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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안 보여서 더 무섭다

by 김민식pd 2020. 1. 9.

보이는 것이 무서울까요, 안 보이는 것이 무서울까요?

여러분은 공포 영화가 무서운가요, 공포 소설이 더 무서운가요?

사람마다 경험이 다르고 주관적 느낌이 다르니, 답은 다를 겁니다.

저의 경우, 스티븐 킹의 공포 소설을 책으로 먼저 접한 후, 영화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요. 대부분의 경우, 영화가 책보다 덜 무서워요. 신기합니다. 눈앞에서 시뻘건 입을 벌리고 서 있는 괴물의 모습을 보면, 그게 당연히 더 공포스러워야 하는데 의외로 책을 읽을 때 제 머릿속에 그려진 모습이 더 무섭거든요.

사람들이 공포영화를 즐기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아무리 무서운 살인마에 쫓겨도 불이 켜지면 나는 안전한 현실에 돌아올 수 있거든요. 스크린 속의 공포는 어디까지나 잠깐의 간접체험인거죠. 집에 돌아온 후, 방에 불을 껐을 때 되살아나는 공포가 진짜 공포입니다. 무서운 소설이 그래요. 진짜 공포는 책장을 덮은 후, 오싹 소름이 돋을 때입니다. 최근에 그렇게 무서운 책을 한 권 읽었어요.

<보기왕이 온다> (사와무라 이치 / 이선희 / arte)

이 책을 어디에서 추천받았을까? 곽재식 작가님의 책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페친의 글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어느날 <보기왕이 온다>라는 책을 '읽어야할 책 목록'에 쓰려고 보니, 예전에 이미 같은 책을 적어둔 적이 있더라고요. 이렇게 추천이 겹친 경우, 바로 그 자리에서 책을 구해 읽습니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던 다하라 히데키와 가나. 어느 날 히데키의 회사에 치사의 일로 볼일이 있다며 손님이 찾아온다. 배 속에 있는 소중한 아이 치사, 아직 아무에게도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는데……. 게다가 손님의 방문을 알려준 후배 다카나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점점 상태가 나빠진다.

이후에도 이상한 전화나 메일이 오는 등 괴이한 일이 반복되자 히데키는 어렸을 적 자신을 찾아왔던 ‘보기왕’이라는 괴물을 떠올린다. 소름 끼치는 괴물 보기왕, 하지만 어떻게 생겼는지도, 정체가 무엇인지도 알 수 없다. 그 괴물이 왜 이제 와서 나를 만나러 오는 걸까. 보기왕은 시간이 갈수록 진화하고, 히데키의 아내와 딸의 이름까지 언급하면서 그를 점점 공포의 지옥으로 밀어 넣는다.

히데키는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민속학 준교수인 옛 친구의 도움을 받아 초자연 현상에 관한 글을 쓰는 오컬트 작가 노자키를 만난다. 노자키는 히데키에게 필요한 것이 주술과 퇴마라는 사실을 깨닫고 히가 마코토라는 영매사를 소개해준다. 하지만 그녀는 보기왕이 사람의 상상을 아득히 초월한 존재이며, 부인과 아이에게 다정하게 대해주면 오지 않을 것이라는 알 수 없는 대책을 내놓는다. 그 후 노자키와 마코토는 조사를 겸해 일주일에 한 번씩 히데키 부부의 집을 방문하기로 한다. 그리고 히데키의 집을 찾은 어느 날, 마코토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그것’이 너무나 끔찍한 존재임을 감지한다. 멀리 떨어져 있던 ‘보기왕’이 지금 바로 여기에 와 있는 것이다…….

딩동. 초인종이 울린다.
대답하면 안 된다. 문을 열어줘도 안 된다.
절대, 안으로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온다.'

(출판사 책 소개글)

 

평소 저는 소설을 많이 읽습니다. 블로그에 소설을 소개 할때 고민이 됩니다. 스포일러가 있으면 안 되니까요. 그게 애매해서 소개 못한 책이 많은데요. 생각해보니, 출판사에서 올린 공식 소개글은 괜찮겠더라고요. 출판사 측에서 양해한 지점이니까요. 영화 예고편이 그렇잖아요? 스포일러가 되지는 않으면서도, 적당하게 궁금한 지점까지 딱!

<보기왕이 온다>는 공포 소설인데요. 여러가지 면에서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에요. 특히 소설 중간에 어마어마한 반전이 나오는데요. 그 대목을 읽는 순간, 제 삶을 돌아봤어요. 아, 이게 너무 재미난 대목인데 결정적 스포일러라 말씀을 못 드리겠네요. (절대 여러분 약 올리는 거 아닙니다.)

그냥 소설을 읽고 난 느낌, '가족들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진짜 공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귀신이 아니라, '어쩌면 내가 가족들에게 다정하지 않은 사람일지 몰라'라는 느낌 아닐까요?

저의 블로그를 보고, '아, 이 사람은 이렇게 책을 많이 읽는데, 나는 뭐하나...'라는 자괴감은 느끼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의 직업은 드라마 피디고요. 드라마 피디는 활자를 영상으로 옮기는 사람입니다. 다양한 이야기, 다양한 소재를 찾아 책을 읽는 게 저의 직업입니다. 근무 시간에 책을 읽는 게 저의 일입니다. 원작을 찾아야 하니까요. 저의 독서량을 보고 스트레스 받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가끔 TV를 보던 딸들이 제게 그래요. 

"아빠도, 저 배우처럼 배에 초콜릿 복근 좀 만들면 안돼?"

배우는요. 몸을 만드는데, 하루에 몇 시간씩 씁니다. 심지어 트레이너며 매니저까지 붙어서 체중 조절하고 몸매를 가꿔줘요. 그게 배우의 일이거든요. 그런 남자 배우의 몸을 보고 저의 몸을 초라하게 여기는 건, 몸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잘 하는 일을 하며 사는 게 행복이니까요. 저는 그냥 제 몸을 사랑하며 살렵니다. 애꿎은 뱃살을 왜 없앱니까. 그 아이도 나의 소중한 살들인데...

저는 저의 뱃살을 사랑합니다. 누워서 책 읽을 때, 불룩한 배 위에 책을 받쳐두면 되게 편하거든요. ^^

(저의 독서일기를 보실 때,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그냥 참고만 하시어요~ 여러분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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