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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2017 MBC 파업일지117

나는 마이크를 든 자객이 되고 싶다 얼마전 문득 아내가 물었다. "그래서 아버님은 아직도 당신이 노조 부위원장하는 거 모르셔?" "무슨 소리야? 서늘한 간담회 6화에서 얘기했잖아. 법원에서 온 가압류 통지서 때문에 뽀록난거?" 아내의 표정에 순간 '딱 걸렸네?' 하는 난감함이 스쳤다. "뭐야, 당신 어제 '나는 꼼수다' 듣고 있었잖아? 근데 남편이 만드는 서늘한 간담회는 안 들어?" 삐죽삐죽, 아내의 한마디. "나꼼수보다 재미 없잖아." 우이씨....... 완전 쇼크 먹었다. 멘탈 붕괴....... 나도 안다. 서늘한 간담회는 나꼼수에 비교할만한 팟캐스트가 못된다는거... 하지만, 나는 나름 녹음 마이크를 잡을 때마다 손에 비수를 거머쥐는 각오로 임한다. 손잡이가 없어 날로 잡아야하는 비수.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기 위해서는 베일 각오를 하.. 2012. 4. 26.
꽃을 보고 화가 나기는 처음일세 눈을 떴다. 낯선 공간. 둘러본다. 코 앞에는 낯선 남자가 자고있다. 고개를 돌리니 눈부신 조명이 눈을 찌른다. MBC 로비다. 천정에 조명은 저렇게 생겼구나. 16년을 다닌 회사가 왜 이렇게 낯설지? 아, 로비에 누워서 천정을 올려다 본 적이 처음이구나. 새벽 4시. 난 지금 로비에서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내 옆에는 포항 지부에서 올라온 조합원 수십명이 함께 자고 있다. 누군가 침낭 속에서 뒤척이다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이야."하고 볼멘 소리를 한다. 즐거운 파업을 하자고 해놓고 노숙을 강요하자니 미안하다. 어제는 25일 월급날이었다. 이번달에도 월급은 한푼도 들어오지 않았다. 매일 새벽부터 밤까지 회의하랴, 집회 프로그램 짜랴, 그 어느때보다 더 열심히 회사를 위해 일하는데, 정작 월급은 나오지.. 2012. 4. 26.
한 소녀에게 악수의 의미는... 블로그 덕에 좋은 인연이 참 많이 생깁니다. 블로그를 보고 원고청탁이나, 강연 요청을 많이 받습니다. 한국 최초 팟캐스트 컨퍼런스에서 키노트 스피치를 하게 된 것도 블로그 덕분이죠. 저는 TED 매니아라 늘 컨퍼런스에서 강연하는게 꿈이었거든요. 블로그 덕에 꿈 하나를 또 이룹니다. http://www.podbbang.com/conference 블로그 덕에 만나는 고마운 인연도 많습니다. 파업에 관련한 글마다 달려있는 응원 댓글을 보며 힘을 많이 얻습니다. 그 응원 댓글 중에는 멀리 싱가폴에 사는 교민께서 올린 글도 있었어요. 그분은 주위분들과 제 블로그를 함께 읽으며, MBC 파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신답니다. 제가 올린 글 중에서 아내가 싱가폴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얘기를 보시고,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다.. 2012. 4. 22.
MBC 노조 집행부의 마지막 파업 여러분은, 노동조합 집행부,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독종? 강경파? 결사대? 여기 73일째 파업을 이끌고 있는 MBC 노동조합 집행부를 소개합니다. 회사에서 가장 독한 사람들이 모인 게 아니구요. 남이 어려운 부탁을 할 때, 차마 매몰차게 거절할 수 없었던 이들이 모였어요. '어차피 누군가 해야할 일이라면... 나라도 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모인 이들입니다. 파업일자가 늘어갈수록 조합원들에게 마음의 빚이 늘어갑니다. 3달째 월급을 포기하고 파업하는 조합원 하나 하나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2달 넘게 무노동 무임금 파업을 함께 하는 조합원들을 위문하기 위해 집행부 전원이 모여 춤을 췄습니다. 그 날은 맏형 같던 위원장과 조합의 어머니 같은 사무차장이 해고된 다음날이었습.. 2012. 4.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