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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4

삶의 틀을 깬다는 것 내년에 나올 책 원고를 출판사에 넘긴 후, 읽기 시작한 책이 있어요. (엄기원 / 은행나무) 지난 여름에 책이 나왔을 때, 신문에서 서평을 읽고 찜해둔 책입니다. 소설의 경우, 원고 작업을 할 때는 아껴둡니다. 이야기의 끝이 궁금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거든요. 원고를 끝낸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로 남겨두지요. 호평이 많은 이유가 있군요. 저자는 오랜 기간 IT 업계에서 일하다 2014년 봄, 소설을 쓰기 위해 스타트업을 정리했답니다. 로 제5회 황산벌 청년문학상을 수상했어요. 첫 줄부터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땡그랑. 보도블록에 동전이 떨어졌다. 그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는 건 빈부격차와 상관없는 조건반사다. 하지만 또르르 굴러가는 그 돈의 행방을 찾기 위해 고개를 숙이는 삶과 다시 앞을 보고 자.. 2019. 12. 16.
취미를 직업으로 바꾸는 삶 책을 낼 때, 저자 소개에 ‘취미를 직업으로 바꾸는 게 취미이자 직업인 사람’이라고 씁니다. SF 소설을 원서로 읽다 번역가가 되었고, 영어 리스닝 공부하느라 시트콤을 보다가 시트콤 피디가 되었어요. 좋아하는 일이 있으면 일단 열심히 해보고 그걸로 먹고 사는 단계까지 가는 게 즐거운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신문 서평란에서 라는 제목을 보고 ‘어라? 이건 내 특기인데?’ 했던 책이 있어요. (김욱 / 책읽는 고양이) ‘85세 번역가 김욱의 생존분투기’라고 하는데요, 저자인 김욱 선생님은 1930년생이십니다.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보면, 고생을 참 많이 한 세대이지요. 어려서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어로 수업을 받고요, 해방이 되어 좌우익의 갈등 속에 위태위태하게 지내다 전쟁이 터져버리지요. 김욱 선생님은.. 2019. 12. 13.
인생의 효율을 높이려면 (어제 올린 영화평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스무 살에 공대를 다니며 인문학 전공자들이 늘 부러웠습니다. 나이 50에 인문학 강연을 쫓아다니는 건 어린 시절의 한을 푸는 일이지요. 강연을 많이 듣다보니 에서 교육운영위원으로 일하고 있어요. 피디들이 어떤 공부를 해야할지, 의논하는 자리인데요. 스마트워크 디렉터로 일하는 최두옥 님의 강연을 외부에서 듣고, 제안을 했어요. 피디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수업을 듣자고요. 에서 교재를 추천해달라기에 최두옥 님께 여쭤봤더니 라는 미국 책을 권하시더군요. 마침 번역본이 나와있어 찾아봤어요. (로버트 포즌 / 차백만 / 김영사) 일단 저자의 약력을 보고, 그 생산성에 놀랐어요. '로버트 포즌 교수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정규과목을 가르치는 동시에 다국적 .. 2019. 12. 12.
지겨운 일상에서 탈출이 필요할 때, <사랑의 블랙홀> (의 브런치에 기고한 영화 리뷰입니다.) 필 카너즈(빌 머레이)는 뉴스 앵커가 되는 게 꿈인 기상 캐스터다. 영화의 원제는 이다. 두더지 비슷하게 생긴 마못이 집에서 나와 겨울이 언제 끝나는지 예보를 해준다. 개구리가 나오는 경칩 비슷한 날인가 보다. 어느 시골 마을 성촉절 행사를 중계하러 간 필. 두더지의 날씨 예보를 전하는 자신의 신세가 처량하다. 대충 촬영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내린 폭설 탓에 도로가 끊긴다. “이 놈의 일기예보!” 촌구석을 탈출하지 못하고 하루 더 지내야한다니 짜증이 치솟는다. 마을에 돌아와 잠을 자고, 아침에 눈뜨니, 라디오에서 어제 나온 방송이 또 나온다. DJ의 농담도 똑같고, 음악도 똑같고, 심지어 “오늘은 성촉절입니다.”라는 멘트도 똑같다. “방송사고로군. 이 놈.. 2019. 1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