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위해 열심히 돈을 벌고, 주말에도 쉬는 대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분명 좋은 아빠입니다. 그런데 너무 열심히 살다보면 분노의 화신이 될 때도 있어요. '난 너희들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사는 데 왜 내 말을 안 듣는 거야!' 이럴 땐 알아차려야 해요. '내가 지금 일터에서 많이 힘든가 보다. 그래서 집에서 분풀이를 하나보다.'

<퇴사 말고 휴직> (최호진 / 와이에치미디어)

15년차 직장인에 두 아이의 아빠로 살던 저자가 어느날 아이들과 스키장 여행을 갑니다. 여섯 살 어린 아이가 리프트에서 장난을 치다 스키 플레이트를 떨어뜨리는 사고를 쳐요. 아빠는 불같이 화를 냅니다. 그러고 난 후, 문득 미안해지죠. 어린 아이가 실수로 한 행동에 왜 나는 그렇게 화를 냈을까...


'스키장에 다녀온 지 몇 주 뒤, 우연히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와 교육학자 최재정 교수의 강의를 이틀 동안 연달아 듣게 되었다. 전문 분야가 다른 두 분이셨지만 공교롭게도 두 강의 모두 부모가 아이에게 화를 내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두 분의 강의를 들으며 내 문제에 대해 바로 알 수 있었다. 아이를 내가 낳은 새끼이므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내 것’이라고 생각한 것. 내 것인 아이들이 내 말을 따라 주지 않고 나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아 화가 난 거다.

강의를 듣고 아이를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아이들을 내 소유물로 생각하는 마음 이면에 또 다른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아이들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직장에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직장생활을 10년 넘게 하면서 이런저런 벽에 부딪히는 나를 발견했다. 생각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았다. 상사의 비위를 맞춰야 했고, 후배의 눈치도 봐야 했다. 아내와의 관계는 좋았지만 아내 또한 내 맘대로 할 수는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달랐다. 양육이라는 미명하에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화를 냈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통제 가능한 대상이 내 말을 듣질 않으니 분풀이를 해야 했다.'

(21쪽)

책을 읽고 느낀 점, 첫째. '아, 이 저자는 강연을 들으러 다니는 걸 좋아하는 분이구나.' 둘째, '저자는 강연에서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의 삶에 적용할 줄 아는 사람이구나!' 셋째, '그렇게 깨달은 점은 남들과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이구나!' 일전에 저자가 제 강연을 듣고 블로그에 후기를 남겼는데요. 글을 읽으며 내내 감탄했어요. '2시간 강의의 핵심을 콕 집어서 3분 동안 블로그만 봐도 알 수 있게끔 하셨네? 이 분, 나중에 책을 내셔도 될 듯.'

어려서 저를 의사로 만들려는 아버지의 욕심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요. 인생의 진로가 바뀐 탓에 20대에 많이 괴로웠고요. 아버지는 당신의 삶이 불안한 탓에 그 불안을 자식의 인생에 투사하셨어요. 그 바람에 자식의 삶까지 불행하게 만들었지요. 회사에서 힘든 시절이 계속 될 때, 문득 불안했어요. '직장에서 괴로운 시간을 보내다, 나 역시 아이들에게 나쁜 아빠가 되는 게 아닐까?' 그래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즐겁게 살았어요. 아이들과 주말마다 여행을 다니고 저녁에는 보드게임을 하고 밤에는 책을 읽어주며 즐겁게 지냈지요. 좋은 부모란 그 자신이 행복한 삶을 사는 부모래요.

 
'『에고라는 적』에서 작가는 살아있는 시간과 죽은 시간을 구별했다. 살아있는 시간은 무엇이든 배우려고 노력하고 행동에 옮기며 보내는 시간을 의미하는 반면, 죽은 시간은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을 하는 시간을 뜻한다고 한다. 이 구절을 보면서 나는 회사를 다니며 하루하루 버티는 나의 시간이 죽은 시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말만 기다리고, 휴가만 기다리며, 퇴직하는 그날만 기다리는 그저 기다리기만 한 시간은 아니었는지 자문했다.'

(27쪽)

설레는 하루하루를 맞이하기 위해 저자는 휴직을 선택합니다. 아내에게 70일간의 휴가를 선물하고, 아이들과 캐나다로 독박 육아 여행을 떠나요. 머나먼 이국 땅에서 천국같은 나날이 이어질 줄 알았는데... 아이가 맹장염에 걸려 병원에 실려가고, 갖은 고생을 다 합니다. 고난 끝에 아이들과 아빠는 또 한층 성장합니다. 6주간의 캐나다 캠핑, 자동차 횡단 여행, 등 저자의 독박 육아 여행을 보며, 또 배웁니다.

그의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과 강연 소식을 만날 때마다, 좋은 저자가 되고, 좋은 강연을 할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오랫동안 제가 손꼽아 기다리던 책이 나왔습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감동이에요. 우리가 익숙한 건 끝없이 달리는 삶이지요. 어려서 공부가 시험이라는 장애물을 넘으며 달리는 허들 경주라면, 어른의 일은 취업과 결혼과 육아라는 험준한 코스를 달리는 크로스컨트리입니다. 공부는 그나마 정해진 코스가 있지만, 일은 정해진 결승점도 없는 산악 마라톤이라고 할까요? 나이 40, 달리기만 하던 삶에서 잠시 멈춰 숨을 가다듬기 딱 좋은 때입니다. 마흔의 휴직이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책은 보여줍니다. 이제 그의 저자 강연을 쫓아갈 차례입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멋지게 살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어요. 물론 그 답은 이미 이 책 속에 다 나와 있지만.

 

 




Posted by 김민식p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아프리칸바이올렛 2020.06.29 07: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의 고통을 저 역시 잘 압니다
    대학 들어갈 때 학교와 과선택까지 엄마의
    수많은 간섭과 통제 속에 살았으니까요
    하지만 제 아이에게 그 고통을 그대로는
    아니지만 많은 부분 되풀이했던 바보같은
    시간을 보냈어요
    좋은 부모란 그 자신이 행복하게
    사는 걸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걸 알아요
    결혼,육아,일 저 역시 마라톤처럼
    느껴집니다
    이 글을 읽고 보니 8월부터 일 하루
    줄이고 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읽고
    여수 밤바다도 보고 싶군요

  2. 보리랑 2020.06.29 07: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나중에 돌아보면 분명히 만족스럽고 성공한 인생일 겁니다. 저는 아이들과 충분히 놀아주지 못했지만 지금 아이들과 너무 행복하니 그걸로 위로 삼습니다.

    내가 왜 애들한테 이 순간에 화가 나는지 어린 시절과 연결짓는 책이 나왔대요. <푸름아빠 거울육아> 우리를 한층 더 성장시켜줄 책으로 보입니다.

  3. 아리아리짱 2020.06.29 08: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PD 님 아리아리!

    최호진 작가의 글에 많은 공감이 갑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은
    만만한 사람에게 분풀이 하는 것!
    특히 아이들이나 가족에게!

    제일 비겁한 일인데 쉽게 저지르기 쉬운 만행인 것입니다.
    만행을 저지르지 않으려면
    자신이 기쁜 시간을 많이 만들고 그 채움으로
    주변을 즐겁게 행복하게 해야겠습니다.^^

  4. 아솔 2020.06.29 08: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난 번 강연에서 소개해주신 책이 드디어 나왔군요~ 좋은 추천 감사합니다!

  5. 비 주류인 2020.06.29 08: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확실히 마흔때 휴직이라 저라면 돈 때문에 선택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 그래도 이 책을 한 번 읽고 싶네요

  6. 섭섭이짱 2020.06.29 08: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앗.... 호진님 책 얘기네요.
    예전에 이 분 블로그에서 캐나다 여행기 읽으며
    아이가 아프고 여러가지 사건사고를 보면서
    대단하다 생각했었는데.. 드디어 책이 나왔군요.
    아직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휴직이냐 퇴사냐를 자기의지에 따라
    선택할 수 있었다는게 중요해보이네요.

    전 인생을 허들 경주 + 크로스컨트리에
    더해서 철인 3종이라 부르고 싶네요.
    끝날거 같으면서도 다음 코스가 또 이어지고
    코스마다 사용할 근육도 다르고...
    전 이제서야 수영코스 반환점 돌고
    헤엄치고 가는중 같은데......
    사이클과 마라톤 코스는 언제쯤 시작할런지

    오늘은 새벽부터 엄청난 일들이 있었네요..
    기쁜일도 있고, 황당한 일도 겪고...
    결국 RDB 을 겟한게 최고로 기쁘네요 ㅋㅋㅋ

    오늘은 인생에 대한 얘기를 써주시니
    이 노래가 생각나네요...
    제가 좋아하는 사계절의 노래 놓고 갑니다.


    <Bravo My Life>

    해 저문 어느 오후 집으로 향한 걸음 뒤엔
    서툴게 살아왔던 후회로 가득한 지난 날
    그리 좋지는 않지만 그리 나쁜 것만도 아니었어

    석양도 없는 저녁 내일 하루도 흐리겠지
    힘든 일도 있지 드넓은 세상 살다보면
    하지만 앞으로 나가 내가 가는 곳이 길이다

    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지금껏 달려온 너의 용기를 위해
    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찬란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

    내일은 더 낫겠지 그런 작은 희망 하나로
    사랑할 수 있다면 힘든 1년도 버틸 거야
    일어나 앞으로 나가 네가 가는 곳이 길이다

    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지금껏 살아온 너의 용기를 위해
    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찬란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

    고개들어 하늘을 봐 창공을 가르는 새들
    너의 어깨에 잠자고 있는 아름다운 날개를 펼쳐라

    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지금껏 달려온 너의 용기를 위해
    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찬란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

  7. 꿈트리숲 2020.06.29 09: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번 북바이북 강의에서 소개해주셨던
    작가님이시죠?^^
    뒷자리에 앉아계셔서 제대로 얼굴을 못
    뵈었는데, 꼬꼬독에서 작가님과 같이 강의
    해주시는 날이 오겠죠?

    아버지로 아이들에게 잘못한 것을 깨닫고
    잘못된 걸 바로잡아 실천하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것이라 생각되어요.
    일단 내가 잘못되었다는 걸 인정해야 하니까요.
    최호진 작가님을 통해 소통하는 부모의
    자세는 어때야 하는지 배웁니다.

    강의 듣고, 책 읽은 것을 삶으로 실천하는 모습에
    자녀들도 아빠의 뒷모습 보며 잘 자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모두가 강의 듣고 책 읽고 한다고 책을 낼 수
    있는 건 아닐텐데... 부럽고 위대해 보여요.^^

  8. 인대문의 2020.06.29 11: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I've been dreaming to be the best father, since I was young.
    It's a little bit abstract in details but the goal is obvious.
    The dream includes many meanings.
    1. Exemplary and admirable father.
    2. Husband devoted to my wife.
    3. Good son for my Parents.
    After growing up, I realized keeping these dreams are not easy.

    Work, relationship, money, health, honor, desire etc.

    My father has been living to survive from them.

    When my father comes back, I will say that I love you with some massages.

    Thanks my parents, thank you the best writer~*

  9. 오달자 2020.06.29 11: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머...이 분 블로그 읽고 혼자서 아이둘 데리고 캐나다 여행기 감명깊게 읽으며 댓글달았더니 성의껏 답해주시더라구요.
    그 분이 이 분이신줄~~미쳐 몰랐네요.ㅎㅎ
    드뎌 책을 내셨네요.

    아이를 내 소유물로 여기진 말자!
    이 한가지만 명심하며 살아야겠습니다.

  10. Laurier 2020.06.29 13: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들과 관련된 얘기는 늘 반성을 하게 하면서도 쉽게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습니다. 무엇이 옳다는 것은 알고 있으면서도 제 자신을 돌아보지 못해 저지르는 실수들이 너무 많아요. PD님도 그렇고 최호진 님도 모두 자신을 일으키면서 최선을 다해 사시는 모습이어서 정말 본받을 만한 부분이 많은 분들이십니다. 머리로 아는 것과 가슴으로 실천하는 것이 만만치가 않아서 걱정이긴 합니다... 그래도 늘 이렇게 좋은 글 읽으며 제 머릿속에서 행동하도록 하는 회로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11. 아빠관장님 2020.06.29 15: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자도 깨달았네요. 아이들은 나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라는 사실을요. 저도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ㅠ.ㅠ 참 쉽지 않네요. 세상 가장 어려운 것이 육아란 말은 진리입니다.

    나름 보통의 아빠들보다 아이들과의 시간을 많이 갖고 있다고 자부했습니다만, '아빠는 함께 있는 시간의 양보다 질 '이라는 말이 다시금 떠오르네요.

    오늘도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12. 코코 2020.06.29 18: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직 이 책을 읽진 않았지만 피디님의 글을 통해 느껴집니다. 저자분이 얼마나 깊이 고민하고,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고, 행동으로 옮기셨는지를요. 오늘도 피디님의 책 소개에서 또 배웁니다. 잘 읽었습니다^^

  13. 슬아맘 2020.07.07 13: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화가나고 ~ 화가나고 ~
    그 부분을 읽는데 왜 이렇게 가슴에 깊숙히 와닿을까요?
    저도 회사에서 스트레스가 많았고 그걸 아이한테 풀고 있었네요. 반성하게 되었어요.
    이 분 강의 저도 꼭 들어봐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