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글은 좀 깁니다. 바쁘신 분은, 화면 끝까지 내려서 마지막 6줄만 읽으셔도 됩니다. 

 

후배에게서 카톡이 왔어요. 

'형 건강하시쥬? 제가 읽은 글쓰기매뉴얼 중 가장 현실적인 조언이네요 좋아하실까봐 긁어서 보내드립니다'

아, 노후에 전업작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더니, 후배가 이렇게 챙겨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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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잘 읽히는 글을 쓸 수 있는가. 

1. 일단 ‘문장력 향상 72단계’ 같은 책은 읽지 마라. 어떤 테크닉을 배워서 습득하면 뭔가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책은 대체로 쓸모없다. 다이어트 테크닉이 담긴 책을 백날 읽어봐야 살이 빠지지 않는 것처럼. 

2. ‘글쓰기를 위한 100가지 법칙’ 같은 책도 읽지 마라. 그 많은 법칙을 외울 기억력이 있다면 사법시험을 쳐서 변호사가 되는 편이 훨씬 낫지. 

3. “누군가 단 한 사람에게 편지를 쓰듯 써라”라고 알려주는 책도 있던데, 꽤 그럴 듯해 보이지만 그런 글은 카톡에서나 쓰세요. 

4. 에세이 작가가 되고 싶다, 글 쓰는 일로 생계를 꾸리고 싶다, 책을 써서 돈을 벌고 싶다 등등, 목적의식이 있는 건 좋지만 그런 생각으로 글을 쓰면 결국 사람들이 읽지 않는 글이 나와 버린다는 걸 명심할 것. 

5. 대부분의 글쓰기 입문서에서는 ‘무엇을 쓸까’가 중요하다고 가르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중요한 건 ‘누가 썼는가’예요. 

6. 예컨대 당신이 ‘로마제국의 역사’에 흥미를 느끼고 며칠 동안 열심히 자료를 조사한 끝에 신묘막측한 필력과 깜찍발랄한 위트로 무장한 글을 페북에 올렸다고 가정해 보자. 몇 명이나 읽을 것 같나. 기껏해야 수십 명, 많아야 수백 명이 우연히 보고 끝날 것이다. 

7. 하지만 방탄소년단이 점심때 먹은 등심 돈가스 정식이 정말 맛있었다는 이야기를 쓰면 수백만 명, 어쩌면 수천만 명이 너나없이 읽고 온갖 다양한 코멘트가 수없이 달릴 것이다. 어쩌면 돼지고기 판매량이 급증할지도 몰라. 

8. 당신의 로마제국은 등심 돈가스 정식에 완패한다. 때문에 일단 ‘방탄소년단 같은 유명인이 된 뒤에’ 에세이 작가가 되라, ‘방탄소년단 같은 유명인이 된 뒤에’ 글 쓰는 일로 생계를 꾸려라, 라고 주장하는 글쓰기 책이 있다면 반드시 읽어라. 그것은 꽤 바른 자세니까. 

9. 물론 방탄소년단 같은 유명인이 되기는 어렵지. 그러니까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을 읽어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임. 

10. 그래서 끝까지 거들떠본 바, 지금껏 읽은 글쓰기 책 가운데 솔직무쌍하다는 측면에서는 단연코 으뜸이었다. 심지어 웃겨요, 이 책.    

이상,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 간단정리, 였습니다.  

마포 김 사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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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피어 김홍민 대표님이 올려주신 글이군요. 후배가 챙겨준 무림비급을 혼자 보고 말기 아까워 블로그에도 소개합니다.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 (다나카 히로노부 / 박정임 / 인플루엔셜)

저자는 카피라이터로 24년을 살았어요. 눈길을 사로잡고, 마음을 움직이고, 지갑을 여는 카피를 쓰기 위해 수십 년을 고민하던 어느날, 남을 위한 글, 돈이 되는 글을 쓰는 게 지겨워 회사를 때려치우고 나옵니다. 그리고 쓰고 싶은 글을 쓰는 데 집중합니다. 

'이 책에서는 '내가 읽고 싶은 글을 쓰면 내가 즐거워진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다. 아니, 전해지지 않아도 좋다. 이미 이 책을 써서 읽고 있는 내가 즐거우니까.

자기 자신도 재미없는 글을 다른 사람이 읽어서 재미있을 리가 없다. 그러니까 자신이 읽고 싶은 글을 써야 한다.

그것이 '독자로서의 글쓰기 기술'이다.'


(8쪽)

글쓰기가 괴로운 건, 부담감 때문입니다. 입사 자기 소개서를 쓸 때는 심사위원을 고려해야 하고, 상품 기획서를 쓸 때는 고객을 고려해야 합니다. 남 눈치를 보며 하는 일이 즐거울 리 없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쓸 때, 저는 순수한 저의 즐거움에 집중합니다. 이건 돈 한 푼 안 받고 하는 일이니까, 오로지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씁니다. 그래야 즐겁게 오래 할 수 있고, 꾸준히 해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쁜 말을 내뱉으면 나쁜 말은 반드시 자신을 나쁜 곳으로 데려간다. 좋은 말을 하면 좋은 말은 반드시 자신을 좋은 곳으로 데려간다. 나는 그 사실을 알게 됐다. 

평상시에 그냥 떠들며 지내는 시간은 빈둥빈둥 길을 걷는 것과 같다.

거기에서 조금이라 풍경을 바꾸기 위해, 이곳이 아닌 어딘가로 가기 위해, 나는 괴로워도 산을 오르듯 글을 쓴다.

등산은 길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199쪽)


평생 남을 위한 글만 써온 카피라이터가 쓴, 글쓰기에 관한 유쾌한 농담입니다.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 글쓰기를 조금이라도 재미있게 하려면

내가 쓴 것을 읽고 내가 즐거워지는 수밖에 없습니다.

즉, 내가 읽고 싶은 글을 쓰는 게 글쓰기의 요체라는 거지요.

인생을 잘 사는 법, 그딴 건 없지만, 하루를 조금이라도 재미나게 살려면

일상을 순간순간 즐기는 수밖에 없는 것처럼요.

오늘 하루도 선물같은 하루를 보내시기를.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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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귀차니st 2020.06.26 08: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도 선물 같은 하루와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3. 아리아리짱 2020.06.26 09: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PD님 아리아리!

    오늘은 마포 김사장님으로 부터 시작 된
    글 쓰기 선물 한 아름 입니다.

    내가 즐거운 글쓰기 명심 하겠습니다.

  4. 꿈트리숲 2020.06.26 09: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쓴 글을 읽고 재밌다고 깔깔거리고
    제가 쓴 글에 역쉬!! 하면서 엄지척하는게 살짝 비정상 아닌가 생각했었어요.ㅎㅎ
    오늘부로 그런 생각 종지부 찍겠습니다^^

    내가 재밌는 글,
    내가 재밌게 즐기는 일상
    그거면 된거죠.
    여기서 뭘 더? 바란다면...
    근건 운에 맡기겠습니다~~

  5. 나쵸리브레 2020.06.26 09: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쩜 제가 평소에 생각하는것과 이렇게 같을까요..
    저도 블로그에 소소하게 글을 올리고 있지만 . 글이라 해봤자 남들이 보고 감동할만한것도 아니고 깨닳음을 주고자 올리는곳도 아니고 그냥 언젠가부터 제가 블로그에 글을 쓰는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제가 즐거운 순간이라는걸 느끼게 되더군요.

    유명인도 아니고 파워블로그도 아니라서 하루에 우연히 검색하다 얻어걸린 방문자 몇밖에 없지만 제가 하루에도 몇번씩 들어가 제 글을 또읽고 또읽고 해도 재밌어요.

    누군가 우연찮게 들어와서 ''큽..'' 하고 웃음한번터지면 감사한거구요..
    얻고자 하는 정보를 얻어가면 보람차고..
    더 나아가 '이 집 글 맛집이네..' 하고 친구추가 해주면 더 좋은거구요..ㅋㅋ

    매일 아침 '이 블로글 글맛집이네..' 라고 느끼게 해주는 피디님의 블로그처럼요..



  6. 오달자 2020.06.26 10: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 내가 읽고 싶은 글을 써야 한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김사장님 책이 급 궁금해집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7. Laurier 2020.06.26 10: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일 블로그를 올리고 있지만 정말 잘 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어차피 남의 이목이 없는 것이 더 좋기에 그냥 써 놓고 제 글 한 번 읽고 그러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제가 좋은, 그리고 제 생각을 담을 수 있는 글이라면 비문이 가득하더라도 일단은 만족하면서 쓰고 있습니다. 조금씩 나아지기를 바라면서요. 그리고 위 댓글 중에 Mr. Gru님이 PD님 글을 unboxing이라고 표현하셨는데 진짜 최고의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매일매일 PD님 글 언박싱하면서 설레고 있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8. 타타오(tatao) 2020.06.26 12: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목만 봐도 일단 압도적 관심을 끄네요.
    아주 유쾌솔직한 책이네요.
    내 스스로 쓰면서 신나고 일어보며 너무 좋아서 도파민 뿜어나오는 그런 글 써야겠습니다. 고마워요.^^

  9. 섭섭이짱 2020.06.26 12: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피디님 절대 길지 않아요.
    넘 금방 읽어서 아쉬운데요 ^^

    아니 아니 바나나우유를 좋아하신다는
    마포 김사장님글을 피디님 블로그에서 보다니...
    김사장님 정말 글 맛깔나게 잘 쓰시죠
    김사장님 글 읽다보면 어느새 제 손에
    그 책이 있게되는 마술이 ㅋㅋㅋ

    요 책도 읽을 목록에 저장~~~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p.s ) 인생에 재밌는걸 찾으시는 분들은
    김사장님 SNS 에 정보가 무궁무진하니...
    한번 방문해보시길 추천합니다.
    https://www.facebook.com/100001890141305

    그리고, 김사장님의 잼난 글도 같이 읽어보시고요.
    http://www.hani.co.kr/arti/SERIES/977/title1.html





  10. 2020.06.26 13: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1. 아프리칸바이올렛 2020.06.26 15: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목부터 눈길을 훅 끄네요
    길게 안 느껴져요
    친구한테 글 잘 쓰던데 어떻게 쓰는거야
    물었을 때 대답해주는 것 같고
    일타강사 이야기처럼 귀에 쏙 들어옵니다
    내가 읽고 싶은 글을 쓴다
    응답하라 1988같이 재밌고
    타임머신 없이 과거의 나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나를 위로하는 글을 쓰고 싶다

    공짜로 즐기는 세상을 읽는 건
    일상을 재밌게 보내는 일이기도 하고
    안보면 양치나 목욕 빠뜨린거
    같다고나 할까요


  12. 위대함의 씨앗 2020.06.26 17: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을 잘쓴다? 무슨 의미? 늘 그런생각을합니다ᆞ
    글을쓰고 책을내고 싶은 꿈이 있지요ᆞ
    글을잘쓰는것에 대한의미를 미리 걱정하며 ㅋ

    지식을,지혜를,경험을,감성을 잘 조합해서 공감을 얻어내는일.. 그런데 독자층은? 그게 ..으음.. 내글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 독창적 문장력을 즐기는 사람.. 아니 ,내맘에 드는글이 첫째인듯합니다만... 혹시 책을 낸다면 판매부수는? 머리아프니 그냥 안내는걸로..ㅋㅋ 자기성찰하는 시간 일기나 부지런히 써서 유품으로 남겨서 손자가 대박나게 하면 좋을듯합니다 ㅋ

  13. 아빠관장님 2020.06.26 17: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겁 먹었습니다. 오늘은 좀 길다 하셔서요.
    그런데 전혀요~. 기분탓인가요? 제가 재밌게 읽어서 길게 안 느껴졌나 보네요^^

    피디님 덕분에 글쓰기를 시작한 지 어언 1년 쯤 된 작가로서(;;;;;; 피디님께서 글을 쓰는 사람은 모두 작가라 하셨죠? 제가 학부모에게 보내는 글만해도 엄청나거든요ㅎㅎ;;;) 너무나 귀담아 들어야하는 내용이네요!
    내가 재미없는데 누가 읽겠어요. 돈 준다고 하면 몰라도...ㅎㅋ

    주말 잘 보내세요 ~

  14. 코코 2020.06.26 18: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길지 않은 글이었어요. 후룩룩 읽히는걸요
    가끔 별 쓸모없는 글을 쓰더라도 항상 느끼는 건 글쓰기는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으로 나오는구나..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끊임없이 읽고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너무나 솔직한 글쓰기 노하우 잘 읽었습니다^^

  15. 2020.06.26 20: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6. 조피디86 2020.06.26 20: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군산에서 특강 너무 잘들었습니다 !!!

  17. 김주이 2020.06.26 22: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재밌는 글이네요.
    내가 즐거운 내가 재밌는 글쓰기
    공감갑니다.
    오늘도 제가 즐거운 글쓰기를 하렵니다.

  18. f_s_t_k 2020.06.27 21: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루형 저도 주말인사좀 해주십쇼 ㅎㅎ

  19. 나의 불혹 성장기 2020.06.29 19: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읽고 있어요~
    너무 와닿는 글이네요. 그 어떤 글도 BTS의 돈가스글을 이길수 없다...
    하지만 BTS의 돈가스글이 힘을 얻기까지 아마도 BTS는 피나는 노력을 했겠지요 :)

  20. 코스모스양 2020.08.19 21: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가님..여전히 한결같이 독서일기를 쓰고 계신 모습을 보고 싶어서 오랫만에 들렀어요..^^..
    저도 글쓰기를 하고 싶어요. 글의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pd님처럼 꾸준히 쓰면 생산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졌었거든요...
    그런데 이 글을 읽다가 pd님의 글이 이렇게 꾸준히 읽히는 건 이미 pd님은 유명인이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ㅎㅎ 좌절모드에 들어가려다가..
    안된다는 핑계대지 말고 그냥 해보자.. 하는 희망모드로 다시 바꾸려고요..

  21. crazy teacher 2020.09.19 11: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갑니다. 배울 점이 너무 많아서 참 좋습니다. 자주 들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