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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초등생 겨울방학 추천도서

by 김민식pd 2020. 1. 6.
겨울방학은 아이가 책읽는 습관을 만들기 좋은 계절입니다. 추운 날에 따듯한 방구석에 앉아 재미난 이야기책을 읽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거든요. 민서가 겨울 방학 동안 읽을 책을 고르다 만난 시리즈가 있어요. 창비에서 나온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   

<원통 안의 소녀> (김초엽 소설 / 근하 그림 / 창비)

첨단 나노 기술을 통해 미세 먼지를 정화하고 기상을 통제하는 미래 도시. 하지만 지유는 나노 입자에 알레르기가 있어 투명한 플라스틱 원통 안에 갇혀서 삽니다. 마치 면역력이 약한 환자가 플라스틱 텐트 안에 갇혀 지내는 것처럼요. 미세먼지가 사라지는 비오는 날이 주인공이 플라스틱 원통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날입니다.

'(비오는 날에) 사람들은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았다. 프로텍터를 벗어나 우산도 쓰지 않은 채로 비를 맞으며 돌아다니는 지유를 사람들은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지유는 프로텍터를 탄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보다, 비를 맞는 자신을 향하는 시선이 더 마음에 들었다. 불쌍하게 보이는 것보다는 특이해 보이는 것이 좋았다.'
(51쪽)

'불쌍하게 보이는 것보다, 특이하게 보이는 게 낫다.' 이 구절이 마음에 남는군요. 저는 어려서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았어요. 대학에서는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성적이 바닥이었고요. 힘들 때마다 책을 읽었습니다. '기왕에 찐따라면, 책읽는 찐따가 되자.' 나중에는 영어 원서도 읽었지요. '기왕에 책벌레가 된다면, 원서로 읽는 책벌레가 되자.' 남들 눈에 부족해보인다면 차라리 유별나 보이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나이 50에 술, 담배, 커피, 골프를 멀리한다는 건, 사회적 고립을 선택한 삶입니다. 외로움은 두렵지 않아요. 나의 오랜 친구거든요. 자의로 선택한 고독은 자유를 뜻합니다. 나 자신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어요. 

김초엽 작가가 최근 SF계에 나타난 신성이라면, 오래도록 한국 SF를 지켜온 능력자가 있지요. 바로 배명훈 작가입니다.

<푸른파 피망> (배명훈 소설 / 국민지 그림 / 창비)

어느 식민지 행성에 있는 2개의 마을 사람들이 서로 대립하는 가운데 식량 배급에 차질이 생겨 한쪽에는 고기만, 다른 쪽에는 야채만 배달됩니다. 고기파와 야채파로 사람들이 나뉘어 서로 대립하는 이야기입니다. 친근한 작가의 신작을 단편으로 만나서 반가웠어요. 

얼마전 <작가특보 삶이 힘들 때, 작가가 버티는 법>을 통해 만난 곽재식 작가가 쓴 책도 있네요. 

<이상한 용손 이야기> (곽재식 소설 / 조원희 그림)

100쪽이 안 되는 얇고 가벼운 책이라 민서는 하루 저녁에 다 읽습니다. 

<청기와 주유소 씨름 기담> (정세랑 소설 / 최영훈 그림)

민서에게 이 책을 줄 때, 정세랑 작가를 소개해주려는 마음이었어요. 시내 나들이 가는 길에 읽기 시작했어요. 정류장에서 버스 기다리는 동안 읽기 시작하더니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읽더군요. 한 손으로 손잡이를 쥐고, 한 손으로 책을 펼쳐 읽던 아이가 갑자기 바깥을 살피길래 왜 그런가 봤더니, 버스가 신호 정지하기를 기다리더군요. 그래야 손잡이를 놓고 다음 페이지로 넘길 수 있으니까요. 

그림책을 읽던 민서에게 소설책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소개해주고 싶습니다. 


'어릴 적에는 부모님께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어 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그 이야기 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아이들이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이제 책 읽기가 싫다고 말합니다. (...)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는 이런 현실에 돌파구가 되어줄 만한 새로운 청소년소설 시리즈입니다. 국어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동화책에서 소설로 향하는 가교 역할을 해 줄 만하며 문학적으로 완성도가 높고 흥미로운 작품을 엄선하여 꾸렸습니다. 책이 게임이나 웹툰보다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학생들, 독해력이 다소 부족한 학생들도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를 통해서라면 문학의 감동과 책 읽기의 즐거움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재미있습니다. 부담이 적습니다. 한 시간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짧은 분량과 매력적인 일러스트 덕분에, 책과 잠시 멀어졌던 청소년들도 소설을 읽는 즐거운 '첫 만남'을 가져 볼 수 있습니다.'

책의 끝머리에 나온 추천사에 공감합니다. 올해 중학생이 되는 민서가 <소설의 첫 만남> 덕분에 앞으로도 독서의 즐거움을 오래오래 누리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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