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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능력주의 시대의 종말

by 김민식pd 2020. 4. 27.

요즘 수입이 줄어들어서 대출 이자나 카드값 생각하면 갑갑해지는 분들 있죠?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냥 나라에서 매월 꾸준히 얼마씩 돈을 주면 어떨까요? 노동의 대가로 받는 돈이 아니라, 생존의 대가로 받는 돈. ‘살아주셔서 고맙습니다!’하고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요? 오늘은 그 꿈같은 일을 가능케 하는 아이디어, ‘기본소득제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기본소득제란, 국가가 모든 사람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소득을 지급하자는 아이디어입니다. 재난 긴급 생활비 지원과 함께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이 자주 언급되는데요.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 실업도 문제지만, 앞으로 인공지능이나 로봇 등 기술의 발달로 만성적 실업 대란이 올 때, 꼭 필요한 게 기본소득제도입니다.

작년 초, 미국 민주당 경선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일으킨 사람이 있어요. 앤드류 양이라는 벤처 사업가인데요. 그가 인기를 끈 배경이 바로 기본소득제도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했기 때문이에요. 그는 잘 나가는 IT 벤처를 성공시킨 사람인데요. 앞으로 노동 시장에서 인간이 인공지능이나 로봇과 경쟁에서 이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해서 기본소득 제도를 적극 지지하고 나섰어요. 그가 쓴 책이 있어요. 

<보통 사람들의 전쟁> (앤드류 양)

우리는 그동안 가난은 노력하지 않은 탓이라고 배워왔어요. 근면 성실이라는 산업화 시대의 가치 덕분에 한국 경제는 빠른 시간 내에 발전을 거듭했지요. 이제는 노동의 패러다임이 변합니다. 열심히 노력한다고 다 되는 시대가 아니에요. 앤드류 양은 책의 첫머리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능력 위주의 사회'라는 논리는 우리를 파멸로 이끈다. 그 말에서 이미 우리 모두가, 자동화와 혁신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경제적 곤경에 빠진 수백만 명의 목소리를 무시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이 패배자라서 불평을 하고 있다거나 고통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 늦기 전에 이런 시장 논리를 깨뜨려야 한다.’

(17쪽)

제가 작년에 기차 여행을 하면서 시골 역에서 무궁화 열차를 탔어요. 주말이라 입석까지 꽉 찼는데요. 보니까, 젊은 사람들은 창가 좋은 자리에 앉아 바깥 풍경을 보면서 가고요. 노인들은 입석으로 서서 가시더라고요. 너무 이상한 풍경 아닌가요? 왜 그럴까, 궁금했는데요, 답은 스마트폰 예약 시스템입니다.
젊은 사람들은 여행 한 달 전에 미리 예약을 해서 좋은 자리를 잡습니다. 노인들은 옛날처럼 기차역에 직접 와서 창구에서 표를 끊지요. “다음 열차 몇 시에요? 한 사람이요.” “어르신, 좌석은 없어요. 입석뿐이에요.” “엥? 왜?” “벌써 매진되었어요.” 자, 이 노인은 다음에는 부지런하게 일찍 나옵니다. 좌석 표 사러. 가서 물어봐도 또 매진이래요. 젊은 사람들이 좌석에 앉아 가는 게 더 부지런해서인가요? 아뇨, IT 기술을 더 잘 아니까요.

다가올 기술 발전의 시대, 우리가 맞이할 실업의 위기는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기에 기본소득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말합니다. 

‘보편적 기본소득이 지급되어야 한다. 현재 미국의 빈곤선은 1만1770달러다. (연간소득 한화 약 1500만원) 기본적으로 전 국민을 빈곤선까지는 끌어올려 총 빈곤을 완화하자는 것이 내 생각이다. 보편적 기본소득은 사회보장의 한 형태로, 모든 국민이 일이나 소득과 관계없이 매월 일정 금액을 받는 것을 말한다. 뉴욕에서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억만장자로부터 웨스트버지니아의 가난한 싱글맘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이 매월 1000달러씩 (124만원) 받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대부분의 사람이 기본 복지 프로그램에서 불편하게 생각하는 근로의욕 저하 유인을 제거했다. 일을 하면 사실상 저축을 해서 돈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234쪽)

가난한 사람에게 최저생계비는 보전해주고, 노동을 통해 추가로 소득을 올리고, 그렇게 해서 많이 버는 사람은 세금으로 반환하면 된다는 거죠. 위기의 시대에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냥 잠깐 한번 생각해봐요. 일을 하지 않아도 생계를 유지할 돈이 안정적으로 들어온다면 여러분은 지금 하고 있는 그 일을 계속 하실 건가요? 아니면 더 재미있는 일, 더 의미 있는 일을 찾아 떠나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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