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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나의 작은 낙원, 도서관

by 김민식pd 2019. 12. 30.
낙원의 정의가 무엇일까요? 돈이 있거나 없거나, 신분이 높거나 낮거나, 일이 있거나 없거나, 사람을 가리지 않고 모두 품어주는 곳. 내게 아픔이 있으면 위로를 해주고, 내게 고민이 있으면 답을 보여주고, 내가 길을 잃고 헤맬 때 길을 일러주는 곳. 제게는 이런 곳이 바로 낙원이에요, 그런 점에서 저의 낙원은 도서관입니다. 매일 낙원에서 책을 읽으며 살아도 원이 없겠어요. 나름 도서관에 대한 애정은 누구 못지않다고 생각했는데요. 이 책을 읽고 겸손해졌어요.

<도서관 지식문화사> (윤희윤 / 동아시아)
문헌정보학자이자 도서관협회 회장이니 도서관에 대한 열정이 남다를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책에서 보여주는 내공은 깊고도 넓습니다. 

"책이 없으면 신은 침묵하고, 정의는 잠자며, 자연과학은 정체되고, 철학은 불구가 되고, 문학은 벙어리가 되며, 모든 것은 키메리안Cimmerian의 어둠 속에 묻힌다."
지독한 독서광이던 덴마크 의사 바르톨리니의 말이다. 17세기 덴마크의 독서광이 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책과 역사가 좋았다. 수험생 시절,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당시에 신학문으로 부상하던 '도서관학'을 전공으로 삼았다. 도서관이라면, 지식의 모든 역사가 기록되어 있는 곳이니 책과 역사를 사랑해온 나에게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그렇게 40년을 오직 도서관을 좇으며 살았다.'
(5쪽 프롤로그에서)

도서관에 대한 저자의 사랑이 470쪽이 넘는 저서 곳곳에 넘쳐납니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저자의 행복과 열정이 온기로 전해지는 기분이에요. 도서관의 역사를 살펴보니, 중세 시대에는 종교 시설에 가까웠어요. 선지자의 말씀을 보관하고, 종교 지도자가 지식을 독점하던 시절이었지요. 유럽의 수도원, 이슬람의 모스크,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이 그 시절의 방대한 도서관입니다. 
수도원 monastery은 '홀로 생활하다'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했어요. 제게는 도서관이 수도원입니다. 어려서 꿈은 절에 들어가 책읽고 수행하는 삶이었어요. 제가 술 담배 커피를 멀리 하는 이유가 어려서부터 수행자의 삶을 꿈꿔왔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나이 50에 저는 도서관에서 수행하는 자세로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이것이 지고지순한 행복입니다.
수도원의 책들은 수도사만 읽었고, 모스크의 책은 술탄만 읽었고, 해인사의 경전은 스님들이 읽었다면, 현대에 들어와 민주주의의 발달로 지식은 모두의 공유물이 됩니다. 공공도서관이 등장한 덕에 누구나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어요. (하지만 뒤따른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누구나 글을 읽을 수 있어도, 모두가 책을 읽는 건 아니라는...)

공공도서관의 확산에 지대한 공을 세운 사람이 있어요. 바로 철강왕 카네기! 미국의 갑부지요. 어려서 그는 가난한 탓에 학교를 다니지 못했어요. 방직공장 보조공, 전보 배달원, 증기기관 조수 등의 일을 했어요. 당시 예비역 대령 앤더슨이 장서 400권의 개인도서관을 매주 토요일 밤 노동자에게 개방하자 독서를 통해 경제 지식을 습득하고 인문학적 소양을 축적했어요. 

'카네기는 '재산을 모으면 앤더슨처럼 가난한 소년들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성공한 산업자본가로 세계 최고 재벌이 된 카네기는 '부자로 죽는 것은 수치'라는 소신에 따라 은퇴 후 18년 여생을 자선사업에 몰두하며 많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211쪽)

재산의 90%를 기부했는데요, 그중 많은 돈은 도서관을 짓는데 사용됩니다. 뉴욕 공공도서관의 건립을 지원하기도 했고요. 총 1,689개 공공도서관을 지원했다는군요. 아, 정말 놀라운 이야기네요. 저는 카네기처럼 재산을 모을 자신이 없습니다.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거든요. 짠돌이로 살며 그저 도서관에서 돈 안드는 독서라는 취미를 탐닉할 뿐이지요. 이런 제가 도서관에서 평생 얻은 행복을 갚을 길은 없을까요?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에서 주창한 설득의 3가지 요소,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는 대중에게 공공도서관의 개인적 가치와 사회적 편익을 인식시키고 방문과 이용을 유도하는데 매우 유효하다. 
먼저 에토스는 화자와 관련된 것으로 명성과 권위, 매력과 카리스마, 메시지의 일관성과 진정성 등 인간적 신뢰감을 말한다. (...) 예컨대 국가 지도자나 기업체 대표가 가난하던 시절에 공공도서관을 많이 이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했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역설하면 설득력이 커질 수 있다. 다음으로 파토스는 화자의 내용이 정서적 호소력을 지닐 때 청자가 표출하는 공감 등 주관적 정념을 말한다. (...) 가령 유명한 문인이 자신의 작품과 연계해 독서 및 도서관과 함께 하는 삶의 가치와 중요성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대중이 그에 공감한다면 파토스가 설득력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로고스는 화자가 객관적 사실 또는 논리적 근거에 입각하여 주장함으로써 청자에게 믿음을 주는 설명력을 뜻한다. (...) 이를테면 문헌정보학자가 지역주민에게 도서관이 지적 욕구와 문화적 갈증의 충족, 평생학습 촉진 등을 통해 사회경제적 발전에 기여한 사실을 투입 대비 성과로 계량화하여 제시하는 것.'
(297쪽) 

도서관에 갈 때마다 제 책을 찾아봅니다. 책이 있어도 반갑고, 없어도 반가워요. 누군가 대출해서 읽는 중일 거라 믿거든요. ^^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부지런히 글을 쓰고 싶습니다. 도서관의 서가에 꽂힐 좋은 책 한 권 남기는 것이 평생의 꿈입니다. 

<도서관 지식문화사> 도서관을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이 담뿍 담긴 책이에요. 

'문자는 눈의 확장이고, 책은 기억의 확장이며, 독서는 사유의 확장이라면, 도서관은 인간다운 삶의 확장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독서 자료를 제공하고 지식정보 입수에 기여하며, 사유의 폭을 넓히고 창의력을 촉진하며 평생을 함께해야 할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287쪽)

주말에도 도서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남은 평생 나의 작은 낙원 도서관에서 행복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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