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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읽는 시간 두 달 동안 드라마 심사를 했어요. 처음엔 '서울 드라마 어워즈' 예선 심사였어요. 전세계에서 출품한 120여편의 미니시리즈 드라마를 보면서 본선에 올라갈 작품을 추렸지요. 터키나 싱가포르, 남아공에서 올라온 드라마를 영어 자막을 보며 심사해야 했어요. 북유럽의 잔혹한 스릴러물을 볼 때는 쏘고, 찌르고, 때리는 장면을 이어 보는 게 너무 괴롭더군요. 심사를 마친 날, 만세를 불렀어요. '이제 넷플릭스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로맨틱 코미디를 실컷 봐야지!' 그런데 회사에서 또 불렀어요. 이번에는 MBC 드라마 극본 공모 심사를 하라고요. 신인 작가들의 대본을 읽었는데요. 극성이 강한 드라마도 많아요. 속이고 울리고 죽이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드라마 속 인생은 너무 극적이라 저처럼 몰입해서 극본을 읽는 사람은.. 2019. 8. 7.
내 마음 속 후진국 드라마 촬영장에 가보면 늘 벌서는 자세로 일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마이크 맨이다. 정확한 대사 전달을 위해 최대한 배우의 입 가까이 마이크를 대야하고, 그러기 위해 긴 장대를 두 팔로 들고 일한다. 힘들게 일하는 마이크 맨 덕분에 소음이 많은 거리에서도 대사는 깨끗하게 녹음된다. 밤에도 자체발광 하듯 빛나는 배우들의 미모는 조명 팀의 헌신으로 완성된다. 좁은 골목에서 촬영을 하려면, 조명 설치할 공간이 부족해 남의 집 담벼락 위에 조명을 세울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막내가 올라가 장비를 붙들고 있어야 한다. 밤샘 촬영이 이어지던 어느 날, 조명 팀 막내가 담장 위에서 꾸벅꾸벅 조는 걸 봤다. 졸다 균형을 잃으면 큰 사고가 나고, 자칫 무거운 조명 장비를 놓치면 밑에 있는 배우가 다칠 수 있는 상황이었.. 2019. 8. 6.
미래의 공부란 무엇일까? 대학을 고를 때, '자원공학'이란 이름에 끌려서 입학했는데, 가보니 '지하 자원'을 공부하는 곳이었어요. 석탄채굴학을 배우는데, 탄광에 가서 일하고 싶어하는 친구는 없었어요. 그런데도 그 과목은 전공 필수였어요. 동기들이 공부하고 싶어하는 석유시추공학이 있었는데, 그건 전공 선택이었지요. 왜 그럴까요? 석탄채굴학을 가르치는 교수님은 광산학과 시절부터 재임한 정교수고, 새로 뜨는 석유시추공학을 가르치는 30대 젊은 유학파는 계약직 강사인거죠. 그때 깨달았어요. 대학은 학생이 배우고 싶은 것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교수가 알고 있는 것을 가르치는 곳이라는 걸.저는 공대 건물 대신 대학 도서관을 자주 갔어요. 전공을 포기한 대신,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었습니다. '공부의 미래'는 대학이 아니라 도서관에 .. 2019. 8. 5.
영어 공부의 미래 세상 많은 일이 그렇듯이 책을 내는 것도 운을 탑니다. 2015년 말에 이라는 책이 나왔어요. '로봇 시대? 무슨 SF 얘기인가?' 사람들은 제목을 보고 고개를 갸웃할 뿐이죠. 몇 달 후, 2016년 3월 알파고와 이세돌이 바둑을 두고요. 인간 최고수가 패배하는 광경의 충격이 한국 사회를 뒤흔듭니다. 이제 사람들은 실감합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을. 순식간에 은 화제의 책이 되고,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까지 실립니다. 구본권 작가가 '독자와의 만남'에 가면 이런 질문이 나왔대요. '작가님은 어떻게 알파고가 나올 줄 알고 인공지능 로봇 책을 미리 썼어요?' 공부란 미래를 대비하는 일입니다. 알파고가 나온 후, 미래를 예측하는 게 무척 어려워졌어요. (구본권 / 한겨레 출판.. 2019.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