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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작가의 일은 기다림의 연속

by 김민식pd 2020. 5. 11.

가끔 책을 읽다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음? 이건 내가 쓴 건가?' 그만큼 저와 싱크로율이 높은 사람을 만났을 때죠.

<어떤, 작가> (조영주 / KONG)에 나오는 대목입니다.

'어렸을 때를 떠올리자면 지금의 나는 의아하다 못해 희한하다. 중학교 시절까지 나는 친구 사귀는 법을 알지 못하는 전교 왕따였으니까. 중학교 시절 왕따를 당한 사연은 첫 번째 에세이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도 좋아>에도 언급한 적이 있다. 이런 중학교 시절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어디까지나 책 덕분이었다. 수없이 많은 책, 심지어는 교과서를 보면서도 나는 몰입했다. 이런 과몰입은 우울과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60쪽)

저 역시 책이 아니었다면 힘든 시절 어떻게 보냈을까 싶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괴로워나 즐거우나 늘 책과 함께 삽니다. 이 책을 보면, 북토크를 다니고, 독립책방을 다니고, 덕질을 하는 어떤 작가의 모습이 그려지는데요. 천상 내가 꿈꾸는 일상입니다. 조영주 작가님은 독립책방 나들이를 특히 즐기시는군요. 마포의 어느 약국에는 안에 책방도 있대요. 책방 이름이 '아직 독립 못 한 책방', 줄여서 '아독방'이래요. '아독방'에 갔다가 나오는 길에 누가 덥석 잡습니다. "작가님, 사인해주세요!' 알고보니 사인을 부탁한 그 분도 작가래요. 같은 서점에 한 달 뒤에 놀러갔다가 또 만나고, 망원동 동네 책방에 가서도 또 만나요.  

'나는 그렇게 세 번을 마주치자 하도 기가 막혀 말할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거 글로 쓴다, 정말."

알고 보니 공 작가는 작가 겸 대표였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2019년 초 '공출판사'라는 출판사를 차린 이후, <어떤, 여행> <어떤, 시집>에 이어 최근엔 <어떤, 낱말>과 <어떤 문장>까지 '어떤, 시리즈를 꾸준히 내고 있었다.' 

(67쪽)

이 대목에서 책 뒤 서지 정보를 살펴봤어요. 

지은이 조영주

펴낸이 공가희

편집_디자인 공가희 

아, 그래서 <어떤, 작가>구나! 완전 전율이로군요. 꾸준히 독립서점 덕질하던 저자가 똑같은 덕후를 만나 같이 책을 만드는 이야기라니. 책을 처음 샀을 때, 표지를 보고 출판사 이름이 독특하네? 했어요. KONG? 킹콩 KING KONG을 줄여서 KONG이라고 부르거든요. 겸손하게 왕은 뗀 건가? 했는데..... '콩' 출판사인줄 알았더니, 대표가 공씨라서 공출판사.... ^^   

저는 작가들의 일상을 그린 책을 열심히 찾아 읽습니다. 그들의 일상을 따라하고 흉내내다보면 언젠가 작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꽤 맹랑한 꿈을 품고 살지요. ^^ 조영주 작가는 작가의 일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작가의 일이란 감나무 밑에 드러누워 감이 떨어지길 기다리며 입을 쩍 벌리고 있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감이 떨어지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는 점 정도일 거다. 하지만 규칙이 하나 있다. 감을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된다. 나무를 흔들어서도 안 된다. 무언가에 손을 대서 억지로 떨어뜨린 감은 떫은 맛이 난다. 작가는 감의 맛이 최상이 되도록 만들어서, 반드시 떨어져야 할 때 떨어지도록 해야 한다.'

(137쪽)

네, 기다림의 기술은 언제 어디서나 필요하더군요. 저도 조신하게 기다리렵니다. 덕질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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