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꿈의 횡재라고 불리는 연금 복권, 매월 500만원씩 20년간 나온단다.
연간 6천만원 X 20년 = 토탈 12억원
16년전 나도 로또에 맞았다.
내 로또는 매월 당첨금이 30년간 나오고, 심지어 총수령액도 20억이 넘는다.
내 인생의 로또는 MBC 입사 공채 합격이다.
16년 전, 외대 통역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MBC에 시험을 봤다.
피디를 꿈꾼 적은 없었다. 당시 내 나이 서른 살, 공채를 볼 수 있는 마지막 해였다.
통역사는 어차피 평생 할 수 있는 프리랜서니까, 직장에 들어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이용해 재미삼아 응시해봤다. 예전에도 직장생활을 해봤지만, 웬지 MBC는 끌렸다. '재수 좋은면 예쁜 여배우나 가수를 볼 수 있지 않을까?' 로또 한 번 긁어보는 심정이었다.
그랬는데 덜컥 붙었다. KBS나 SBS는 원서를 낸 적도 없는데, 한번에 MBC에 붙어버렸다.
와우, 이건 정말 내 인생의 로또다.
평생 나오는 연금 복권인줄 알았는데, 요 몇달 파업하느라 당첨금 수령액이 싹 줄었다. ^^
그래도 아쉽진 않다. 로또에는 세금이 붙는다. 내가 누린 횡재에도 세금이 붙는다.
당첨금만 털어먹고 세금은 떼어먹는 그런 양심불량자가 될 순 없지.
나는 MBC인로 살아온 내 인생에 대한 세금을 지불할 것이다. 기꺼이.
MBC라는 내 인생의 로또를 누군가 가카의 수중에 헌납했다.
MBC라는 자랑스러운 회사를 누군가 더러운 권력의 하수인으로 바꿔치기해 버렸다.
나의 로또 당첨금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한 항목은 'MBC인으로 사는 자부심'이었다.
그들은 나의 로또 중 일부를 뺏아가버렸다.
입사는 분명 운이었다. 인정한다. 정말 하늘이 내린 운 덕에 들어온 직장이다.
하지만 MBC를 지키는 일마저 운에 맡길 수는 없다.
누군가 앗아간 나의 당첨금, 'MBC인으로 사는 자부심'을 되찾기 위해
나는 최선을 다해 싸울 것이다.
비록 당첨금이 중간에 끊기더라도!
내 인생의 로또는, 내가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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