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년, 영국의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은 27명의 대원들과 함께 세계 최초로 남극대륙횡단에 나섭니다. 얼어붙은 바다를 헤치고 가던 배, 인듀어런스 호는 목적지를 불과 150km 앞두고 얼음 속에 갇혀버려요. 배는 부서지고, 남극해를 떠다니는 얼음덩어리에 몸을 실은 이들의 상상을 초월한 고난이 시작됩니다. 

<인듀어런스 : 어니스트 섀클턴의 위대한 실패> (글 캐롤라인 알렉산더 / 사진 프랭크 헐리 / 김세중 옮김 / 뜨인돌)

섀클턴은 이전의 남극 공략에서 이미 실패한 적이 있어요. 절치부심, 열심히 준비해서 새로운 탐험을 떠납니다. 

'섀클턴은 몰랐을 것이다. 자신이 또 한 번의 좌절을 겪게 되리라는 것을. 그것이 성공보다 더 위대한 실패가 되리라는 것을. 훗날 세상으로 하여금 그의 이름을 영원히 기억하게 만든 것은 바로 이 실패한 '인듀어런스 탐험'이었다.'

올해 세계 경제는 어쩌면 100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 같아요. 매년 경제적 성장을 누리던 자본주의 세계가 뒷걸음을 친다는 건 어쩌면 큰 실패처럼 보이겠지요. 이런 고난의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역경을 이겨내는 리더십입니다. 100년 전 탐험가의 위대한 실패에서 그걸 배우고 싶었어요. 

남극 바다 한가운데서 배가 침몰하고, 탐험이 실패로 돌아간 순간, 섀클턴은 결심합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그는 모든 대원을 살려서 귀환하려고 최선을 다합니다. 그들이 있는 곳은 영하 39도까지 떨어지는 남극이고, 가장 가까운 육지는 600km 떨어진 곳이에요. 당장 얼음위에서 노숙을 해야 합니다. 이때 가장 소중한 물자인 슬리핑백부터 나눕니다. 

'이때의 일을 맥니쉬는 이렇게 적었다. "가죽 백이 18개밖에 없어 우리는 제비뽑기를 했다. 난생 처음으로 내가 당첨되었다." 대부분의 고급 대원들은 질이 떨어지는 재규어 울 백을 뽑았다. 하지만 거기에선 조작의 냄새가 강하게 풍겼고, 일부 대원들은 즉시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79쪽)

섀클턴 대장과 선장, 부대장 등 리더들은 모두 값싼 울 백을 뽑고, 품질이 좋고 따뜻한 가죽 백은 모두 젊은 부하들의 몫이 된 거죠. 어린 후배들에게 좋은 물자를 양보하고, 경험 많은 간부들은 험한 장비로 버팁니다. 이 대목에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섀클턴은 팀원을 먼저 배려하는 리더였어요. 동료들은 그에게 절대적인 믿음과 충성을 보였지요. 식량부족에 맹추위에 죽을 고생을 하면서도 탐험대의 분위기는 좋습니다. 이건 우연한 결과가 아니에요. 섀클턴의 면접 방식이 독특했거든요. 

 

'제임스가 면접 장소에 나타났을 때 이 위대한 탐험가는 탐험 경력이나 과학 지식 따위는 전혀 묻지 않고 느닷없이 노래를 부를 수 있느냐고 물어 상대를 당혹스럽게 했다.

"테너 가수 카루소처럼 노래를 잘 불러야 한다는 뜻은 아니오." 섀클턴이 말했다. "다른 대원들과 함께 마구 소리를 지를 수는 있겠지요?" 이 질문은 매우 적절한 것이었음이 훗날 증명되었다. 섀클턴이 원했던 건 화려한 경력의 이력서가 아니라 '마음 자세'였던 것이다.'

(53쪽)

규율을 특별히 강조하지는 않았지만, 대원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입니다. 그의 말이 명령이라서가 아니라, 합리적이라 생각했기에 다들 복종했다고요. 리더십의 중요한 자질이라 생각해요. 희생을 강요한다면, 스스로 솔선하고, 최선을 다해 설득한다는 것. 그리고 아무리 힘들어도 웃음을 잃지 않는 것. 

'위슬리는 섀클턴에 대해 이렇게 썼다. "상황에 따라 아주 작은 일에도 신경을 썼고... 쓸데없는 것까지 챙기는 것을 보면 때로는 모자란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나중에야 우리는 그의 끊임없는 주의가 얼마나 중요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섀클턴이 보였던 모든 계산된 말과 행동 뒤에는 대원들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하겠다는 단 하나의 생각이 있었다. 위기 상황에서 그가 발휘했던 탁월한 리더십의 핵심에는 평범한 사람이라도 상황이 닥치면 영웅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약점과 장점은 늘 공존하는 법. 리더로서 섀클턴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힘과 인내를 대원들에게서 끌어냈다.'

(166쪽)

끝내 단 한 명의 낙오자없이 모든 대원들을 살려내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섀클턴은 자신의 목숨을 겁니다. 구조대를 부르기 위해 작은 배에 몸을 싣고, 얼음을 건너, 파도를 헤치고, 산을 넘어요. 역경을 이겨내는 리더십이란 무엇일까,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는 좋은 책이었어요.

이번 한 주도, 역경을 이겨내는 시간이 되길 소망합니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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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벽부터 횡설수설 2020.06.15 07: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섀클턴의 리더쉽을 배워봐야겠습니다.
    역경을 이겨내는 일은 아무래도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마음 가짐과 태도를 배워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 봉이아빠요리 2020.06.15 08: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디서 들어봤지 하고 생각해보니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우주선 이름과 같네요 ^^% 좋은하루 보내세요

  3. 꿈트리숲 2020.06.15 09: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년 전에 이 책을 읽고 진짜 리더십은
    이런 것이구나 하고 큰 감명을 받았더랬어요.
    인듀어런스 대원들이 유일한 축복을
    섀클턴의 부하라는 사실이라고
    얘기하는 것에서 리더는 내가 리더라고
    나서지 않아도 함께 일하는 사람이 알아봐준다
    싶어요.

    비스킷 한 조각을 나눠줌으로써 극한 상황에서는
    수천만 파운드 보다 더한 나눔을 실천한 이였고,
    다른 섬에 갇힌 선원들을 걱정하느라 머리가
    하얗게 새었다는 부분에선 울컥할 정도로
    감동했더랬어요.

    이 책이 위대한 성공이 아니라 위대한 실패여서
    오래도록 기억되고 공감되는 것 같아요.
    이 세상엔 성공하는 자보다 실패하는 자가 더
    많고, 성공의 기회보다는 실패의 위기가 더
    많이 때문이겠죠.

    오늘 인듀어런스 다시 한번 넘겨봐야겠습니다.
    피디님 글 읽으니까 마치 화보집 보는 듯 생생한
    사진들이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섀클턴 선장의
    모습도요^^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4. 섭섭이짱 2020.06.15 09: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 어니스트 섀클턴(Ernest Henry Shackleton)
    ▶ 출생-사망 / 1874년 2월 15일 ~ 1922년 1월 5일
    ▶ 국적 / 영국
    ▶ 활동분야 / 탐험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실패자 중 한 명..
    남극대륙 횡단은 실패했으나
    그의 리더십은 배울점이 많은거 같네요.
    다만, 탐험에서 귀환 후 삶은....넘 안타까워요 ㅠ.ㅠ

    모 자동차 회사 광고 영상이라는데...
    못다 이룬 새클턴의 꿈을 이렇게 표현해 내다니 정말 뭉클하네요.
    일억뷰가 괜히 나온게 아니네요..보시길 추천합니다..

    <Shackleton's Return>
    https://youtu.be/J01mqggN0h8

    새클턴 리더십에서 배울 점

    ✍️ 솔선수범
    ✍️ 최선을 다한 설득
    ✍️ 웃음

    오늘도 제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5. 아리아리짱 2020.06.15 10: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PD님 아리아리!

    역경을 이겨내는 참다운 리더쉽을
    꼭 알고 싶습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하며
    즐거운 한 주 힘차게 시작합니다. ^^

  6. 아빠관장님 2020.06.15 10: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섀클턴이 원했던 건 화려한 경력의 이력서가 아니라 '마음 자세'였던 것이다.

    "리더십의 중요한 자질이라 생각해요. 희생을 강요한다면, 스스로 솔선하고, 최선을 다해 설득한다는 것. 그리고 아무리 힘들어도 웃음을 잃지 않는 것."

    안녕하세요.

    누구나 리더인 요즘. 가져야하는 '마음자세'네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피디님께서도 감사한 하루 보내세요.

  7. Laurier 2020.06.15 11: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난 한 주가 그리고 오늘도 역시 역경의 가운데에 '역경을 이겨내는 리더십'에서 저는 모두의 리더는 아직 아니지만 저 자신의 리더이기에 역경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제 자리에서 힘차게 웃으면서 함께(?) 고함을 치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야 겠다는 것을 PD님 글을 읽고 다시 다짐하게 됩니다. 역경, 까이꺼 별거 아니다~ 아자! 감사합니다~ my captain~~

  8. 인대문의 2020.06.15 11: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I like to learn strength of others and want to make it mine like a sponge.

    His leadership has been absorbed into one of my leadership mindsets.

    Thank you.
    Have a great day~!

  9. 보리랑 2020.06.15 12: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배 이름이 참~ 눈시울 뜨겁게 하는 사랑 이야기네요. 새컬턴은 평범한 사람을 영웅으로 키우는 리더 같아요.

    남 앞에서는 웃어도 혼자서는 웃을수 없던 시절에 혼자 거울 보고 웃었다면 상황이 더빨리 좋아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끊임없는 주의' 몇번은 할 수 있는데 지속하기는 쉽지 않아요ㅜㅜ

  10. 작은습관의힘 2020.06.15 16: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게 주는 제목같아요...이번 주, 저는 반드시 역경을 이겨내고 예전의 안정과 평온과 목표에 집중하는 시간들로 돌아가고말겠습니다. 역경을 이겨내는...마음과 의지...를 가지고 헤쳐나가겠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1줄, 책의 제목이 주는 목직한 울림이 저를 울립니다. 저도 지금 역경에 처했다는 생각과 그 속에 파묻혀 허우적대기만 하고 있었다는 자각!~~헤쳐 나오겠습니다. 오늘도 또 감사합니다.

  11. 풀꽃자운영 2020.06.15 21: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용의 마지막까지 궁금하게 하네요. 지금 우리시대가 원하는 리더상이라할수 있겠어요.

  12. GOODPOST 2020.06.16 10: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경을 이겨내는 리더십. 약간의 반전.
    그건 깊은 배려심이였네요.
    갑자기 감동이 밀려옵니다.
    꼭 읽어보고 싶은 책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