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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나를 충전하는 시간

by 김민식pd 2020. 4. 24.

어떤 분이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7년을 일하셨어요. 하루는 스무 명이 예약된 연회룸에서 풀코스 서빙을 해요. 수프-샐러드-파스타-스테이크-디저트-커피로 이어지는 요리를 정신없이 나르는데 누가 뒤에서 어깨를 두드립니다. "뭐 필요하신 것 있으세요?"라며 돌아보는 순간, 손님이 뺨을 칩니다. 찰싹!

"서비스 제대로 안 해? 뭐가 이렇게 더뎌!"

너무 놀라 멍하니 있다가 손님이 돌아간 후 옥상에 올라가 하염없이 울었대요.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그후로 이상한 증상이 생겼어요. 뒤에서 누가 어깨를 두드리거나 다가오면 깜짝깜짝 놀라는 거죠. 한번은 아파트 1층에 서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의 손이 '스윽'하고 앞으로 와요. "어머, 깜짝이야!"하고 놀랐더니, "버튼을 안 누르시길래 누른건데 왜 이렇게 놀라세요?"라며 같은 라인에 사는 아저씨가 멋쩍은 듯 고개를 숙이더랍니다. 그러곤 혼잣말..... "하긴 내가 인상이 무섭긴 하지." 바닥으로 고개를 떨구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 아저씨. 나중에 엘리베이터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을 보니 화상을 입어 오른쪽 얼굴이 검보랏빛이었다고요. 

<내 마음은 충전중> (김근하 / 서사원)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에서, 저자는 자신이 겪은 일을 통해 생각의 오류 3가지를 짚어줍니다.

1. 과일반화 오류 : 한두 번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적인 결론을 내리는 오류.

2. 의미 확대 / 축소 : 사건의 의미나 중요성을 실제보다 과도하게 확대하거나 지나치게 축소하는 오류.

3. 개인화 : 자신과 무관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관련된 것으로 잘못 해석하는 오류.

(18쪽)

저자의 별명은 '토리강사 - 치유의 스토리를 가진 강사'입니다. 위의 사례처럼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통해 깨달음을 찾고 나누는 일을 하는데요. 회복탄력성을 배우면서 알았답니다. 일상에서 예기치 못한 불행을 맞이했을 때 낙심하고 좌절하는 사람이 있고, 동일한 경험을 해도 역경에 맞서고 삶의 기쁨을 누리며 사는 사람이 있다는 걸요.

긍정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은 회복을 방해하는 세가지 P를 소개합니다.

"첫 번째 P는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개인화(Personalization),

두 번째 P는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하는 침투성(Pervasiveness),

세 번째 P는 사건의 여파가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영속성(Permanence)이다."

(7쪽)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세 가지를 거꾸로 뒤집으면 됩니다. 힘든 일이 생기면,

첫째, '나만 힘든 거 아니다. 돈을 버는 일은 누구나 힘든 거다.'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사실이니까요. 돈벌이는 누구에게나 어렵습니다. 

둘째, '근무 시간만 버티면 된다. 아니, 근무 중에도 괴로운 건 순간이고, 나머지 시간은 즐겁게 일하면 된다. 적어도 출퇴근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일은 할 수 있다. 심지어 주말과 휴일은 온전히 내 거다.' 퇴근하면 그 순간, 회사에서 힘들었던 일은 잊고 일상을 즐깁니다. 내 인생은 소중하니까요.

셋째, 인생이라는 길고 긴 시간의 틀에서 사건을 바라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걸 믿습니다. 과거에 일어난 힘든 일을 부여잡고 사는 대신, 현재에 집중합니다. 

빅터 프랭클은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어떤 공간이 존재한다. 그 공간에 자신의 반응을 선택하는 우리의 힘이 존재한다. 우리의 반응에는 성장과 자유가 있다."

(175쪽)   

책에는 어린 시절, 술취한 아버지의 폭력성으로 힘들어했던 저자의 일화가 소개되는데요. 책을 읽고 느꼈어요. '관계는 누구나 다 힘들구나...' 저도 어려서 부모님의 불화로 많이 힘들었거든요. 아버지의 가정폭력을 보면서 상처를 많이 받았는데요.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 시절에 사는 게 참 많이 힘들었겠구나. 아니 어쩌면 지금은, 나 때문에 아내가 힘들겠구나.....' 우리는 다른 사람 때문에 힘들지만, 어쩌면 다른 사람도 나 때문에 힘들 거예요. 이걸 알아야 서로에게 조금 더 관대해지지 않을까요?

코로나로 인해 일상이 멈춘 지금, 제게는 충전의 시기입니다. 이 책을 통해 회복탄력성을 공부하며, 내 안의 밧데리를 충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모두, 즐거운 주말 맞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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