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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잘 먹고 잘 산다는 것

by 김민식pd 2020. 5. 27.

제가 집에서 엄청 놀림 받고 삽니다. 배 나왔다고요. 마른 체형인데, 배만 뽈록 나온 복부 비만이라 집에서 구박을 많이 받습니다. 억울합니다. 별로 먹는 것도 없고 운동도 나름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얼마 전 체중계에 올라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70킬로가 넘어갑니다. 대학교 때는 53킬로였고요. 70킬로를 넘긴 건 처음이거든요. 쇼크를 먹었습니다. 코로나로 한동안 집에서 칩거를 했더니, 운동량 부족으로 뱃살이 늘었나? 죄책감이 들었는데요, 살찌는 게 내 탓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이 책을 읽고 깨달았습니다.

<식사에 대한 생각> (비 윌슨 지음 /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인류는 수십 만 년 동안 수렵채집활동을 통해 식량을 구했어요. 옛날에 기름진 고기를 먹으려면 힘들게 들판을 뛰어다니며 토끼를 먹거나 목숨 걸고 멧돼지를 잡아야 했지요. 달콤한 꿀을 먹기 위해서는 나무를 타고 오르거나 벌에 쏘이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식량을 찾기 위해 한참을 돌아다녀야 했을 거예요. 허탕 치는 날에는 쫄쫄 굶었겠지요. 먹을 수만 있다면 배가 터져라 먹었을 거예요. 다음 식량이 언제 생길지 모르니까. 그런데 이제 세상이 바뀌어요. 마트에 가면 가공육 통조림이 저렴한 가격에 나와 있고요, 달콤한 과자도 푼돈으로 살 수 있어요. 

‘우리는 먹는 것에 쫓기게 된 첫 번째 세대다. 1만 년 전 처음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후 대부분의 인간이 수렵을 그만뒀지만, 직접 만든 식품 공급 체계에 인간이 이토록 끈질기게 쫓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칼로리는 우리가 원치 않을 때에도 우리를 끝까지 추격한다.’


(14쪽)

우리 몸은 수렵채집활동에 적합한 몸이지만, 시대는 바뀌었습니다. 이젠 우리가 음식을 쫓는게 아니라 음식이 우리를 쫓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코로나 시절 살이 확 찐 사람 농담이 유행이었죠. 바깥에 나갈 수 없어 운동량이 줄었어요. 그런데 뉴스를 보거나 온라인 글을 읽으면 전 세계가 바이러스라는 재난으로 뒤숭숭합니다. 이럴 땐 단 게 또 당겨요. 자꾸 뭐라도 먹게 됩니다. 간식을 먹고 달콤한 음료를 마시며 기분을 달래지요. 살이 확 찔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사람들은 음료와 간식을 어떻게 구분할까? 오늘날 이 두 가지는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 만약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먹는다면 우리는 이 아이스크림을 디저트로 여기며 대략 200칼로리를 섭취할 것이다. 하지만 똑같은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커다란 밀크셰이크의 형태로 먹는다면 단번에 1000칼로리를 섭취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밀크셰이크는 그저 음료일 뿐이므로, 우리는 밀크셰이크와 함께 햄버거와 감자튀김까지 먹는다.’

(116쪽)

어렸을 때, 배가 고프면 수돗가에 가서 물배를 채우기도 하는데요. 물을 마셔 배가 부르다고 허기가 가시는 건 아니에요. 만약 수렵 채집인이 물에서 충분한 포만감을 느꼈다면 나가서 먹을 것을 찾을 필요도,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었겠지요. 물배만 채우는 사람은 결국 굶어죽었을 거예요. 허기와 갈증의 메커니즘이 분리된 것이 과거에는 생존에 도움이 되었어요. 이제는 배가 불러도 음료를 마시고, 고칼로리 음료를 마시고도 전혀 포만감을 못 느낍니다. 그러다보니 2010년 미국인이 음료를 통해 섭취한 하루 평균 칼로리는 1965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450칼로리로, 밥 한 끼를 액체 형태로 섭취한 셈이라는군요. 스타벅스 시나몬롤 프라푸치노 한 잔에 설탕 20티스푼이 들어간다는 말에 기겁했어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문화는 음료에 설탕이 이렇게 가득 들어 있더라도 절대 뚱뚱해지면 안 된다고 말한다. 이는 오늘날의 음식 문화에서 가장 잔인한 측면 중 하나다. 매일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을 소비하는 사람들에 대해 우리가 이야기하는 방식과 그런 식음료의 구매가 너무나 쉬운 현실 사이에는 엄청난 부조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125쪽)

운동을 하고 나서 힘들 때, 고생한 자신을 위한 보상으로 갈증 해소 음료나 달콤한 과즙 음료를 마시는 습관이 있는데요. 이제는 습관을 바꾸려고요.



에필로그에는 현명하고 건강한 식사를 위한 13가지 전략이 나오는데요, 그중에서 요즘 제가 실천하는 것들을 소개합니다.
 
1. 새로운 음식을 오래된 접시에 담아 먹자. 
옛날 그릇은 요즘보다 더 작았답니다. 1700년대 와인 잔은 70밀리미터가 겨우 들어가는 작은 고블릿이었던 반면 2017년에 판매된 와인 잔은 평균 449밀리미터를 담는다고요. 이 책 읽고 저는 아이들이 쓰던 어린이용 밥공기에 밥을 먹습니다. 양을 일단 줄이려고요.

2. 물이 아닌 것을 ‘물처럼’ 마시지 말자
네, 쉬운 말로 ‘칼로리를 마시지 말라’는 거죠. 요즘 저는 자전거를 타고 나갈 때도 집에서 끓인 보리차를 담아 갑니다. 예전 같으면 편의점에서 음료를 사 먹었지만요.
 
3. 단백질과 채소를 먼저 먹고 탄수화물을 나중에 먹자.
식사를 시작할 때 배가 고프니까 이때 채소에 집중해야 채소 섭취를 늘릴 수 있다고요. 이제 식당에 가도 식전빵보다는 샐러드를 먼저 공략해야겠어요. 

채식을 권장하고, 간식을 멀리하고, 단 것을 줄이라는 말씀이 나오는데요. 한꺼번에 모든 식습관을 바꿀 수는 없겠지요, 책을 읽어보고, 나는 어떤 습관을 바꿀 수 있을까,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일단 저는 물이 아닌 것을 물처럼 마시던 버릇은 버리려고요. <식사에 대한 생각>, 더 건강한 삶을 바란다면 꼭 한 번 읽어볼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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