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짠돌이 독서 일기

만화에서 배운 생존철학

by 김민식pd 2020. 5. 6.

인생을 즐겁게 살기 위해 가급적이면 싸움은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하지만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할 때가 옵니다. 싸우지 않고는 바뀌지 않는 것도 있거든요. '만화를 읽었을 뿐인데, 어느새 싸움의 달인이 되어 있네요, 허허허.'하는 것 같은 책이 있어요. 인생만화에서 길어올린 싸움의 법칙을 말하는 책입니다.

<1화뿐일지 몰라도 아직 끝은 아니야> (김봉석 / 한겨레 출판)

'그러니까 사실, 회사에서 개인이 상사, 또는 회사와 싸운다는 것은 쉽지 않다. 제일 좋은 것은 뜻이 맞는 사람들과 공적인 자리를 만들어 구체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워야 한다면, 그렇게 생각한다면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첫째, 자신이 싸울 생각이 있다는 것을 최대한 비밀로 해야 한다. 전적으로 신뢰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 말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모든 것이 불리해진다.
둘째, 하나둘 끈질기게 팩트를 모아야 한다. 적이라고 생각하는 상대(또는 회사)의 부정과 비리가 개입되어 있는 모든 정보를 찾아야 한다. 최대한 많은 팩트를 모아야 한다. 팩트에는 다양한 증언도 포함된다. 상대의 비리에 대해 알고 있는 동료, 상사들과 많은 이야기와 신랄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녹음을 해두는 것도 방법이다.' 

(32쪽) 

싸움에 앞서 중요한 건, 왜 싸워야 하는가 그 이유를 아는 겁니다. 싸워야할 이유가 분명해야 제대로 싸울 수 있거든요. 문제점을 지적해 개선을 하고 싶은 것인지,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일단은 뭐가 문제인지 알리는 것만이라도 하고 싶은 것인지. 또는 너무 나쁜 놈이 있어서, 그에게 뭔가 타격을 입히고 싶은 것인지. 이유를 정확하게 안다면 더 쉽게 싸울 수 있습니다.
나쁜 놈들이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이유는, 이제껏 그렇게 살아도 별 불편함이 없었기 때문이죠. 그냥 두면 피해자는 계속 생겨나고 조직은 점점 망가집니다. 복수라는 상징적인 행위가 필요합니다. 김봉석 작가는 편집자로 일하다 악덕 사장을 만나 고생하는데요. 월급을 못 받고 쫓겨날 처지에 처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냥 짐싸들고 갑니다. '내가 더러워서, 체'하고 그냥 체념하지요. 저자는 굳이 체납임금반환소송을 걸고 싸웁니다. 압류 딱지를 들고 사무실에 가서 곳곳에 붙입니다.

 
'나는 보여줘야만 했다. 해고를 하고 밀린 임금을 주지 않을 때 더럽다고 피하는 게 아니라 행동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안 주면 어떻게든 받아내는 인간도 있다는 것을.

그런데 주의할 것이 있다. 언젠가는 복수할 것이라며 항상 칼을 갈고 있으면 안 된다. 언젠가 나에게 힘이 생긴다면 복수할 것이라고 다짐을 한 후에 말끔하게 잊어버려야 한다. 그리고 원수를 외나무다리에서 만났을 때, 절호의 기회를 만났을 때 바로 베어야 한다. 원수를 갚겠다며 찾아 헤매고, 방법을 찾다가 에너지와 시간을 소모하면 결국 나의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복수에만 매달리다가 망하는 것이다. 무협소설에서도 복수에만 매달리다 초라하게 스러져가는 인물들이 여럿 나온다.
차갑게, 차갑게 식혀야 한다. 스스로도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복수할 수 있는 능력과 시간이 도래했을 때, 과감하게 베어버려야 한다.' 

(48쪽)

이 책은 만화에서 배운 대사와 세계관을 통해 싸움의 기술을 알려줍니다. 소년 만화의 주인공은 영웅이죠. 이 책은 영웅 서사의 소비자인 독자를 그 주인공으로 성장시키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월급 떼먹는 사장에게 한 방 먹인 이야기, 악당과 맞짱 뜨는 일화를 통해, 하드 보일드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배웁니다. 
저는 문화평론가로서 김봉석 작가를 좋아합니다. 남들이 B급 문화라고 치부하는 공포 영화나 스릴러 소설에 대해서도 애정을 듬뿍 담아 헌사를 바칩니다. B급 문화의 수호자인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싸움 실력은 A급이네요.

인생만화에서 끌어올린 직장인 생존철학 35가지, 만화에서 인생을 배웁니다. 

   

반응형

'짠돌이 독서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쓰고 싸우고 살아남는 삶  (11) 2020.05.08
신입 직원에게 해주고 싶은 말  (9) 2020.05.07
관계가 힘든 아이들에게  (15) 2020.05.04
코로나 19 이후의 세상  (14) 2020.04.28
능력주의 시대의 종말  (12) 2020.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