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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신입 직원에게 해주고 싶은 말

by 김민식pd 2020. 5. 7.

퇴직 후, 전업작가가 되는 게 꿈입니다. 그런 제가 궁금한 건 '편집자의 마음'입니다. 편집자는 어떤 글을 보면 마음이 움직일까요? 궁금하면 바로 책을 펼칩니다.

 

<편집자의 마음> (이지은 / 더라인북스)

책이 좋아, 책을 만들고 싶었던 저자는 첫 직장에서 일이 서툴다는 이유로 두 달 만에 쫓겨납니다. 편집장에게 "(이 직업을 택한) 너도 실수했고 (너를 뽑은) 나도 실수한 걸로 치자"는 말을 듣지만, 포기하지 않아요. 한번 직장에 데었다고 책을 좋아하는 마음이 어디 가나요? 두 번째 직장에서는 술을 못 마시고 싹싹하지 않다는 이유로 사장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세 번째 직장에서는 사장의 권위에 눌린 중간관리자들 아래에서 주눅 들고 눈치보는 것만 익혔다고요. 그럼에도 꿋꿋이 직장을 옮겨다니며 책을 만듭니다. 이제 12년차 출판노동자가 된 저자가 책을 쓴 이유, 신입 시절을 하릴 없이 견디던 나를 안아주고 싶기 때문이랍니다. 저자가 신입 편집자에게 건네는 말. 

'우선은 지금 겪는 모멸들이 결코 당신 탓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신입 시절에 겪는 수많은 서툶은 사수와 회사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다. 사수가 받는 봉급에는 부하직원의 서툶을 감당하는 몫도 포함된다. 월급이 많고 직위가 높을수록 감당해야 하는 몫이 커진다. 그러니 서툴다는 이유로 모멸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 냉정하게 말해서, 신입으로 인해 생기는 리스크를 감당할 자신이 없으면 신입을 뽑으면 안 된다.'

   
(28쪽) 

이건 모든 회사의 선임들이 귀담아 들어야할 이야기네요. 신입 편집자에게 저자가 들려주고 싶은 조언도 있어요.

 

'외국어를 매일 공부해라. 하루 한 편씩 글을 써라. 적어도 한 시간씩 운동해라. 이 세 가지는 모두 지속적으로 반복해 습관으로 쌓아야 내 것이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복적으로 몸이 움직이는 순간, 삶의 모든 가능성은 문을 연다. '무엇을 해야 하지?' 생각하기 전에 그저 움직이는 편이 낫다.'

(36쪽)


저도 피디 지망생들에게 같은 충고를 합니다. 특히 외국어 공부를 권하는 이유는요. 나중에 진로를 바꿀 때도 유용하거든요. 무엇보다 독학으로 외국어를 일정 수준까지 한다는 건, 내적 동기 부여가 강한 성실한 사람임을 입증하는 좋은 수단입니다. 외국어, 글쓰기, 체력, 이 3가지는 어떤 일을 하든 다 도움이 되는 기본 실력입니다.

저자가 생각하는 편집자의 일은 무엇일까요?

'편집자란 저자의 생각과 말 사이사이에 알맞은 다리를 놓고, 저자와 독자가 맞닿도록 돕는 사람이다. 저자의 말을 듣고, 그가 하려는 말을 잘 다듬어 독자에게 연결해준다. 이것이 내가 정리해본 '편집자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다.' 

(57쪽)

신입 시절, 두 달만에 쫓겨난 편집자가 12년의 세월을 거쳐 단단한 사람이 되었군요. 무엇보다 편집이라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 반갑습니다. 자신의 일을 자신만의 언어로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은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거든요. 인생의 행복은 내 일을 내가 사랑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일이 나를 사랑하느냐, 아니냐는 그 다음 문제고요.    

'책의 중요성은 다양성이고, 그 다양성은 개성이 다른 우리가 서로 모여 만들어야 비로소 드러난다고 믿는다.

우리는 우리를 위해 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말보다, 작더라도 조금씩 함께 가자는 말로 서로를 보듬어주었으면 한다.'

(189쪽)

이지은 작가님이 오래오래 좋은 책을 만들어주시길 소망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편집을 맡아주시고, 잘 만들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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