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쓰는 '재택' 경제학자 우석훈 선생님이 인터뷰를 했어요. 기사에서 인상적인 대목이 있었지요.


그의 자녀 교육 방식은 아이들을 학습시키고 훈육하는 게 아니라 공부는 가능한 한 멀리하게 하면서 많이 뛰어놀도록 하는 것이다. 올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큰애는 영어유치원은 말할 것도 없고 학습 위주의 일반 유치원에도 간 적이 없다. 세살 어린 동생과 함께 놀이 위주로 진행하는 동네 어린이집에 다닌다. 우석훈의 아이들은 둘 다 한글이나 산수, 한문 학습지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한글만 스스로 조금 깨친 정도이다. 지난해 9월 '에스비에스 (SBS) 스페셜 - 사교육의 딜레마'편에 출연했던 우석훈은 한 유명 입시 컨설턴트한테 "부모가 똑똑해도 아이들은 저절로 되지 않는다" "부모 생각에 맞춰 아이들을 작은 규모의 안락한 데서 키운다"고 '야단'을 맞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사교육 반대 철학과 소신을 지키고 있다.


경제학이란 비용 대비 효과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경제학자인 우석훈 박사가 영어 사교육을 안 시키는 이유가 뭘까요? 영어 사교육은 대표적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입니다. 인생을 살며 돈을 쓸 때는 즉각적인 효과를 바라죠. 식당에서 메뉴를 고를 때 더 비싸더라도 맛있는 걸 시킬 땐 적어도 30분 내로 그 선택에 대한 만족감을 느껴요. 여행지에서 숙소를 고를 때, 더 비싸더라도 좋은 방을 고를 땐 적어도 며칠 동안 그 선택에 대한 만족감을 느끼지요. 그 만족감이 없는 사람은, 저처럼 더 싼 음식과 더 저렴한 방을 선택하고, 돈을 아낀 데 대해 만족하면 되고요. 

영어 사교육은 어떨까요? 한 달에 100만원이 넘게 들어가는데, 그 돈의 효과를 언제 볼까요? 그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려면 수십 년 걸립니다. 1년을 시켜도 아이는 영어를 못해요. 그건 당연한 겁니다. 쉽지 않아요. 외국어 공부는... 특히 공부의 동기 부여가 없는 어린 아이의 경우라면. 그럴 때, '아, 영어 조기 교육은 효과가 없구나.'하고 포기하나요? 아니에요. 더 비싼 학원, 더 비싼 해외 연수, 더 비싼 조기 유학을 보내려고 하지요. 효과가 없을 수록 더 돈을 들여요. 그 결과 부모의 재원은 줄어들고, 아이의 불만은 늘어납니다. 

 

어학교육도 필요할 때 하면 짧은 시간에 익힐 수 있는데 왜 어렸을 때부터 스트레스 받게 하는지 모르겠다. 그 시간에 다른 거 하면서 노는게 낫다. 예능방송을 보면 우리나라에 온 외국 사람들이 나오는데 그들 대부분은 한국에 와서 1년 정도 만에 우리말을 다 익혔더라. 우리도 마찬가지다. 외국어는 나중에 커서 필요할 때 익히면 된다. 요새는 초등학교에서도 영어를 가르치니까 거기에서 너무 소외감을 안 느낄 정도로만 하면 충분하다. 어릴 때 외국어를 배우는 것보다 세상을 보고 배우는 게 훨씬 낫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영어유치원이나 학원 보낼 돈으로 여기저기 자주 놀러다닌다."


저 역시 공감합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자주 다녀요. 여행의 즐거움을 가르쳐주는 게 영어 공부의 괴로움을 가르치는 것보다 더 낫다고 생각해요. 영어 못한다고 죽지 않아요. 그럼에도 '너 영어 못하면 ~~ 못한다.' 라고 하는 건 협박범의 화법이에요. 


그는 전략적인 차원에서 아이들을 조기 유학이나 특목고에 보내지 말라고 부모들에게 조언한다. 

"자기 자식을 사회 지도자로 키우려면 제일 먼저 하지 말아야 할 게 조기 유학이다. 그렇게 하면 국회의원이나 장관은커녕 하다 못해 시의원도 되지 못한다. 영국의 보수들은 자식을 키울 때 자신들의 공동체에서 절대로 고립시키지 않는다. 노동자 옆에서 자기 자식이 럭비나 축구 등의 스포츠를 하도록 키운다. 부모 후광으로 조기 유학을 갔다온 아이들은 자기 인생의 절정기 때 사회 지도자가 될 수 없게 된다."


경제학자가 왜 조기 유학을 반대할까요? 영어 동시 통역사에 드라마 피디로 일을 한 저는 왜 영어 조기 교육 반대를 줄기차게 외치는 걸까요? 국가적인 낭비에요. 부모의 재력 낭비, 아이들의 노력 낭비. 

영어 공부, 어른이 되어, 하고 싶은 사람만 하면 어떨까요?


ps: 

3개월 후, 6월 2일 일요일 오후 2시에는 서울에서 댓글부대 정모를 할 계획입니다. <영어회화 100일의 기적>을 외우는 분들이 한 자리에 모여 1과부터 100과까지 함께 소리내어 암송하는 자리입니다. 장소는 5월말에 다시 한번 공지하겠습니다. 


다음 오프라인 정모에서 뵙겠습니다!

 

인터뷰 전문을 보시려면 아래 링크로~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78109.html



Posted by 김민식p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보리랑 2019.03.02 07: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기유학 기러기아빠 반대합니다. 성장기에는 부모가 옆에 있어야 해요. (사정이 있는 경우는 예외고요) 영어수업이 몇십년간 그대로이니 부모님들도 비효율적인 영어공부를 맹신하시는듯요. 뜻이 없지 방법은 많습니다~

  2. 은하수 2019.03.02 09: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저도 방송에서 그 교수님이 입시전문가한테 혼나는거 (?) 봤어요.
    그런데 그 분이 이렇게 훌륭한 분이셨다니...
    인터뷰 전문을 읽어보니 깨달음,공감,감동이 밀려옵니다.

    1년에 2~3권의 사회과학 책을 내고, 여기저기 '부름'을 받는 뛰어난 경제학자가 모든 걸 마다하고 두 아이들 손을 잡고 어린이집을 나서는 사진은 깊은 깨달음을 줍니다. 소신과 철학이 굉장한 분이시네요.

    저도 공짜로 영어 공부하신 pd님을 보고,
    주변에 영어유치원 보낸 친구들 사이에서 제 아이에게 비싼 돈 들여 영어 안시키고, 한글책 많이 읽게 한거 잘한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행도 더 많이 다니려구요.

    아~이런 소중한 인터뷰 내용도 공유해주신 pd님 감사할 따름입니다.*^^*

  3. 오또기 쭘마 2019.03.02 13: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들이 초등학교때까지는 실컷 자연과 더불어 뛰어놀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큰 딸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양평 시골로 이사왔어요.

    아이들의 학교는 자연생태학습과 친구들의 놀이가 자연스러웠습니다.
    집에서는 냇가로 들로 산으로 온 동네를 누비며 다녔습니다.

    학습적인 측면에서는 확실히 도시 아이들보다 수준이 낮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의 인생이 몇 배나 더 길다는것에 전 초점을 맞췄어요.

    지식의 배움은 평생을 할 수 있지만 어린아이때만이 할 수 있는 놀이와
    추억은 그때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 다닐 때 공부와 거리가 멀었던 제가 마흔이 넘어서
    즐겁게 공부하시는 피디님을 알게되어 배움의 기쁨을 알았듯이
    저희 아이들도 살아가면서 배우고 깨치는 재미를 알았으면 더이상 바랄게 없겠네요^^

  4. 섭섭이짱 2019.03.02 15: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영어 사교육(조기유학등)에 대한 찬,반은
    정말 오래전부터 논의된 뜨거운 감자 같아요.

    근데 요즘 상황을 볼 때 이 논의는
    더 이상 무의미해질거 같은데요..
    IT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더 싸고
    간편한 영어 공부법이 출현하고 있잖아요.
    모바일 화상영어, 인터넷 강의,
    그리고 공짜로보는 유투브 영상까지..

    요즘 유투브 영상을 자주 보는데
    정말 재야 고수분들이 자신의 영어공부법을
    아무 댓가없이 무료로 제공하는게 많더라고요.

    학부모님들도 이런 상황을 잘 알기에
    점점 합리적인 영어 공부법으로
    교육방식이 바뀔거라 봅니다.

  5. 혜린 2019.03.02 16: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머리로는 알면서도 실제로 실천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저도 소위 말하는 특목고-스카이 출신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그 이후에 행복했냐하면 그렇지도 않거든요. 오히려 그 굴레 속에서 열등감만 가득한채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의 연속이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피디님, 우 작가님의 말씀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그렇지 않은 인생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래서 두렵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부터 변화하는 게 필요하겠지요. 제가 하기 싫은 것 할 수 없는 것을 아이에게 요구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저부터 해보려고요. 항상 좋은 글 좋은 마음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6. 꿈트리숲 2019.03.02 16: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딸을 보면서 우석훈 선생님의 말씀이,
    그리고 피디님 말씀이 백번 맞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많은 책들에서 사교육 시키지
    말라고 하는데, 왜 부모들은 그 반대로 가는걸까
    이해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하고 그러네요.

    아이에게 널널한 시간을 많이 줍니다.
    심심한 시간이요. 학원, 학습지, 문제집 일절
    하지 않기에 심심할 수 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하고 싶은것, 재밌는 것을 스스로 찾아서 해요.
    영어도 재밌는 책을 찾아 그만 읽고 자라고 할
    정도까지 탐독을 하고, 미드를 보며 따라 말하기도
    알아서 하게 되더라구요.

    부모가 먼저 나서서 길을 만들어 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스스로 자기 길을 잘 찾는 것 같아요.^^

  7. 2019.03.04 16: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어 조기 교육에 부정적인 피디님의 의견에 힘입어 많은 성인 독자들이 자신감을 얻고 영어 암송에 매진 할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6월 2일에는 피디님 대면겸 다른 댓글 부대원들과 정모를 하는 멋진 장면이 연출되겠네요. 초면이라도 뻘쭘하진 않겠네요. 영어 문장 암송하느라 바빠 섭섭이짱님 어딨는지 찾지도 못할듯...
    댓글부대 정모 화이팅입니다.

  8. 차언명 2019.03.04 16: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랜만에 글 남깁니다.
    저는 우석훈 선생님 말씀처럼 두 아이들을 키웠습니다.
    성인이 된 두 아이들 초중딩때 같이 날밤새면서 영드 미드 무진장 봤습니다.
    그 시절이 그립네요.지금 둘다 영어 참 잘합니다.
    아이들 자랑 같아 이정도만 말씀드릴게요.
    교육에 가성비 이론 정말 옮은 말씀입니다.^^

  9. 게리롭 2019.03.04 17: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어공부법을 설파하시는 피디님 덕분에
    많은 분들이 스스로하는 영어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는것같아요.
    저 또한 피디님께 큰덕을 받았습니다^^;; 감사드립니다

    40대 중반에 공부하고있는 한사람으로써
    이 영어공부법을 20대 초반에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마음도 한켠에 있습니다.
    20대 초반때보다 40대 중반의 뇌가 확실히 더 굳은것같아서요
    그때 알았더라면 훨씬 잘할수있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하지만, 20대 초반의 저보다 40대 중반의 제가 영어를 더 잘하니까
    만족합니다~~~~~~흐흐

    영어회화 외우시는 분들 모두모두 화이팅이에요!!! 같이 힘내서 계속 공부해요

  10. 샘이깊은물 2019.03.06 14: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엇을 하든 스스로 마음이 움직여야 시작하고 지속할 수 있어요. 자발성이 핵심이지요. 본인의 호기심, 관심, 동기부여가 없는 선행학습은 독인 것 같아요. 저도 아이 학원에 보낼 돈을 모아 함께 시간을 보내고 여행 가는 데에 쓰겠노라 마음 먹고 있습니다.:)
    댓글부대정모, 좋은 계기와 장을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이팅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