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일들이 그렇듯이, 게임을 잘 하는 방법은 시간을 더 들이는 겁니다. 더 많은 시간을 쓸수록 점점 더 레벨이 높아지고 기술이 좋아집니다. 여기로 가면 죽는구나, 이 단계에선 이 아이템을 선택하는 게 더 유리하구나. 끊임없이 실수를 통해 배우는 게 게임입니다.

인생은 게임이 아닙니다. 단 한번 밖에 플레이할 수 없어요. 선택이 어려운 건, 시간을 함부로 낭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저는 남들 인생 게임의 기록을 봅니다. 수천년 동안 기록된 역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내린 선택의 결과가 나와 있어요. 그걸 보고 배우는 겁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역사책을 읽는 것은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같아요.

역사 공부를 시작하기엔 쉽지 않습니다. 주제와 내용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이지요. 시간으로 나누면, 고대사, 중세사, 근대사, 현대사. 지역으로 나누면, 서양사, 동양사, 중국사, 일본사. 주제로 나누면 철학사, 예술사, 문학사 등등 너무 넓고도 깊은 세계라 선택이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간단하게 하루에 딱 한 페이지씩만 볼 수 있는 역사책이 나왔어요.


<1페이지 한국사 365> (심용환/비에이블)


<단박에 한국사> 시리즈를 낸 심용환 작가님의 저서입니다. 매일 하나씩, 365개의 역사 이야기를 읽는 동안 우리의 뿌리인 한국사에 대해 쉽고 재미나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에요. 요일별로, 사건, 인물, 장소, 유적, 문화, 학문, 명문장 등 일곱가지 주제로 묶었어요.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어도 좋고, 그냥 책 페이지를 설렁설렁 넘기다 흥미로운 제목을 만나면 바로 읽어도 좋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역사에 남겨진 명문장을 찾아 읽는 게 좋았어요. 오늘은 정약용의 글을 소개합니다.


'사대부의 집에서 한 번 벼슬길을 잃게 되면 집안이 탕진되어 유리걸식하며 천한 무리에 섞이지 않는 사람이 없는데, 그 이유의 하나는 자포자기하여 경전과 사서를 포기하기 때문이요, 다른 하나는 놀고먹으며 습관을 고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록 음풍영월로 어려운 운자를 넣어 시의 우열을 겨루어서 한때의 헛된 명예를 얻는다 하더라도, 이런 것이야 물결에 떠가는 꽃잎과 같아서 곧 없어져버리는 것이다. 근본과 근원이 없는 학문이 어떻게 크게 떨칠 수 있으랴.

또한 의복과 음식의 근원이 되는 것은 오직 뽕나무와 마를 심고 채소와 과일을 심는 것이며, 부녀자는 길쌈을 부지런히 해야 한다. (...) 공손하고 성실하게 경전을 정밀히 연구하고, 부지런하고 검소하게 과일나무와 채소를 심어 가꾸는 데에 힘을 다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도를 지키며 일을 줄이고 경비를 절약하면 집안을 보존하는 어진 큰아들이 되리라.'

(316쪽)


정약용이 1810년 유배지였던 강진 다산초당에서 아들에게 보낸 글이랍니다. 정조 사후 풍비박산난 집안을 '폐족'이라 지칭하는데요. 수입이 줄면, 당연히 지출도 따라서 줄여야 합니다. 예전의 소비습관을 그대로 유지하면 집안이 탕진의 길로 가지요. 시련과 고난이 닥쳐와도 자포자기하지 말고, 성실하게 일하며 자기 자신을 잘 다스리라고 합니다. 
회사에서 힘든 시절을 겪던 저는, 정약용의 글을 보며 마음을 다스렸어요. 수천년 한국사를 압축한 책을 통해 수많은 위인의 삶을 보고, 어떻게 살 것인가, 다시 고민해봅니다.

책과 함께 하는 날들이 하루하루 선물처럼 느껴지기를 소망합니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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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라피나장 2020.06.19 06: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주
    오래간만
    강진 다산 정약용
    유배지
    2박3일
    연수 다녀온 기억
    10년전
    참 좋았어요

    문득
    그 감동 전율
    오늘도
    일터
    발걸음
    활기차게
    늘 좋은기운
    배워갑니다
    존경합니다

    나만의
    역사도
    한페이지 장식하는 하루 ^~~

  2. 아리아리짱 2020.06.19 07: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PD님 아리아리!

    역사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부담없이 읽기에 좋은 책일 것 같습니다. ^^

  3. 오달자 2020.06.19 08: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일 하나씩 1 년이면 365 개의 에피소드를 읽는 역사책.
    흥미로운데요.

    역사잼뱅이언 제게 꼭 필요한 책인듯 합니다.
    좋은 책 추천 항상 감사합니다~^^

  4. 보리랑 2020.06.19 08: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에는 책으로 배운 국사 세계사 말고 살아있는 역사를 알고 싶습니다. 좀 철이 든다는 뜻이겠지요? 우리에게 훌륭한 정신문화유산을 물려주신 아름다운 분들이 많아요. 공자 소크라테스를 부러워 할게 아니었어요

  5. 꿈트리숲 2020.06.19 09: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은 아날로그가 무척 그리운 날이라
    빌리조엘 음악을 틀어놓고 글을 읽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에 아날로그적인
    역사를 기억하고 공부한다는 건 어찌 보면
    흐름을 역행하는거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과거를 잊고서는 오늘 우뚝 서는 나라가 없듯
    역사를 배우지 않고 미래를 얘기할 수는 없다 싶습니다.
    방대한 역사 파트별로 나누어 공부하는 것도
    참 재밌는데, 요렇게 한권으로 압축해서
    에센스만 뽑아놓은 책도 흐름잡는데 더없이
    좋을 것 같은데, 아이들에게 추천해줘도 괜찮을까요?

    저도 명문장을 모아 놓았다는 것에 솔깃합니다^^

  6. 책읽는 쉼표구름 2020.06.19 09: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사는 매번 어렵고 지루하다고 생각하고 멀리했어요ㅠ
    하루에 하나씩 읽으면 되니까 영어문장 매일외우듯~~!! 좋은책추천감사합니다~~

  7. GOODPOST 2020.06.19 09: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택이 어려운 건, 시간을 함부로 낭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도 게임처럼 실수를 통해서 다시 리플레이 된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래도,,,약간의 방법으로 역사책이 있다는 건 위안이 되네요.
    오늘도, 나의 인생시뮬레이션 게임을 역사책을 보면서 배워보겠습니다.
    좋은 글,,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8. 바람향기 2020.06.19 09: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내리더니 선선한 날이 아직은 계속 되서 감사하는 아침입니다.
    피디님 덕에 다산 선생의 말씀으로 오늘 하루를 잘 보낼 것 같습니다.
    매일 한 문장씩 좋은 마음으로 산다면 그 선한 영향력이 주위에도 퍼질 것 같습니다.
    주말은 늘 저만의 평화를 찾습니다.
    그래야 주중에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선물같은 하루 보내요^^

  9. Laurier 2020.06.19 11: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포자기하지 않고 꾸준히 성실함을 유지한다는 좋은 말씀에 공감합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자신의 한계를 느끼게 되면 바로 포기하기가 쉬워지는 세상이라 더 많이 공감됩니다. 시간을 견뎌낸다는 말이 정약용 선생님이나 PD님에게서 느껴집니다. 저는 시간에 대해서 굉장히 조급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에 대해 더 초조해지구요. 그럴수록 그 시간을 잘 견뎌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점점 배워갑니다.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오늘도 책과 함께 즐거운 하루를 보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0. 꿈꾸는 강낭콩 2020.06.19 12: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사 공부는 늘 하고는 싶지만 시작하기 어려운 분야였는데, 이 책은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네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11. 인대문의 2020.06.19 12: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very day my day begins with your blog.
    Wow. I'm wise.

    Thank you for your splendid writing.
    Have a happy TGIF.

  12. 아빠관장님 2020.06.19 17: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
    하루 한 페이지~ 이런 책, 이런 방법 좋아합니다. 오늘만 살게 아니니, 하루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언젠간 괄목할 만큼 되어있잖아요, 피디님이 저서에 많이 말씀하신 꾸준히, 끈기 이런 이야기들 항상 되내이며 생활한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13. 슬아맘 2020.06.20 11: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과함께 행복한 하루
    피디님 글과 함께 행복한 주말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14. 코코 2020.06.21 11: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루에 딱 한 페이지씩 읽는 역사책이라~ 꼭 사서 틈틈이 읽어야겠습니다~
    요번 주말엔 지난 번 추천해주신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를 읽고 있습니다. 글 속 멋진 여성들의 삶과 철학을 만날 수 있어서 참 행복합니다.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피디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