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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미래의 소득, 소득의 미래

by 김민식pd 2020. 1. 14.

(어제의 포스팅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2020/01/13 - [공짜 PD 스쿨/날라리 영화 감상문] - 놓쳐서 미안해요

 

놓쳐서 미안해요

켄 로치 감독의 영화를 좋아합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보며, '아, 이 영화는 거장이 세상에 보내는 마지막 인사로구나.'했는데요. 은퇴를 선언한 감독이 다시 영화 한 편을 내놓습니다. <미안해요, 리키>..

free2world.tistory.com

<미안해요, 리키>라는 영화를 보며 고민을 했습니다. 분명 세상은 좋아졌는데, 왜 사람들의 삶은 더 힘들어질까? 지금 영국에서 일어나는 일은 앞으로 10년 내 한국에서도 현실이 되지 않을까? 했는데요. 경향신문의 보도를 보니 이미 우리 곁에 다가온 현실입니다.

경향신문 신년 특집 <녹아내리는 노동>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12311839011&code=210100

 

무너지는 일과 삶의 경계···노동이 녹아내린다

이 땅에서 ‘비정규직’이라는 표현이 광범위하게 쓰인 지 20여년. 정부가 신규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의 ...

news.khan.co.kr

노동이 사라지는 시대, 인구의 절반이 직장 없이 살아야 한다면, 우리에게 대안은 무엇일까요? 경제학자 이원재 선생이 쓴 책이 있습니다.

<소득의 미래> (이원재 / 어크로스)

'소득의 원래 정의는 무너지고 있다. 로봇 등으로 인한 자동화는 사람 없는 공장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소득은 점점 더 노동보다 자본에 쏠리는데, 자본은 점점 더 소수의 사람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돈을 많이 버는 영역에서는 일자리를 늘리지 않고, 열악한 부분에서는 값싼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며 불안정한 일자리를 자꾸 만든다. 좋은 일자리는 희소한 자원이 되어가고 있다. (...)

어릴 때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나오면 취직해서 안정된 월급을 받을 수 있고, 그 월급을 모아 집을 사고 집을 갚은 뒤 은퇴해서 살면 된다는 산업사회의 경제적 삶은 더 이상 유지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소득이란 모름지기 안정적 일자리를 얻어 열심히 일한 대가로 얻는 보상이라는 통념은 위기를 맞았다. 소득은 이제 다른 어떤 것이 되어가고 있다.'

(12쪽)

'소득의 정의가 무너진다.' 2000년대 들어서 소득에 있어 중대한 2가지 변화가 일어납니다. 1. 소득 편중이 심해져요. 2. 가족 구조가 변합니다. 소득 격차가 심하니 소득 상위 10퍼센트 안에 들기 위해 진학과 취업 경쟁이 더 치열해집니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시험에 지원자가 몰리고요. 그 안에 들지 못하면 부양 부담을 고려해 혼인이나 출산, 육아를 미루거나 포기합니다. 그로 인해 가족 시스템은 무너지고요. 기존의 시스템이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 사회가 왔어요.

인생의 흑자 구간은 줄고 적자 구간이 늘어납니다. 취업을 빨리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좋은 일자리를 얻기가 쉽지 않으니 취업 준비가 길어지고요. 부양가족이 적거나 없는 상태에서 긴 노후를 보내야 할 경우, 적자 구간은 긴데 도와줄 가족이 없어요. 이럴 때는 국가가 나서야 합니다.

영화 <미안해요, 리키>를 보고 깨달았어요. 지금의 가난은 개인의 노력 부족 탓이 아니에요. 산업 환경의 변화를 개인이 대응하기엔 어렵습니다. 국가가 나서 소득을 분배해줘야 합니다.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고 그 위에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어 임금소득을 얻도록 하는 거지요. 

'어려운 이들의 소득을 보장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모두가 똑같이 나누어 받되 많이 벌면 세금을 많이 내도록 하는 것이다. 누구도 비굴하게 살지 않고 당당하게 생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예 처음부터 누구나 구분하지 않고 소득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276쪽)

다가올 시대에 답은 기본소득이라 생각합니다. 강력한 복지제도가 국민의 행복을 이루는 주춧돌입니다.

'핀란드에서는 모든 개인이 국가에 얼마든지 의존할 수 있도록 강력한 복지 제도를 갖춰 둔 반면, 미국에서는 개인의 자유와 독립을 내세우며 개인 삶에 대한 국가의 보편적 지원을 꺼린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핀란드의 개인은 미국의 개인보다 훨씬 더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미국의 개인은 핀란드보다 훨씬 더 의존적인 삶을 살고 있다.'

(279쪽)

미국의 사립 대학은 등록금이 비쌉니다. 그런데도 미국에서는 기를 쓰고 비싼 대학에 가려고 하고, 핀란드의 대학은 무상 교육인데도 대학 진학률이 낮아요. 미국은 좋은 대학을 나와야 간신히 먹고 살고, 핀란드는 노동자 간 임금 격차가 적어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습니다. 미국 노인은 자식에 의존해야 하지만, 핀란드 노인은 두둑한 연금에 노후 걱정 없이 자유와 독립을 즐깁니다. 월급에 목매지 않으므로 핀란드 사람들은 오로지 일하는 기쁨을 위해 일합니다. 공부도 마찬가지고요. 

핀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입니다. <세계 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유럽 3개국이 상위 1위~3위를 차지하고요. 한국은 54위로 태국, 라트비아, 자메이카와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저는 이 수치를 보고 놀랐어요. 한국의 청소년이 학업 만족도는 낮은데, 학업 시간은 길다는 통계가 있지요. 한국의 아이들은 괴로운 공부를 하며 오랜 시간을 보냅니다. 한국인의 기대여명은 3위로 최상위권입니다. 그런데 국민의 행복도가 낮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우리는 긴 시간, 불행한 삶을 산다는 거죠. 이제 변화가 필요합니다.

'바이올리니스트가 될 사람이 연금 때문에 공무원이 된다거나, 목수로 빛날 수 있는 사람이 밥벌이 때문에 부동산 중개사가 되겠다고 마음먹는 일은 사실 사회적 낭비다. 꼭 돈이 벌리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하고, 아이디어가 있다면 생계 걱정 없이 위험한 창업에 뛰어들 수 있는 사회. 평범한 보통 사람도 적절한 시간 동안 일하고 적절한 시간 동안 동네에서 어울리며 평생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

(289쪽)

이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저자가 제시하는 답은 '기본소득'입니다. 지금 우리가 불행하다고 느끼는 건, 절대적 빈곤 탓이 아니에요. 소득 격차가 심해 나타나는 상대적 빈곤 탓입니다. 소득의 격차를 줄이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모든 사람에게 최저 생계비를 지급하는 기본소득제도입니다.

소득의 미래, 답은 기본소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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