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집에서 엄청 놀림 받고 삽니다. 배 나왔다고요. 마른 체형인데, 배만 뽈록 나온 복부 비만이라 집에서 구박을 많이 받습니다. 억울합니다. 별로 먹는 것도 없고 운동도 나름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얼마 전 체중계에 올라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70킬로가 넘어갑니다. 대학교 때는 53킬로였고요. 70킬로를 넘긴 건 처음이거든요. 쇼크를 먹었습니다. 코로나로 한동안 집에서 칩거를 했더니, 운동량 부족으로 뱃살이 늘었나? 죄책감이 들었는데요, 살찌는 게 내 탓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이 책을 읽고 깨달았습니다.

<식사에 대한 생각> (비 윌슨 지음 /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인류는 수십 만 년 동안 수렵채집활동을 통해 식량을 구했어요. 옛날에 기름진 고기를 먹으려면 힘들게 들판을 뛰어다니며 토끼를 먹거나 목숨 걸고 멧돼지를 잡아야 했지요. 달콤한 꿀을 먹기 위해서는 나무를 타고 오르거나 벌에 쏘이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식량을 찾기 위해 한참을 돌아다녀야 했을 거예요. 허탕 치는 날에는 쫄쫄 굶었겠지요. 먹을 수만 있다면 배가 터져라 먹었을 거예요. 다음 식량이 언제 생길지 모르니까. 그런데 이제 세상이 바뀌어요. 마트에 가면 가공육 통조림이 저렴한 가격에 나와 있고요, 달콤한 과자도 푼돈으로 살 수 있어요. 

‘우리는 먹는 것에 쫓기게 된 첫 번째 세대다. 1만 년 전 처음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후 대부분의 인간이 수렵을 그만뒀지만, 직접 만든 식품 공급 체계에 인간이 이토록 끈질기게 쫓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칼로리는 우리가 원치 않을 때에도 우리를 끝까지 추격한다.’


(14쪽)

우리 몸은 수렵채집활동에 적합한 몸이지만, 시대는 바뀌었습니다. 이젠 우리가 음식을 쫓는게 아니라 음식이 우리를 쫓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코로나 시절 살이 확 찐 사람 농담이 유행이었죠. 바깥에 나갈 수 없어 운동량이 줄었어요. 그런데 뉴스를 보거나 온라인 글을 읽으면 전 세계가 바이러스라는 재난으로 뒤숭숭합니다. 이럴 땐 단 게 또 당겨요. 자꾸 뭐라도 먹게 됩니다. 간식을 먹고 달콤한 음료를 마시며 기분을 달래지요. 살이 확 찔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사람들은 음료와 간식을 어떻게 구분할까? 오늘날 이 두 가지는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 만약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먹는다면 우리는 이 아이스크림을 디저트로 여기며 대략 200칼로리를 섭취할 것이다. 하지만 똑같은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커다란 밀크셰이크의 형태로 먹는다면 단번에 1000칼로리를 섭취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밀크셰이크는 그저 음료일 뿐이므로, 우리는 밀크셰이크와 함께 햄버거와 감자튀김까지 먹는다.’

(116쪽)

어렸을 때, 배가 고프면 수돗가에 가서 물배를 채우기도 하는데요. 물을 마셔 배가 부르다고 허기가 가시는 건 아니에요. 만약 수렵 채집인이 물에서 충분한 포만감을 느꼈다면 나가서 먹을 것을 찾을 필요도,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었겠지요. 물배만 채우는 사람은 결국 굶어죽었을 거예요. 허기와 갈증의 메커니즘이 분리된 것이 과거에는 생존에 도움이 되었어요. 이제는 배가 불러도 음료를 마시고, 고칼로리 음료를 마시고도 전혀 포만감을 못 느낍니다. 그러다보니 2010년 미국인이 음료를 통해 섭취한 하루 평균 칼로리는 1965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450칼로리로, 밥 한 끼를 액체 형태로 섭취한 셈이라는군요. 스타벅스 시나몬롤 프라푸치노 한 잔에 설탕 20티스푼이 들어간다는 말에 기겁했어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문화는 음료에 설탕이 이렇게 가득 들어 있더라도 절대 뚱뚱해지면 안 된다고 말한다. 이는 오늘날의 음식 문화에서 가장 잔인한 측면 중 하나다. 매일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을 소비하는 사람들에 대해 우리가 이야기하는 방식과 그런 식음료의 구매가 너무나 쉬운 현실 사이에는 엄청난 부조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125쪽)

운동을 하고 나서 힘들 때, 고생한 자신을 위한 보상으로 갈증 해소 음료나 달콤한 과즙 음료를 마시는 습관이 있는데요. 이제는 습관을 바꾸려고요.



에필로그에는 현명하고 건강한 식사를 위한 13가지 전략이 나오는데요, 그중에서 요즘 제가 실천하는 것들을 소개합니다.
 
1. 새로운 음식을 오래된 접시에 담아 먹자. 
옛날 그릇은 요즘보다 더 작았답니다. 1700년대 와인 잔은 70밀리미터가 겨우 들어가는 작은 고블릿이었던 반면 2017년에 판매된 와인 잔은 평균 449밀리미터를 담는다고요. 이 책 읽고 저는 아이들이 쓰던 어린이용 밥공기에 밥을 먹습니다. 양을 일단 줄이려고요.

2. 물이 아닌 것을 ‘물처럼’ 마시지 말자
네, 쉬운 말로 ‘칼로리를 마시지 말라’는 거죠. 요즘 저는 자전거를 타고 나갈 때도 집에서 끓인 보리차를 담아 갑니다. 예전 같으면 편의점에서 음료를 사 먹었지만요.
 
3. 단백질과 채소를 먼저 먹고 탄수화물을 나중에 먹자.
식사를 시작할 때 배가 고프니까 이때 채소에 집중해야 채소 섭취를 늘릴 수 있다고요. 이제 식당에 가도 식전빵보다는 샐러드를 먼저 공략해야겠어요. 

채식을 권장하고, 간식을 멀리하고, 단 것을 줄이라는 말씀이 나오는데요. 한꺼번에 모든 식습관을 바꿀 수는 없겠지요, 책을 읽어보고, 나는 어떤 습관을 바꿀 수 있을까,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일단 저는 물이 아닌 것을 물처럼 마시던 버릇은 버리려고요. <식사에 대한 생각>, 더 건강한 삶을 바란다면 꼭 한 번 읽어볼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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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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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ORA& 2020.05.27 06: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울집에도 오랑우탄형 수컷이 삽니다 ^^ 정말 마른 복부형이죠.나름 신경쓴다고 체중만 줄이고 라인은 그대로~ 풍족해진다는건 또 다른 고통을 주네요..먹을 것인가 참을 것인가 ^^

  2. 샘이깊은물 2020.05.27 06: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건강하고 조화로운 삶을 가꾸려는 노력에서 식사에 대한 부분이 빠질 수 없더라고요. 잘 읽어보겠습니다. 강하라 작가님의 <요리를 멈추다>도 추천합니다.^^

    그리고... 어제는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이야기 들려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책으로도, 목소리로도.
    집에 돌아와 스르르 잠들 때까지
    뭉근한 여운에 한참을 머물렀네요.

    이야기 내용 중에 제게 와닿는 지점들도 많았지만
    더 기억에 남을 것은
    어제 그 곳, 그 시간의 공기인 것 같아요.
    이야기를 들려 주시는 피디님과
    흥미진진하게 들으며 감응하는 청중들.
    시간의 두께가 만들어 낸 피디님의 단단함, 그 기운.

    훗날 코로나 시절을 떠올렸을 때, 분명 따듯하고도 벅차게 느껴질 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질문 드리고 답을 듣던 순간도 강렬했습니다.
    피디님의 이야기 덕분에
    제 삶의 숙제를 풀어나갈 힘도 좀더 생긴 것 같습니다.
    결국 그 힘은 제가 키워나가는 것이지만요.

    감사합니다. :)

    피디님 덕분에 얻은 좋은 기운, 듬뿍 나누는 하루 보낼게요.
    좋은 하루 되셔요!

  3. lovetax 2020.05.27 07: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피디님!
    어제의 북토크 시간은 즐거우셨겠지요? 그 감동의 순간을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오늘의 책은
    요즘하는 고민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거 같아요
    먹을때마다 어떻게 먹어야 건강할까..
    먹을 것이 많은 요즘
    어떻게 골라먹고 얼만큼 먹어야 건강할까..
    많이 고민하지요!
    건강을 위해 꼭 읽어보아야겠습니당

  4. 최수정 2020.05.27 08: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살찌는것에 대한 고민은 저만 하는게 아니라 다행이네요~ ㅎㅎㅎ

  5. 섭섭이짱 2020.05.27 08: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맞아요. 저도 몇달사이에 확찐자가 되어버린 ㅋㅋㅋ 저도 몇가지 식사 관련해서 실천하고 있는 방법이 있는데요 밥그릇을 작게 하는거에 더해서 전체 식사량을 줄이기 위해 식판을 이용하고 있어요. 밥 뿐만 아니라 반찬도 딱 정해진 양만 먹게 되어서 좋더라고요
    그리고, 음식물 오랫씹고 먹기도 중요하다고 해서 30번이상 씹고 먹으려 노력중입니다. 어떤걸 먹더라도 급하게 먹으면 더 많이 먹게 되고 소화에도 안 좋으니 천천히 먹게 되고 좋더라고요.

    표지의 저 숫자들이 무슨 의미일까요? 영문판 표지는 저 표지가 아니던데 ^^
    요책의 저자가 이미 유명하시던데 다른 책들과 이 책을 같이 읽어보겠습니다 ^^

    피디님 다이어트 같이해서 확뺀자로 곧 만나용 ^^

  6. 오달자 2020.05.27 08: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엊그제 저희딸과 식사중, 제 밥그릇이 딸보다 훨씬 작고 심지어 밥도 남깁니다.
    그런데 딸보다 더 제가 살찌는 이유가 뭘까?
    라고 물었더니, 기초대사량이 낮아서 그러니
    일단 다이어트를 하라네요.

    나이가 들수록 적게 먹어도 살아 찌는건 근육양이 감소해서 그렇다하니...
    근력운동을 해야하는데....쉽지않지만 저도 더 이상 확찐자가 되지 않으려면 다이어트를 해야할까봐요.
    일단 피디님따라 물 아닌 것을 물처럼 마시지 잃기!
    실천해보렵니다.

  7. 꿈트리숲 2020.05.27 08: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정말 오랜만에 하는 강의 나들이를 하고서
    느끼는 바가 많았어요. 마치 처음 강의를
    들었을 때처럼요.
    병원에 있을 때 다시는 강의들으러 못다니겠다
    생각했는데, 어제 얼마나 기쁘고 설레고 행복했는지
    새삼 느꼈어요. 그래! 난 이래서 강의 들으러
    다니는거였어~~ 하고요.
    전 마늘주사는 아니고 기쁨과 행복 감사 주사를
    몇 대나 맞았는지 당분간 아주 즐겁게 지낼 것
    같아요. 안먹어도 배부른 느낌이에요 ㅎㅎ

    이 좋은 강의를 계속 들으러 다니려면 무엇보다
    제가 건강해야 하는데요. 좋은 먹거리 찾아서
    과하지 않게 먹어줘야 할 것 같아서 이 책도
    꼭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그나저나 그렇게 숱하게 강의를 들어도 질문 한번
    안하는 저는 역시 아무 생각없이 사는듯요.
    강의 내내 웃고 즐기고 그걸로 어제 하루 보람찼다
    생각하는데, 그래도 괜찮은 삶이겠죠?^^

  8. 나겸맘 리하 2020.05.27 09: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작년부터 설탕섭취량을 줄이기 위해
    과자류를 덜 먹고 있는데요
    탄수화물양까지 줄이려면
    작은 밥공기로 바꿔야겠네요.
    나이들수록 저탄고지가 필수라는데
    노력해 봐야겠어요~

    어제 피디님 강의 정말 좋았습니다^^
    딸아이와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어요.
    성향상...블로그 눈팅족으로
    계속 남아있었을텐데
    우연히 댓글을 달다 보니^^
    피디님 뵈러 강연장까지 가게 되는 날이 옵니다~

    피디님 덕분에 좋은 인연들을 차례로 만나고
    어제는 꿈트리님의 차로 밤드라이브하며
    대화 나누며 무사귀환했습니다.
    이 좋은 기분으로 즐겁게 살아보려고요^^
    감사합니다. 피디님~

  9. 아리아리짱 2020.05.27 10: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PD님 아리아리!

    다녀오신 분들의 댓글을 읽으니 어제의 강의 열기가
    머얼리 부산에도 전해지는 듯합니다.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날마다 블로그 글로 만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답니다.

    늘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는 책 소개 감사합니다. ^^

  10. GOODPOST 2020.05.27 11: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에 많이 먹고 살찌는 남편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근데 요즘은 배나온 남편보고 제가,, 놀립니다.
    작은 습관부터 식습관을 바꿔야 겠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남편과 함께,,읽겠습니다.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1. 인대문의 2020.05.27 12: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I think eathing too much is also kind of a habit.
    Starving is not good. We should play it safe.
    For starters, start by joing this blog every each meal.
    It works wonders.

  12. 코코 2020.05.27 14: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피디님 직접 뵐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한 시간 반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어요.
    역시 피디님께 좋은 에너지를 얻어서 그런지 오늘 유독 기운이 나네요^_^
    곧 새 책이 나온다는 희소식. 벌써부터 너무 기대됩니다!

  13. 슬로아 2020.05.27 22: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갑니다!

  14. 나겸맘 리하 2020.05.30 08: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타벅스는 설탕공장과 무슨 커넥션이 있는 걸까요?!
    음료 한잔에 설탕 20스푼을 넣는다는 건.
    고객에게 '설탕죽을 멕여 버리고야 말겠다'는 뜻 아닌가요?
    정말 깜놀할 사연이네요.

    뭐든 양으로 승부보려는 저는
    반찬하기 싫어서
    밥양만 엄청 늘려 맨밥을 주로 먹었는데...
    어린이밥공기로 바꿔봐야겠습니다.^^

  15. 2020.05.30 08: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