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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혼밥의 소중함을 느끼는 시간

by 김민식pd 2020. 7. 6.

요즘처럼 일상이 흔들리는 시기에, 중요한 건 흔들리지 않는 자기만의 루틴입니다. 저의 습관은 새벽의 글쓰기와 퇴근 후 독서입니다. 둘 다 친구가 필요없고, 모임이 필요없고, 장소나 비용이 따로 들지 않는 일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간은 어찌보면 사회적 약속의 유혹을 이겨내는 시간입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모토로 살아가는, 루틴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 있어요.

<아무튼, 계속> (김교석/위고)

매일 아침 글을 쓰고, 매일 저녁 책을 읽는 시간을 만들어내는 비결은 간단합니다. 저녁 약속을 피합니다. 저녁에 사람을 만나면, 일단 저녁의 자유 시간이 사라지고, 귀가가 늦어져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듭니다. 12시 넘어 잠자리에 들었는데 블로그 글 올리려고 새벽에 일어나는 건 괴롭거든요. 어떤 일을 습관으로 들이기 위해서는 즐겁게 유지하는 편이 좋습니다. 김교석 저자도 루틴을 지키기 위해 저녁 약속을 피한다고 해요.

'술자리를 피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고, 둘째 일상을 지키려는 의지를 방해하고, 셋째 술자리에서 주고받은 여러 이야기들과 타인의 근황이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특히 술 안 먹고 할 수 없다는 말은 듣지 말자. 평온하고 동요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데 정말 여러모로 방해 요소다.'

정말 확! 와닿는 말씀입니다. 책을 읽으며 내내, '아, 나랑 비슷한 점이 정말 많은 분이네?'했어요. 이런 분을 만나면, 혹 나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를 살펴봅니다. 그게 내가 새롭게 배울 점이거든요. 나와 취향이 다른 저자의 루틴을 따라 하기는 쉽지 않아요. 하지만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에게는 분명 배울 점이 있어요. 저자는 '초라한 혼밥'을 피하라고 합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밥을 먹지 말라고요.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느라 식사 약속을 잡지 않아요. 그러다보니, 혼자 식사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럴 때, 스마트폰을 켜서 전자책을 읽습니다. 마치 '뽀로로'나 '또봇'없이는 밥을 못 먹는 산만한 아기처럼 눈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응시하며 입으로만 밥을 먹지요.

'식사는 오롯이 자기와 마주하는 하루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식사 시간은 음식 맛을 느끼며 행복을 찾고, 잠시 쉬면서 복잡했던 머릿속을 정리하고 비우기에 가장 적절한 시간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 순간마저도 자기 자신과 단둘이 마주 앉기를 거부한다. 이런 식이면 혼자 밥을 먹는 이유가 초라해진다. 

습관이란 무서운 거다. 혼자 밥을 먹더라도 격식을 갖춰보자. 자기의 시선을 전화기에 가둠으로써 주변의 시선을 차단하려 하지 말고 주변을 돌아보고 식당의 분위기까지 식사라고 생각하고 전반적으로 즐기자. 분주하고 정갈하든 지금 앉아 있는 그 순간의 모든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풍경이다.'

한 달 전, 이 책을 읽고 따라하기 시작했어요. 혼자 밥을 먹을 때도 휴대폰이나 책을 멀리하고 식사의 순간을 느껴보는 걸로.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에 정신을 빼앗긴 채 밥을 먹는 대신, 한숟갈 입에 물고 오물오물 씹으며 먼 곳을 응시합니다. 마치 만화 <초밥왕>의 심사위원이 한 알 한 알 쌀 한 톨까지 음미하듯이. 그렇게 먹었더니, 이제 혼밥의 시간도 즐거운 루틴이 되었어요. 

책에서 배우며 나의 일상을 가꾸는 일, <아무튼, 계속>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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