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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영어 스쿨

영어 공부의 미래

by 김민식pd 2019. 8. 2.
세상 많은 일이 그렇듯이 책을 내는 것도 운을 탑니다. 2015년 말에 <로봇 시대, 인간의 일>이라는 책이 나왔어요. '로봇 시대? 무슨 SF 얘기인가?' 사람들은 제목을 보고 고개를 갸웃할 뿐이죠. 몇 달 후, 2016년 3월 알파고와 이세돌이 바둑을 두고요. 인간 최고수가 패배하는 광경의 충격이 한국 사회를 뒤흔듭니다. 이제 사람들은 실감합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을. 순식간에 <로봇 시대, 인간의 일>은 화제의 책이 되고,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까지 실립니다. 구본권 작가가 '독자와의 만남'에 가면 이런 질문이 나왔대요. '작가님은 어떻게 알파고가 나올 줄 알고 인공지능 로봇 책을 미리 썼어요?' 공부란 미래를 대비하는 일입니다. 알파고가 나온 후, 미래를 예측하는 게 무척 어려워졌어요. 
 
<공부의 미래> (구본권 / 한겨레 출판)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미래의 공부는 마치 난리를 만나 피난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서의 봇짐 꾸리기와 같습니다. 어떤 짐을 지고 미지의 길을 나서야 할까요? 쌀가마니, 집문서, 현금 다발, 금붙이를 한껏 이고 지고 피난길을 떠나면 안심할 수 있을까요? 절대 아닙니다. 도리어 누구나 선망하는 이런 물건은 주인을 가장 먼저 위험에 빠뜨릴 것입니다. 가장 안전하고 유용한 생존방법은 어떤 상황에서도 도난과 약탈이 불가능하며 잃어버리지 않을, 자신에게서 떼어놓을 수 없는 그 무엇을 지니는 것입니다.'

(위의 책, 9쪽)

저는 평소에 공부를 즐겨합니다. 소유를 풍성하게 하는 것보다 나라는 존재를 성장시키는 게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소유는 언제든 사라지거나 빼앗길 수 있어요. 하지만 내가 가진 능력과 품성, 태도는 오롯이 내것입니다. 세계화와 정보화와 온다는 이야기에 1980년도 말에 영어를 공부한 덕에 지난 수십년간 잘 살았어요. 앞으로도 영어 실력을 키우는 게 중요할까요? 구글 번역이니 파파고니, 기계 번역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는데 말이지요. 구본권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공지능 자동번역 시대라고 해서 외국어 학습 자체가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외국어를 학습하는 방법과 평가하는 방법, 그리고 외국어 학습의 목적이 달라질 뿐입니다. 평소에 쓸 일이 거의 없는 어려운 단어를 외우고 이를 평가하는 시험은 곧 사라지게 됩니다. 스마트폰으로 온갖 사전을 즉시 이용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나 편리한 기계번역을 쓸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외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 오판입니다. 왜 그럴까요?
첫째, 글로벌 시대에 외국어 능력을 두뇌에 내장하고 있느냐, 컴퓨터와 번역 앱의 도움에 전적으로 의존하느냐는 중대한 실력 차이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 평생 활용할 가능성이 낮은 어려운 단어나 구문을 익힐 필요는 없지만, 해당 언어의 구조와 일상적 활용을 배우는 것은 변하지 않을 학습 방법입니다. (...)
둘째, 외국어는 다른 문화와 세계로 들어가는 열쇠입니다. 우리가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안다는 것은, 날 때부터 주어진 환경이 아닌 또 하나의 다른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셋째, 기계번역 시대에도 번역의 결과물을 판단하는 외국어 실력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아무리 도구가 발달하더라도 영어와 한국어의 미묘한 어감 차이나 말하는 사람의 의도, 말하는 상황의 분위기까지 기계가 번역해줄 수는 없습니다. (...)
문장력과 비슷합니다. 의무교육을 마친 사람 누구나 기본적인 읽기, 쓰기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고 해서 문장력이 불필요해지거나 사람들 사이에서 문장력 차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세상이지만, 똑같은 문장에서 글쓴 사람이 미묘하게 표현한 의도와 기법을 읽어내는 능력, 나아가 아름답고 정확한 문장을 구사할 줄 아는 능력의 가치는 결코 덜해지지 않습니다.'

(22~28쪽)

영어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What'이나 '어떻게-How'가 아니라, '왜-Why'입니다. 공부하는 이유를 아는 사람은 동기부여가 쉬워지거든요. 앞으로는 영어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즐겁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작정 어려운 단어를 외우던 시절은 지나갔어요. VOCA 22000이나 VOCA 33000을 외워봤자 거기 나오는 단어 평생 가도록 한번 쓸 일도 없어요. 그냥 공부하는 사람에게 마음의 위안을 줄 뿐이지요. '난 이런 어려운 단어도 알아.' 그 어려운 단어를 왜 외우나요? 휴대폰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그리고 어려운 단어는 평생 쓸 일이 없어요. 
기초 회화 문장을 암송하는 것이 공부의 가성비를 높이는 일입니다. 일단 기초 회화는 사용 빈도가 높은 문장입니다. 쓸 일이 많아요. 처음 만나서는 회화책에서 읽고 외운 표현으로 가볍게 말문을 열어요. 그러다 전문적인 내용은 기계번역의 힘을 비는 거죠. 전문 적인 어휘나 내용은 어차피 사용 빈도가 낮으니, 일일이 외워두는 것보다 컴퓨터 등 외부 저장 장치를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앞으로는 영어 시험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어려운 단어를 외우는 걸로 외국어 사용능력을 측정하는 것은, 전자계산기가 나왔는데 주산 사용법을 측정하는 거랑 같아요. 실제 언어 구사력을 키우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서부터 책읽기를 좋아했기에 꿈은 작가가 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좀 악필이에요. 아버지가 너처럼 글씨를 못 쓰는 사람은 작가하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 엔지니어가 취업에 유리하다고 저를 공대에 보냈지요. 대학 입학하고 나서 워드프로세서가 나왔고요. 보고 좌절했어요. 글씨를 못쓰는 사람도 타이핑으로 원고를 쓰는 시대가 왔는데 왜 나는 작가라는 꿈을 포기했을까, 두고두고 아버지가 원망스러웠어요.

저는 영어 조기 교육에 반대합니다. 아이의 스트레스와 부모의 과다 지출을 부르거든요. 아이와 부모 둘 다 힘들게 해서 기껏 영어를 공부시켰는데, 20년 뒤 자동 통역기가 나온다고 해봐요. 억지로 영어 공부를 시킨 부모가 원망스럽지 않을까요? 저는 이럴 때, 우리의 자세는 공부가 즐거워야 한다는 겁니다. 명지대 바둑학과 학생이 그랬대요. 아무리 알파고가 바둑을 잘 둬도, 알파고는 바둑을 두는 즐거움은 모르지 않냐고요. 그래요, 영어도 마찬가지에요. 지금 같은 시대에는 괴롭게 억지로 영어를 시키면 안 됩니다. 공부가 즐거워야 해요. 그래야 오래가고요. 나중에 영어 쓸 일이 없어도 후회가 없지요. 적어도 과정을 즐겼으니까요. 아이의 영어 공부에 어떻게 즐거운 동기부여를 할 것인가? 제가 하는 3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첫번째, 도서관 유아 자료실에 가서 아이에게 영어 그림책이나 동화를 소리내어 읽어줍니다. 그림책의 경우,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어요. 단어의 뜻을 아이가 유추할 수 있지요. 여러번 반복해서 읽어주면 아이가 뜻을 짐작할 수 있어요. 책을 좋아하거나, 영어와 친해지거나,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립니다.

두번째,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에 대해 영어로 된 유튜브 영상을 찾아 보여줍니다. 민서는 레고를 좋아하기에 레고 언박싱 영상이나 조립 영상을 틀어놓으면 넋을 놓고 봅니다. 영어지만 거부감없이 빠져듭니다.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영어와 친숙해지는 기회가 되지요. 한글로 된 영상은 못 보게 합니다. 그 시간에 한글 책을 읽게 하지요. 유튜브로는 영어 콘텐츠만 이용합니다.

세번째, 여행을 가서 외국 아이들과 놀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줍니다. 디즈니 랜드나 리조트의 놀이터에 가서 아이들과 어울려 놀면서 자연스럽게 영어에 노출 될 수 있도록 합니다. 영어로 진행하는 키즈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기도 하고요. 아이들은 어른과 달리 말이 안 통해도 잘 어울려 놉니다. 그 과정에서 영어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지요.

독서, 취미, 여행, 셋 다 즐거운 활동입니다. <공부의 미래>를 보면서 느꼈어요. 앞으로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질 겁니다. 어차피 인생은 운이에요. 보드게임을 즐기듯, 미지의 세계를 즐거이 탐험하는 자세를 길러야 합니다. 영어 공부도 즐거운 놀이가 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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