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은 아이가 책읽는 습관을 만들기 좋은 계절입니다. 추운 날에 따듯한 방구석에 앉아 재미난 이야기책을 읽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거든요. 민서가 겨울 방학 동안 읽을 책을 고르다 만난 시리즈가 있어요. 창비에서 나온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   

<원통 안의 소녀> (김초엽 소설 / 근하 그림 / 창비)

첨단 나노 기술을 통해 미세 먼지를 정화하고 기상을 통제하는 미래 도시. 하지만 지유는 나노 입자에 알레르기가 있어 투명한 플라스틱 원통 안에 갇혀서 삽니다. 마치 면역력이 약한 환자가 플라스틱 텐트 안에 갇혀 지내는 것처럼요. 미세먼지가 사라지는 비오는 날이 주인공이 플라스틱 원통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날입니다.

'(비오는 날에) 사람들은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았다. 프로텍터를 벗어나 우산도 쓰지 않은 채로 비를 맞으며 돌아다니는 지유를 사람들은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지유는 프로텍터를 탄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보다, 비를 맞는 자신을 향하는 시선이 더 마음에 들었다. 불쌍하게 보이는 것보다는 특이해 보이는 것이 좋았다.'
(51쪽)

'불쌍하게 보이는 것보다, 특이하게 보이는 게 낫다.' 이 구절이 마음에 남는군요. 저는 어려서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았어요. 대학에서는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성적이 바닥이었고요. 힘들 때마다 책을 읽었습니다. '기왕에 찐따라면, 책읽는 찐따가 되자.' 나중에는 영어 원서도 읽었지요. '기왕에 책벌레가 된다면, 원서로 읽는 책벌레가 되자.' 남들 눈에 부족해보인다면 차라리 유별나 보이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나이 50에 술, 담배, 커피, 골프를 멀리한다는 건, 사회적 고립을 선택한 삶입니다. 외로움은 두렵지 않아요. 나의 오랜 친구거든요. 자의로 선택한 고독은 자유를 뜻합니다. 나 자신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어요. 

김초엽 작가가 최근 SF계에 나타난 신성이라면, 오래도록 한국 SF를 지켜온 능력자가 있지요. 바로 배명훈 작가입니다.

<푸른파 피망> (배명훈 소설 / 국민지 그림 / 창비)

어느 식민지 행성에 있는 2개의 마을 사람들이 서로 대립하는 가운데 식량 배급에 차질이 생겨 한쪽에는 고기만, 다른 쪽에는 야채만 배달됩니다. 고기파와 야채파로 사람들이 나뉘어 서로 대립하는 이야기입니다. 친근한 작가의 신작을 단편으로 만나서 반가웠어요. 

얼마전 <작가특보 삶이 힘들 때, 작가가 버티는 법>을 통해 만난 곽재식 작가가 쓴 책도 있네요. 

<이상한 용손 이야기> (곽재식 소설 / 조원희 그림)

100쪽이 안 되는 얇고 가벼운 책이라 민서는 하루 저녁에 다 읽습니다. 

<청기와 주유소 씨름 기담> (정세랑 소설 / 최영훈 그림)

민서에게 이 책을 줄 때, 정세랑 작가를 소개해주려는 마음이었어요. 시내 나들이 가는 길에 읽기 시작했어요. 정류장에서 버스 기다리는 동안 읽기 시작하더니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읽더군요. 한 손으로 손잡이를 쥐고, 한 손으로 책을 펼쳐 읽던 아이가 갑자기 바깥을 살피길래 왜 그런가 봤더니, 버스가 신호 정지하기를 기다리더군요. 그래야 손잡이를 놓고 다음 페이지로 넘길 수 있으니까요. 

그림책을 읽던 민서에게 소설책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소개해주고 싶습니다. 


'어릴 적에는 부모님께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어 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그 이야기 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아이들이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이제 책 읽기가 싫다고 말합니다. (...)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는 이런 현실에 돌파구가 되어줄 만한 새로운 청소년소설 시리즈입니다. 국어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동화책에서 소설로 향하는 가교 역할을 해 줄 만하며 문학적으로 완성도가 높고 흥미로운 작품을 엄선하여 꾸렸습니다. 책이 게임이나 웹툰보다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학생들, 독해력이 다소 부족한 학생들도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를 통해서라면 문학의 감동과 책 읽기의 즐거움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재미있습니다. 부담이 적습니다. 한 시간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짧은 분량과 매력적인 일러스트 덕분에, 책과 잠시 멀어졌던 청소년들도 소설을 읽는 즐거운 '첫 만남'을 가져 볼 수 있습니다.'

책의 끝머리에 나온 추천사에 공감합니다. 올해 중학생이 되는 민서가 <소설의 첫 만남> 덕분에 앞으로도 독서의 즐거움을 오래오래 누리기를 희망합니다.





'공짜 PD 스쿨 > 짠돌이 독서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 보여서 더 무섭다  (20) 2020.01.09
외계인보다 더 신기한 작가  (14) 2020.01.08
초등생 겨울방학 추천도서  (19) 2020.01.06
생산력 극대화 3대 기술  (25) 2020.01.03
2019 독서일기 책 목록  (34) 2019.12.31
나의 작은 낙원, 도서관  (22) 2019.12.30
Posted by 김민식p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아리아리짱 2020.01.06 06: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PD님 아리아리!
    창비의 '소설의 첫 만남' 씨리즈 좋은 책이 정말 많아요!
    세권이 한 세트로 이루어져, 상상력편, 공감력편 등
    그림책에서 소설로 징검다리 역할하기에 정말
    좋은 책입니다.
    이 씨리즈중 '라면은 멋있다'를 나겸맘 리하작가님이 추천하여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소설의 첫만남' 다음단계는 '창비 청소년 문학'씨리즈가 있는 거죠!
    딱 저의 눈높이인 청소년들의 풋풋한 우정과 사랑이야기들이
    많은 공감과 위로가 되어요.
    얼마전 <꽃 달고 살아남기> (최영희/ 창비청소년 문학 65)를 재미 있게 읽었습니다. ^^

  2. lovetax 2020.01.06 07: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안녕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항상 즐겁고 건강하시길요 ! 매일 올라오는 유익한 글과 글을 통해 읽고자 하는 욕구는 덤 ! 그간 인사는 못드려도 매일매일 눈팅했습니다~ 올 한해도 정신적지주 피디님 의지하며(부담되시려나ㅜㅠ) 매일의 삶을 잘 살아내려구요 흐흐 오늘도 감사합니다 !! 피디님 글에 댓글 달아주시는 모든 분들께도 너무 감사를 !

  3. 보리랑 2020.01.06 07: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캬~ 버스에서 서서 책을 읽다니... 저도 버스가 멈추기를 기다립니다. 운행중에 읽으면 속이 울렁거리거든요. 서서 읽으면 속이 괜찮을듯 하네요.

  4. 섭섭이짱 2020.01.06 09: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소개해주신 내용만 봐도 어른이 읽어도 재밌을 책들이네요.
    시리즈 전체가 13권인데 이거 사 사서 읽어보고 싶네요 ㅋㅋㅋ
    읽을 책 목록에 저장~~~~~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

  5. 아프리칸바이올렛 2020.01.06 09: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 구정설에는 조카에게 도서상품권 과
    청기와 주유소 씨름 기담과
    아리아리짱님이 소개하신 라면은 멋있다도
    함께 선물해야 겠어요

  6. 인대문의 2020.01.06 09: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점가서 제 눈에는 안 띌 것 같은 책들인데 써주신 글만 봐도 재밌네요.

    다음에 서점에 가면 사서 읽어보고 싶습니다.

    매번 글을 읽을 때마다 명언들이 나와주어 좋네요.

    '불쌍해 보이는 것보다, 특이해 보이는 것이 낫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7. 오달자 2020.01.06 09: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을 처방해주는 아빠~~~
    제 위시드리스트이지만 ....일단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니...피디님의 힘을 빌어 즤 집 중딩에게도 읽혀야겠습니다.
    방학때마다 책읽기에 전념하겠노라고 다짐을 하던 즤 집 둘째에게 창비 시리즈 전권 독파를 목표로! 살포시 꼬셔봐야겠어요.
    한 주의 시작인 오늘.
    생애 최고의 날 되시길 바랍니다.

  8. silahmom 2020.01.06 10: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 딸도 ㅋㅋㅋ 소설 책 읽기에 빠져들기를
    2020년에는 기도해 봅니다. ^^

    감사합니다.

  9. 나겸맘 리하 2020.01.06 11: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중학생이 되는 딸과 청소년 소설을 함께 읽는 아빠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들어 본 적이 없네요.^^
    버스 차창 바라보며 책장 넘길 순간을 기다리는 여유는
    바로 옆 아빠의 삶에서 보고 배운 것일테지요.
    참 좋은 아빠십니다.

    그렇게 좋은 아빠가 되어 주기 위해서
    자발적인 고립을 선택하신 것도 너무 멋지시고요~
    사실 모든 모임에 다 출석하면서 가족들과 일상을 공유하고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일은 불가능하니까요.
    두 따님을 향한 아빠의 사랑 덕분에
    따님들 모두 감수성 풍부한 문학 소녀들로
    성장할 겁니다.

  10. 나사풀린여자 2020.01.06 11: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초등 딸 아이에게 권해주고 싶은
    좋은 책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번엔
    고등학생 남자아이가 읽기 재밌는 책도
    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11. 수국 2020.01.06 11: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가님이 저번에 추천해주신 책을 중학생되는 아들과 5학년 되는 아들 둘이 잘읽었어요
    받아들이는 관점이 다른것도 알게 되었고 엄마가 잘모르는 재밌는 책을 추천받아 읽게해주니 아이들이 다양하게 읽게되는것 같아 좋네요^^~
    이번 추천도 서점과 도서관가서 같이 고르고 읽겠습니다^^~

  12. 꿈트리숲 2020.01.06 13: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마도 아빠가 어릴 때부터 고시랑고시랑
    이야기를 많이 들려준 덕분일 것 같아요.
    그리고 늘상 집에서 책을 가까이 하는
    모습을 보여준 효과일 것도 같고요.
    그 모든 것이 부모가 좋아서 했기에
    아이도 진짜 재미를 아는 것 같고요.

    저도 아이가 학교 생활에 바빠서 책을 멀리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아직은 아닌 것 같아서
    안심입니다.
    방학과 동시에 장편 소설을 밤을 새워가며
    읽고 있어요.
    전 아이 입에 밥들어가는 것보다 아이가 책장
    넘기는 모습이 더 뿌듯하고 좋거든요.ㅎㅎ
    그 옆에서 더 재미나게 제 책을 읽어야겠습니다.^^

  13. 타이거맨 2020.01.06 16: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가님이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연히 여자아이가 읽기엔 괜찮은 책이겠죠.^^
    이번주 도서관에 가서 빌려야겠습니다.

  14. 더치커피좋아! 2020.01.06 19: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 자의로 선택한 고독은 자유를 뜻합니다. '
    살아보니 모든걸 잘 할 수는 없다는걸
    알아가고 있습니다.
    피디님의 자의로 선택한 고독 덕분에
    저희가 피디님 덕을 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진짜 내가 더 재밌게 잘 하는 게 뭔지
    고민하고 선택한 자유는 행복할 수도
    있을것 같아요.
    민지와 민서도 아빠의 그 값진 자유의 혜택을 받으며 너무나 예쁘게 자라고 있는듯 합니다.
    오늘도 좋은책 추천 감사합니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즐거운 겨울방학
    보내야겠습니다.

    오늘도 고생 많으셨어요.
    편안한 밤 보내세요!

  15. 사철나무 2020.01.07 13: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창비에서 어린이 소설책을 냈군요. 아몬드하고 페인트 재미있게 봤거든요.

    이번책도 제가 먼저 봐야겠어요.

  16. 별이네 가족 2020.01.07 15: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의 별이도 언젠가는 ㅎㅎ 당장은멀엇지만 상상은 이미 ㅎㅎ 잘보고가요!!하트꾹^^★가끔 별이네 가족이야기 방문 부탁드려요!!

  17. 언제나스프링 2020.01.14 06: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 매일아침꺼봤니 책을 읽고있습니다. 월부 펏캐스트에 나온것도 감명깊게 들었구요~ 좋은 긍정기운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하루보내세요~

  18. silahmom 2020.01.17 09: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초등학교 졸업하는 지인 자녀에게 선물하면 딱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

  19. 하일락 2020.01.21 18: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추천책 아이와 빌렸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