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덕에 좋은 인연이 참 많이 생깁니다.

 

블로그를 보고 원고청탁이나, 강연 요청을 많이 받습니다. 한국 최초 팟캐스트 컨퍼런스에서 키노트 스피치를 하게 된 것도 블로그 덕분이죠.  저는 TED 매니아라 늘 컨퍼런스에서 강연하는게 꿈이었거든요. 블로그 덕에 꿈 하나를 또 이룹니다. 

http://www.podbbang.com/conference

 

블로그 덕에 만나는 고마운 인연도 많습니다. 파업에 관련한 글마다 달려있는 응원 댓글을 보며 힘을 많이 얻습니다. 그 응원 댓글 중에는 멀리 싱가폴에 사는 교민께서 올린 글도 있었어요. 그분은 주위분들과 제 블로그를 함께 읽으며, MBC 파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신답니다. 제가 올린 글 중에서 아내가 싱가폴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얘기를 보시고,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다며 연락처까지 남기셨어요.

 

알고보니 드라마국 입사 동기인 박홍균 (최고의 사랑, 선덕여왕 연출), 이재규 (더 킹, 다모 연출)와 함께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다닌 분이었어요. 대학 시절, 런던에 어학 연수 갔다가 싱가폴에서 온 남학생을 만나 결혼하게 되었답니다. 대단한 로맨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사람과의 인연 때문에 내가 이루어놓은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낯선 나라로 떠난다는 것, 쉽지 않잖아요.

 

최근 싱가폴 방문길에 그분을 만났습니다. 아내와 함께 부부 동반 저녁 식사를 하며 즐거운 이야기를 나눴죠. 변호사로 일하는 남편분도 참 유쾌하고 열린 생각을 가진 분이었어요. 아내가 그러더군요. "저렇게 오픈 마인드로 사는 남자라면,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한국 남자보다 백배 낫지." 순간 팍! 찔렸습니다. ^^ 

 

맛있는 식사를 잘 얻어먹고 일어나려는데, 그분께서는 봉투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 'MBC 노조 후원금'이라고 적혀있었어요. 여고생 시절, 그분은 MBC 장학퀴즈에 출연해서 상금을 탄 적이 있답니다. (역시 공부를 잘하신 분이었더군요.^^) 그때의 상금에 이자를 붙여 돌려주신다는 말씀, 석달째 무노동 무임금 파업을 하는 조합원들을 위한 작은 정성이라는 말씀에 물리치지 못하고 받아들고 왔어요. 집에 와서 보니, 싱가폴 달러로 1200불, 110만원이 넘는 거액의 현금이 들어있었어요... 정영하 위원장 이름으로 된 MBC 노동조합의 새 후원계좌에 돈을 입금했습니다. 기존 계좌는 가압류 상태거든요. ㅠㅠ

 

그분이 보내오신 글을 여기 올리며,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 개인적인 사연이지만, 같이 싸우고 있는 MBC 동료들과 꼭 나누고 싶은 글입니다. 멀리 싱가폴에서 MBC를 응원해주시는 박경아님께 양해를 구합니다.

 

'때로는 한번의 악수가 사람을 바꾸기도 합니다. 장학퀴즈에 나갔을 때, 손석희 아나운서가 사회자셨어요. 악수할 때 제 손을 단단히 잡아주셨지요. 몇 년 후, 한 장의 사진을 보았습니다. 체포되어 가면서도 환하게 웃는 그 장면은 제 머리속에 강하게 남았어요. 그 순간, 어린 나이에 내가 도울 수 있는 길이 없을까?...하고 많이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러다 언론 자유와 공정 보도를 위한 20년전의 싸움을 이제 와서 다시 시작한 여러분을 보았습니다. 이제는 내가 어른이 되어 여러분을 위해 응원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우리의 싸움을 대신해주시는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항상 몸조심하시구요. 즐겁게 싸워주세요.'  

 

 

 

20년전 선배님처럼, 우리도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싸우겠습니다. 질기고 독하고 당당하게! 화이팅!!!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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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4.22 10: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2012.04.22 11: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3. 초록누리 2012.04.22 12: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동 가슴 뭉클합니다.
    멀리서도 화이팅입니다!!!
    힘내세요. 응원하고 있는 것 잊지마시고요!

  4. 2012.04.22 14: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5. 장학퀴즈 2012.04.23 00: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해 제가 장학퀴즈에 나왔다는 분의 글을 두 개 읽네요. 하나는 강용석이란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이렇게 피디님이 올려주신 글이요. 참, 잘 배운 분들이 왜 이러나 염증 마저 느끼던 요즘 이런 분으로 미소 지어집니다. 예쁜 이름의 경아라는 소녀로 MBC 노조도 손석희 전 아나운서도 그리고 이렇게 장학퀴즈 시청자였던 저도 행복하네요. ㅎㅎ 굳 밤~~~

  6. 노원구민 2012.04.23 02: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상황이 이럴진대 새눌당에 묻지마 몰표 던져준 놈들 보면 울화통이 터진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고 말고를 떠나서 나라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라.
    무슨 군사정권 시절도 아니고 이게 지금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민주국가 대한민국에서 겪어야 할 일인가.
    개통령 하나 잘못 뽑은 후유증이 너무 크다. 너무 커.

  7. 서해 2012.05.01 22: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슴 뭉클해지는 사연이 담긴 글을 잘 보았습니다. 피디님은 인복이 참 많습니다~^^

  8. 임현아 2012.05.27 10: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야간수업이다 알바다 뭐다 해서 집회도 한 번 못가봤네요 그렇지만 맘속으로는 항상 응원하고 있어요 ^^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