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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관계가 힘든 아이들에게

by 김민식pd 2020. 5. 4.

민서가 이제 중학생입니다. 어린이가 청소년이 되는 중이지요. 아이가 어른이 된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탐색하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예전에는 제가 골라준 책을 읽던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을 스스로 찾아 읽습니다. 민서가 서점 나들이 갔다가 사온 책이 있어요.

<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 (황영미 / 문학동네) 

제9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인데요. 책 제목이 낯익어 기사를 검색해보니 '서점인이 뽑은 아동 청소년 분야 2019년 올해의 책'이에요. 기사를 민서에게 보여주고 책 고르는 안목을 칭찬해줍니다. 이제 중학교에 올라가는 민서, 처음 만나는 친구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까요? 어린 시절의 관계는 참 어렵습니다. 이 책은 중학생 친구들 사이에서 누군가는 왕따가 되고, 또 누군가는 은따가 되는 과정을 그립니다.

<체리새우>는 주인공이 운영하는 비공개 블로그의 이름입니다. 주인공은 말 못할 고민을 블로그에 털어놓습니다. 비공개로 된 글에 자신의 마음을 터놓지요. 블로그 대문에 이런 글이 있어요. 

'외갓집에서 체리새우를 처음 보았다. 수초 가득한 어항에 내 손톱만 한 크기의 새빨간 새우들이 있었다. 나는 것처럼 헤엄치는 모습이 예뻤다. 작고 연약한 듯 보이지만 굳건한 생명체. 나랑 닮았다. 크크' 

(23쪽)

작고 연약한 듯 보이지만 어엿한 생명체, 중학생 주인공은 체리 새우의 모습에서 자신을 봅니다. 이 책을 벌써 여러 번 읽은 민서에게도 관계는 수수께끼겠지요. 

'관계를 탐구하는 것이 소설이다. 관계의 첫 번째 단계는 '나'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야 '너'를 볼 수 있다. 이 아이는 그걸 모르고 '우리'의 세계에 속하고 싶어 했다. 이 소설은 이제 막 그걸 알아낸 아이의 소중한 성장기이다.'

-윤성희 (소설가)

우리는 그 시절, 어딘가에 속하고 싶어 합니다. 소외받지 않고 싶다는 욕망에 따돌림의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요. 책을 읽는 내내, 영화 <우리들>이 떠올랐어요.

"엄마한테 전학 가고 싶다고 말했어. 그랬더니 엄마가 그러셨어. 세상사람 모두가 나를 좋아하는 건 불가능하대. 인기 최고인 연예인도 안티는 있잖아. 그러니 나를 미워하는 애들은 신경 쓰지 말래.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만 집중해도 인생이 짧다고 하셨어. 이제는 혼자 잘 지내는 편이야. 책 읽고, 영화 보고, 수영장 다니고. 우르르 무리 지어서 다니는 거, 사실은 별로 안 좋아해. 그러니 아쉬울 것도 없어. 집에 혼자 있으면 외로울 때도 있지만, 수많은 작가와 감독이 소중한 선생님이고 친구잖아."

(156쪽)

50년을 살고 제가 얻은 결론도 같아요.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지 신경 쓰는 것보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챙기고 삽니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싫어하게 되어 있어요. 노력해도 그들의 마음은 돌릴 수가 없으니, 내가 좋아하는 이들에게 집중하는 편이 낫습니다.

관계가 힘든 청소년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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