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짜로 즐기는 세상/2017 MBC 파업일지

나는 마이크를 든 자객이 되고 싶다

by 김민식pd 2012. 4. 26.

 

얼마전 문득 아내가 물었다. "그래서 아버님은 아직도 당신이 노조 부위원장하는 거 모르셔?" 

"무슨 소리야? 서늘한 간담회 6화에서 얘기했잖아. 법원에서 온 가압류 통지서 때문에 뽀록난거?"

아내의 표정에 순간 '딱 걸렸네?' 하는 난감함이 스쳤다.

"뭐야, 당신 어제 '나는 꼼수다' 듣고 있었잖아? 근데 남편이 만드는 서늘한 간담회는 안 들어?"

삐죽삐죽, 아내의 한마디. "나꼼수보다 재미 없잖아."

 

우이씨....... 완전 쇼크 먹었다. 멘탈 붕괴.......

 

나도 안다. 서늘한 간담회는 나꼼수에 비교할만한 팟캐스트가 못된다는거... 하지만, 나는 나름 녹음 마이크를 잡을 때마다 손에 비수를 거머쥐는 각오로 임한다. 손잡이가 없어 날로 잡아야하는 비수.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기 위해서는 베일 각오를 하고 꽉 쥐어야하는 칼. 나는 마이크를 든 자객이 되고 싶다.  

 

파업 3주차였던가. 장충 체육관에서 '으라차차 MBC' 콘서트를 했다. 파업을 지지하는 3천 시민이 모인 가운데 '나는 꼼수다' 3인방이 무대에 올랐다. 그때 주진우 기자가 했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파업에 임하시는 MBC 노조원 동지 여러분, 저는 여러분을 위해 김재철을 치는 자객이 되어드리겠습니다."

 

우뢰와 같은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나도 울컥해서 함성을 지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김재철 사장은 내가 사랑하는 MBC를 정권에 팔아넘긴 이완용같은 자다.

그런 매국노를 처단하는 일을 외부 자객의 손에 맡겨야 하는가?'

 

한홍구 교수가 현대사 특강에서 물은 적이 있다. "일제가 패망한 후, 왜 우리는 왕정제로 복귀하지 않았을까요? 조선왕조의 후손들이 살아있었는데, 왜 누구도 입헌군주제를 주장하지 않았을까요?"

 

이유는, 조선왕조가 망할 때, 더럽게 망했기 때문이란다. 고종이 일제에 결사항전하다 죽음을 당하거나, 후손들이 해외에서 독립 운동을 이어갔다면 백성은 조선 왕조를 잊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가난한 백성이 의병을 일으켜 일제와 싸우다 죽어갔고, 왕조와 엘리트는 일제에 모든 것을 넘겨줬다. 그랬기에 광복이 미국과 소련 연합군이라는 외부의 손을 빌어 이루어진 후, 그 누구도 왕조의 복원을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김재철 치하에서 MBC는 지금 패망의 길을 걷고 있다. 망할때도 잘 망하는 게 중요하다. 다른 누군가의 힘을 빌어 이기고 싶은 생각은 없다. 우리 힘으로 이기고, 우리의 힘으로 청산하는 게 중요하다. 

 

아니, 이기지 못해도 좋다. 죽을 때 죽더라도 이것만은 알려주고 싶다.

"쟤들은 호락호락 점령되는 조직이 아니구나."

 

서늘한 간담회, 나도 안다. 나는 꼼수다보다는 재미없다는 거. 

악당의 스케일이 다르지 않은가? 한 나라를 사유화한 사람과 방송사 하나를 사유화한 사람은 급이 다르다. 하지만, 이거 하난 분명하다. 우리의 악당은 우리 손으로 직접 상대하고 싶다. 

 

 

서늘한 간담회, 7회 정명자 특집이 올라왔다. 김재철 씨의 답변을 기다린다.

내가 한 말이 토씨 하나라도 그른 점이 있다면 나를 잘라달라.

하지만 그럴 자신이 없다면 깨끗하게 나가달라. 

비리사범이 언론사를 경영할 수는 없지 않은가?  

http://www.podbbang.com/ch/1793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