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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아이의 마음을 알고 싶다면

by 김민식pd 2020. 7. 8.

아버지는 학교 선생님인데요. 교육의 전문가라고 하는 분이, 정작 아들의 마음은 전혀 모르시더라고요. 알고 싶은 생각도 없고요. 오로지 당신 생각을 제게 주입하는데요. 부모가 아이의 진짜 속마음은 몰라요. 왜 모를까요? 욕심 때문에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기 때문 아닐까요?

<초등생의 진짜 속마음> (김선호 / 한겨레출판)

이 책의 프롤로그를 읽는 순간, 확 빨려들어갔어요.

'엄마 나이 마흔 즈음, 아이 나이 열 살이 됩니다. 사실 이 책은 마흔 즈음이 된 초등 학부모들을 위해 쓴 책입니다. 엄마들은 잘 모릅니다. 처음으로 맞이하는 가장 고독한 시간입니다. 30대에는 그나마 마음껏 어린 자녀에게 애착이라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초등 자녀가 10대가 되는 순간부터 애착에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이들은 분리를 원합니다. 사춘기가 초등 시기로 앞당겨지면서 부모와의 관계에서도 좀 더 일찍 분리를 원합니다. 엄마들은 갑작스러운 아이의 변화에 어찌 적응해야 할지 모른 채 화도 나고 우울하기도 하고 짜증도 납니다. (...)

초등 자녀의 진짜 속마음은 이제 집에 없습니다. 오히려 학교에 더 많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진짜 타인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가족을 넘어선 사람들과 관계 맺기를 원합니다. (...)

아이들의 세계는 우리가 이해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그냥 그들만의 세계에서 그들이 존재하고 싶은 대로 있습니다. 그 제멋대로인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이 책을 집필했습니다.'

(5쪽)

자녀와의 애착을 집착으로 만들지 말고, 자녀와의 정서적 분리를 하라고 하십니다. 아이에게 엄마의 그 어떤 작은 욕망도 전이하지 말라고요. 저자는 초등교육 전문가이자, 작은형제회 수사였으며, 신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교사로 재직중이신데요. 아이와 나의 분리는 쉽지 않아요. 분명 얼마 전까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였거든요. 그런데요. 아이의 독립을 방해하면 할수록 아이와 나의 관계는 점점 악화됩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떠나간다는 유행가 가사를 믿으셔야해요. 부모 자식 간에는 그럴 수 밖에 없어요.  

요즘 길을 가다보면 초등학생 아이가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걸어가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선생님은 초등 자녀에게는 절대 스마트폰을 사주지 말라고 하십니다. 중독성이 너무 강하다고요. 어린 아이가 감당할 수 없는 자극이라고 하십니다.

'자녀가 스마트폰 사달라고 조르는 것에 지쳐 사 주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차라리 사달라고 조르고 안 된다고 싸울 때가 행복했음을 알게 되실 겁니다. (...)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능력을 키우려면 창의성과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성을 키워야 하는데요. 그러려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대화하고, 만들고, 함께 협업하는 놀이를 해야 합니다. 초등 시기 스마트폰은 그 모든 것을 단절시킵니다. 그리고 잠재적 게임 중독자를 만들죠. (...)

'규칙을 정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해주면 괜찮을 거야'라는 생각,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은 '규칙을 정해서 아침, 점심, 저녁 담배 한 개비씩만 피우게 하면 괜찮을 거야'라는 것과 똑같습니다. 어느 순간 세 시간, 네 시간 방에 들어앉아 쉬지도 않고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자녀를 마주하게 될 겁니다. 대한민국의 학부모님들이 뒤늦은 후회를 하시지 않길 바랍니다.'

(180쪽)

책을 읽으면서 내내 고개를 주억거리며 글을 읽었어요. 전문가다운 조언에 고개를 연신 끄덕입니다. 학교 선생님을 찾아가기 쉽지 않은 요즘, 책에서 나만의 담임 선생님을 만나 보세요.

(<꼬꼬독>에서 해주신 저자 강연을 공유합니다. 촬영하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던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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