 내놓지 못하고, 경제를 윤택하게 하는 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그런데도 날마다 쓰는 물건과 할 일을 팽개쳐 둔 채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다. 그러고서 중국의 주택, 수레와 말, 색채와 비단이 화려한 것을 보고서는 대뜸 사치가 너무 심하다!”라고 말해 버린다. 중국이 사치로 망한다고 할 것 같으면 우리나라는 반드시 검소함 탓에 쇠퇴할 것이다.

왜 그러한가? 물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쓰지 않는 것을 검소함이라고 일컫지 자기에게 물건이 없어 쓰지 못하는 것을 검소함이라고 일컫지는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진주를 캐는 집이 없고 시장에는 산호의 물건 값이 매겨져 있지 않다. 금이나 은을 가지고 점포에 들어가서는 떡과 엿을 사먹지 못한다. 이런 우리 풍속이 정녕 검소함을 좋아하여 그렇겠는가? 단지 재물을 사용할 방법을 모르는 것에 불과하다. 재물을 사용할 방법을 모르기에 재물을 만들어 낼 방법을 모르고, 재물을 만들어 낼 방법을 모르기에 백성들의 생활은 날이 갈수록 궁핍해 간다.

재물은 비유하자면 우물이다. 우물에서 물을 퍼내면 물이 가득 차지만 길어 내지 않으면 물이 말라 버린다. 마찬가지로 비단옷을 입지 않으므로 나라에는 비단을 짜는 사람이 없고, 그 결과로 여성의 기술이 피폐해졌다. 조잡한 그릇을 트집 잡지 않고 물건을 만드는 기교를 숭상하지 않기에 나라에는 공장工匠과 도공, 풀무장이가 할 일이 사라졌고, 그 결과 기술이 사라졌다. 나아가 농업은 황폐해져 농사짓는 방법이 형편없고, 상업을 박대하므로 상업 자체가 실종되었다. 사농공상 네 부류의 백성이 너나 할 것 없이 다 곤궁하게 살기에 서로를 구제할 길이 없다. 나라 안에 보물이 있어도 강토 안에서는 용납되지 않으므로 다른 나라로 흘러간다. 남들은 날마다 부유해지건만 우리는 날마다 가난해지니 이것은 자연스러운 추세다.

 

5. 인재를 얻고자 한다면 뜻하지 않은 방법으로 불시에 시험해야한다.

 

과거론 2 科擧論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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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이 있어 선행善行을 했다면 그 선행은 틀림없이 억지로 행한 위선이다. 반면에 목적이 없는데도 선행을 했다면 그야말로 진정한 선행이라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진정한 인재를 얻고자 한다면 뜻하지 않은 방법을 불시에 인재를 시험하는 것과 버림받은 많은 사람 가운데서 인재를 선발하는 것을 반드시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다음에야 인재의 수가 많아져 얼마든지 골라 쓸 수 있을 것이다. 버림받은 많은 인재들은 스스로 선을 긋는 탓에 과거 시험과는 단절되어 있다. 뜻하지 않은 방법으로 불시에 인재를 시험하지 않는다면, 조금 똑똑한 사람이라면 10여 일에서 한 달 정도만 과거에 쓰이는 문장을 공부하여 너끈히 합격할 수 있다. 따라서 법을 잘 만드는 이는, 그 법을 이용해서는 중등中等의 선비를 낚고, 법을 초월한 제도를 이용해서는 상등上等의 선비를 얻을 것이다.

 

6. 재물을 불리려면 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재부론 財賦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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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물을 잘 불리는 사람은 위로는 하늘이 준 때(天時)를 놓치지 않고, 아래로는 지리적 이점(地利)을 놓치지 않으며, 가운데로는 사람이 할 일을 놓치지 않는다. 기계를 편리하게 사용하지 못하여 남들이 하루에 할 일을 나는 한 달 두 달 걸려서 한다면 이것은 하늘이 준 때를 놓치는 것이다. 밭 갈고 씨 뿌리는 방법이 잘못되어 비용은 많이 들었으나 수확이 적다면 이것은 지리적 이점을 놓치는 것이다. 상인들이 물건을 교환하지 않고 놀고먹는 자들이 나날이 많아진다면 이것은 사람이 할 일을 놓치는 것이다. 세 가지 것을 모두 놓치는 이유는 중국을 잘 배우지 않은 잘못 때문이다.

 

 

선현들의 지혜에서 늘 배우는 자세로 삽니다. ^^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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