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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외계인보다 더 신기한 작가

by 김민식pd 2020. 1. 8.

책을 읽을 때, 저자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도대체 이 사람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 어떻게 하면 이런 삶을 살 수 있을까?' 그런 저자 중에 파토 원종우님이 있어요. 모르시는 분을 위해 책에 나온 저자 소개를 잠시 살펴보자면...

'무엇으로도 규정되기를 원하지 않았고,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인데 철학도, 록 뮤지션, 대중음악 운동가, 칼럼니스트, 정치사회 논객, 음모론 전문가, 다큐멘터리 작가, 과학 커뮤니케이터 등 온갖 경력이 붙었다. 그러던 가운데 세계 30여 개국을 여행했고 캐나다, 영국, 오스트리아에서 도합 7년을 살았다.' 

팟캐스트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있네>를 만들고 있는데요. 현재 누적 다운로드 1억회를 기록중이지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과학 코너를 맡고 있는데, 원체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이 많아 향후에 어디로 갈지는 자신도 모른다고요. 예전에 원종우 저자가 <태양계 연대기>라는 책을 냈을 때, 북 토크를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워낙 박식한데다 위트가 넘치는 분이어서, 2시간 내내 즐거웠어요. 이야기꾼으로서 재능이 뛰어난데 이번에 SF 소설집을 냈어요.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 (원종우 / 아토포스)

SF가 다루는 다양한 소주제와 과학적 소재를 가지고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불로불사, 우주여행, 양자역학, 외계 생명체 등등. SF 단편 소설 앞뒤로 저자의 해설이 있는데요. 이야기의 핵심 소재가 된 과학기술이나 SF 장로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 나옵니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저자의 강점을 잘 살린 구성이네요. 낯선 소재도 친근하게 풀어갑니다.

'우리는 우주가 엄청난 은하와 수많은 별과 행성을 거느린 어처구니없이 큰 공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과학자들도 드넓은 우주 어딘가에 인간과 비슷하거나 더 발달된 지적 생명체들이 있을 거라는데 합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우주의 거대한 크기가 외계 생명체들이 서로 교류하거나 만나는 것을 오히려 방해한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위의 책 156쪽)

우주는 너무 넓어 우리가 다른 외계 생명체와 조우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빛의 속도로 이동해도 가장 가까운 별조차 4.3년이 걸리거든요. 다른 항성계를 드나들려면 광속보다 더 빠른 항성간 운항 기술을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 지구의 과학기술로는 불가능하지요. 외계인 중에는 우리보다 더 발달한 문명을 이뤄 항성간 여행도 가능한 이들이 있지 않을까요? 그럼 그들은 왜 우리를 찾아오지 않을까요? 가설 중 하나는 우리가 모든 면에서 수준이 너무 낮아서 그런 외계인들이 상대할 가치를 못 느낀다는 겁니다. ^^  

저는 외계인보다 원종우가 더 궁금합니다. 이런 사람을 볼 때마다 외계인을 본 것 같아요. 보이저 1호의 우주 여행보다 원종우라는 사람의 인생 궤적이 더 궁금합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새로운 무언가를 꾸준히 만들어내는 사람을 보며 자극을 받습니다.   

'나를 키운 것의 절반은 SF다, 라고 말한다면 과장일까. 초등학교 때 접했던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시리즈 동화 책 버전부터 성인이 되어 영어책으로 읽은 아서 C. 클라크의 <라마>와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리즈 그리고 20대 후반에 캐나다에 살면서 그야말로 덕후 수준으로 빠져들었던 TV 드라마 <스타트렉>의 방대한 세계, 그밖의 수많은 SF 장편 소설과 단편 소설,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책 그리고 최근에는 웹툰에 이르기까지 내 삶은 적어도 SF와 멀어졌던 적은 없었다.

언젠가부터 가능한 한 오래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SF의 영향 때문이다. 미래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또 겪고 싶기 때문이다. (...)

컴퓨터가 바둑으로 인간 최고수를 이기고 로봇이 두 다리로 덤블링을 하는 시대다. 우리가 얼마 전까지도 SF 작품 속 장면으로만 여기던 것들이 이제 하나둘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어디까지 갈지 최대한 길게 보고 싶고, 그렇게 결국 SF 현실 속에서 살아보고 싶다. 한번 가져 볼 만한 노년의 꿈 아닌가.'

(193쪽)

어려서 SF에서 읽었던 꿈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요. 요즘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오래도록 활력을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재미난 세상, 더 오래도록 즐기고 싶어요. SF 마니아에게는 선물같은 세상이거든요.   

저자 소개 끝머리에 이렇게 나옵니다.  

'원체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이 많아 향후에 어디로 갈지는 본인도 모른다. 이번에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 출간을 통해 소설가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원종우 님이 SF를 계속 써주시기를 소망합니다. 한국의 SF가 원종우 님을 통해 더욱 풍성해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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