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학교 선생님인데요. 교육의 전문가라고 하는 분이, 정작 아들의 마음은 전혀 모르시더라고요. 알고 싶은 생각도 없고요. 오로지 당신 생각을 제게 주입하는데요. 부모가 아이의 진짜 속마음은 몰라요. 왜 모를까요? 욕심 때문에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기 때문 아닐까요?

<초등생의 진짜 속마음> (김선호 / 한겨레출판)

이 책의 프롤로그를 읽는 순간, 확 빨려들어갔어요.

'엄마 나이 마흔 즈음, 아이 나이 열 살이 됩니다. 사실 이 책은 마흔 즈음이 된 초등 학부모들을 위해 쓴 책입니다. 엄마들은 잘 모릅니다. 처음으로 맞이하는 가장 고독한 시간입니다. 30대에는 그나마 마음껏 어린 자녀에게 애착이라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초등 자녀가 10대가 되는 순간부터 애착에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이들은 분리를 원합니다. 사춘기가 초등 시기로 앞당겨지면서 부모와의 관계에서도 좀 더 일찍 분리를 원합니다. 엄마들은 갑작스러운 아이의 변화에 어찌 적응해야 할지 모른 채 화도 나고 우울하기도 하고 짜증도 납니다. (...)

초등 자녀의 진짜 속마음은 이제 집에 없습니다. 오히려 학교에 더 많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진짜 타인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가족을 넘어선 사람들과 관계 맺기를 원합니다. (...)

아이들의 세계는 우리가 이해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그냥 그들만의 세계에서 그들이 존재하고 싶은 대로 있습니다. 그 제멋대로인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이 책을 집필했습니다.'

(5쪽)

자녀와의 애착을 집착으로 만들지 말고, 자녀와의 정서적 분리를 하라고 하십니다. 아이에게 엄마의 그 어떤 작은 욕망도 전이하지 말라고요. 저자는 초등교육 전문가이자, 작은형제회 수사였으며, 신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교사로 재직중이신데요. 아이와 나의 분리는 쉽지 않아요. 분명 얼마 전까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였거든요. 그런데요. 아이의 독립을 방해하면 할수록 아이와 나의 관계는 점점 악화됩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떠나간다는 유행가 가사를 믿으셔야해요. 부모 자식 간에는 그럴 수 밖에 없어요.  

요즘 길을 가다보면 초등학생 아이가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걸어가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선생님은 초등 자녀에게는 절대 스마트폰을 사주지 말라고 하십니다. 중독성이 너무 강하다고요. 어린 아이가 감당할 수 없는 자극이라고 하십니다.

'자녀가 스마트폰 사달라고 조르는 것에 지쳐 사 주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차라리 사달라고 조르고 안 된다고 싸울 때가 행복했음을 알게 되실 겁니다. (...)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능력을 키우려면 창의성과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성을 키워야 하는데요. 그러려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대화하고, 만들고, 함께 협업하는 놀이를 해야 합니다. 초등 시기 스마트폰은 그 모든 것을 단절시킵니다. 그리고 잠재적 게임 중독자를 만들죠. (...)

'규칙을 정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해주면 괜찮을 거야'라는 생각,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은 '규칙을 정해서 아침, 점심, 저녁 담배 한 개비씩만 피우게 하면 괜찮을 거야'라는 것과 똑같습니다. 어느 순간 세 시간, 네 시간 방에 들어앉아 쉬지도 않고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자녀를 마주하게 될 겁니다. 대한민국의 학부모님들이 뒤늦은 후회를 하시지 않길 바랍니다.'

(180쪽)

책을 읽으면서 내내 고개를 주억거리며 글을 읽었어요. 전문가다운 조언에 고개를 연신 끄덕입니다. 학교 선생님을 찾아가기 쉽지 않은 요즘, 책에서 나만의 담임 선생님을 만나 보세요.

(<꼬꼬독>에서 해주신 저자 강연을 공유합니다. 촬영하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던 말씀입니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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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벽부터 횡설수설 2020.07.08 06: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좋은 아침이요! 스마트폰은 괴물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손 안에 들어가는 저 작은 네모 대신 조금 더 크고 도움이 되는 큰 네모(책)을 손에 들고 다니면 어떨까요? 나를 위해서도 자녀를 위해서도요^^

  2. 섭섭이짱 2020.07.08 06: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책 제목을 보고는 좀 엉뚱한 생각을 해보게 되는......
    초등생의 진짜 속마음은 초등생이 잘 알텐데
    혹시 초등생이 이런 내용의 책을 쓰다면 어떤 내용이었을까라는
    그리고 중학생, 고등학생의 진짜 속마음에 대한 책도
    출판사가 시리즈로 내는것도 좋을거 같다는 생각을 해보네요 ^^

    근데 책을 다 읽어보지 않아서 선생님의 의견을 다 이해한건 아니지만
    스마트폰 = 모든걸 단절 = 게임 중독자 = 담배

    꼭 요렇게만 볼 문제인지......
    그래도<포노 사피엔스> 라는 말도 있는데..
    적절한 스마트폰 사용은 좋은점이 있지 않을까.....
    여러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네요.

    어릴때 스마트폰 사용 여부는
    참 어려운 문제 같아요.

  3. 2020.07.08 06: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4. 달빛마리 2020.07.08 07: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마전에 제가 읽고 블로그에 리뷰했던 ‘노모포비아’란 책을 우리나라의 많은 부모들이 꼭읽었으면 좋겠어요.
    휴대폰의 해악을 전세계에 외치는 독일의 뇌과학자가 쓰신 책이거든요.

    피디님께는 ‘거울육아’와 ‘화해’라는 책을 권하고 싶어요.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부모의 미성숙한 사랑의 방법이 아이에게 상처를 남긴다고 하네요.
    피디님 아버님도 피디님을 많이 사랑하셨을거에요.. 다만 아버님도 아버님의 아버님에게 따뜻한 사랑을 못 느끼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부모의 행동이 왜 그랬는지 알면 이해하게되고 그러면 ‘aware’할 수 있어서 그 때 부터는 상처받지 읺을 수 있다고 오은영 박사님이 하신 말씀이 제겐 큰 도움이 됐었어요.

    아이가 초등학생이라 제 상황에 더욱 적합한 책이겠네요. 소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5. 아리아리짱 2020.07.08 07: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PD님 아리아리!

    휴대폰이 숙제긴 숙제입니다!

  6. warm 2020.07.08 09: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감사해요! :)

  7. 꿈트리숲 2020.07.08 09: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의 속마음을 알기위해서라는 말은
    결국은 엄마인 저의 진짜 마음을 알기
    위해서라는 말이 되는군요.
    나의 진짜 내면을 알기위해 외로워져야 한다는
    말씀, 저도 마음에 콕 와닿습니다.

    나와 마주하고 나의 아픔을 치유하고 나 홀로
    서게된다면 내 아이의 홀로 서고자 하는 욕망도
    알아차릴 것 같고, 십대 아이의 고민과 아픔도
    무엇인지 금방 눈치챌 수 있을 것 같아요.

    초등생의 진짜 속마음을 잘 아는 부모는
    중학생의 진짜 속마음도 잘 캐치하는 부모이겠죠?
    곧 다가올 고등학생의 진짜 속마음 알아채기
    미리 준비해봐야겠네요.
    김선호 선생님의 좋은 강의 잘 들었습니다~~

  8. 인대문의 2020.07.08 12: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I want to do many things with my child in the future.
    But the the child is also another person.
    When I need advice about taking care of children, I'm gonna refer to your blog.
    I hope you release a book about it.

    I think you are the best father.

    p.s. I read that you drink tea in your office. I stopped drinking coffee.
    Instead, I started drinking tea.
    I think I'm getting healthy already.

    Thank you and have a nice day~*

  9. 아빠관장님 2020.07.08 14: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그러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몇 번이고 다짐하지만, 저 역시 저의 생각을 아이들에게 주입하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첫째가 이제 9살입니다. 둘째는 7살이고요. 막둥이가 4살이 됐고요.

    참 관심 가는 책이네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10. 김주이 2020.07.08 17: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아이 교육을 위해 읽어보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것같아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분리하고 믿어주는 것!
    기억하겠습니다^^

  11. 코코 2020.07.08 19: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니에게 피디님 글과 이 책 ‘초등생의 진짜 속마음’ 을 소개해줬어요~ 조카 키우면서 도움될 것 같아서요^^

  12. 보리랑 2020.07.08 22: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D-2] 아이들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조금 관대하려 합니다. 포노사피엔스처럼 세상이 변해서는 아니고요. 나도 마음이 허하여 음식이나 스마트폰에 중독인 마당에 애들을 나무라지 않으려 합니다.

    대신 믿고 기다려 주려 합니다. 내 믿음대로 자란다고 믿거든요. 아이들은 방임 속에서도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멋지게 컸고요. 내가 중독에서 좀 풀려날때 이이들도 같이 자유로워지리라 믿습니다.

  13. 오달자 2020.07.09 00: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 큰 아이 초등 입학 무렵 스마트폰이 출시됐어요. 당시 아이 친구들은 입학과 동시에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주었는데요...
    겨우 겨우 버티다 초6때 스마트폰을 사주었네요.ㅠㅠ
    그러다 중학생이 지나 고등학생이 되더니 본인 스스로 2G폰으로 바꾸더라구요.
    중학교3 년 내내 말 안하고 기다려줬더니...
    아이 스스로 마음을 달리 먹더라구요.

    요즘에는 너무 어린 애기들이 스마트폰에 노출되는 게 안타깝더라구요.

    최소한 초등때까지만이라도 스마트폰으로부터 보호되었으면 좋겠네요.

  14. Laurier 2020.07.09 11: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사람이지만 아이들이 속마음을 털어 놓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속마음을 털어 놓을 때는 상대가 아무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을 때 그렇게 털어놓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아이들이 순진하다는 말이 맞는데, 아이들 입장에서 다가가는 것이 쉽지가 않아요. 그건 저희 눈이 이미 아이들 눈이 아니기 때문이겠죠. 아이들 마음을 알게 되면 너무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많아서 오히려 두려울 때가 있어요. 어떤 것이 올바른 방법인지 고민이 많습니다. 오늘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셔서 감사합니다~

  15. 패스파인더. 2020.07.13 16: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교사인데요, 이거 읽고 나서
    저자 분께서 유투브 강의하신 거 학부모들에게 보내드렸어요^^
    학부모 교육에 대한 관심과 아이-학부모 관계에 대한 고민과 관심이 많던 차에, 좋은 책 소개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