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함께 영시를 소리내어 읽어볼까요? 인생을 사는 즐거움 중 하나는,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시도해보고 나랑 맞는지 어떤지 살펴보는 일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오늘 소개할 책은 교양영어와 영어 교수법을 가르치는 조이스 박 님의 저서입니다.

<내가 사랑한 시옷들> (조이스 박 / 포르체)

인터넷과 미디어의 발달로 말과 글이 넘치는 세상에서 저자는 '시'를 읽습니다. 최소한의 언어로 최대한의 심상과 의미를 전하는 시가 어떤 해답처럼 느껴진다고요.  영문학자인 저자가 엄선한 30편의 시가 책에 실려있어요. 그중 한 편을 소개합니다. 

 

The Bluebird                            -Charles Bukowski 

 

there’s a bluebird in my heart that
wants to get out
but I’m too tough for him,
I say, stay in there, I’m not going
to let anybody see
you.

there’s a bluebird in my heart that
wants to get out
but I pour whiskey on him and inhale
cigarette smoke
and the whores and the bartenders
and the grocery clerks
never know that
he’s
in there.

there’s a bluebird in my heart that
wants to get out
but I’m too tough for him,
I say,
stay down, do you want to mess
me up?
you want to screw up the
works?
you want to blow my book sales in
Europe?

there’s a bluebird in my heart that
wants to get out
but I’m too clever, I only let him out
at night sometimes
when everybody’s asleep.
I say, I know that you’re there,
so don’t be
sad.
then I put him back,
but he’s singing a little
in there, I haven’t quite let him
die
and we sleep together like
that
with our
secret pact
and it’s nice enough to
make a man
weep, but I don’t
weep, do
you?

파랑새    - 찰스 부코스키

 

내 심장 속에는

나오고 싶어 하는 파랑새가 한 마리 있어

하지만 난 그러기엔 강한 남자라

그렇게 말하지,

거기 있어, 아무도 너를 못 보게 할 거야.

(...)

내 심장 속에는

나오고 싶어 하는 파랑새가 한 마리 있어

하지만 난 그러기엔 강한 남자라

그렇게 말하지,

가만히 있어 나를 엉망으로 만들고 싶어?

내가 하는 일들을

망칠래?

유럽에서의 책 판매를 다 날려버리고 싶어?

(...)

남자가 울기도 하는 건 아무렴 

좋은 일이지

하지만 난 안 울어

당신은 

울어?

(123쪽)

 

너무 애쓰며 살지 말라는 그의 묘비명으로 유명한 시인입니다. 'Don't try' 우편배달부, 피클 공장 노동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시인이 된 찰스 부코스키의 삶은 들은 적이 있어요. 힘든 삶을 살다 술과 친구가 되었고, 유명 시인이 된 후에도 술을 끊지 못했지요. 평소 에세이를 통해 부코스키의 말과 글을 접했지만, 그가 쓴 시는 처음입니다. 부코스키의 시는 마초적인데요. 마초는 약한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지요. 서부 영화를 보면, 마초는 센 척하다 죽습니다. '남자답다'는 말의 독에 빠지면 인생 괴로워지지요. 

 

'강함은 연약함을 모두 숨김으로써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한 강인함은 자신의 연약함을 가감 없이 드러내도 무너지지 않는 것이다.

파랑새가 괜히 심장 안에 사는 게 아니다. 시의 화자는 술을 마시고 담배를 태우면서 남성적인 이미지 속에 파랑새를 가둔다. 그러나 위태롭다. 보기에 시커멓고 덩치 큰 남자는 그렇게 위스키를 들이부으며 하루하루 자신을 죽여 간다. 이것은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지 못하는 남자의 비극이다.'

(126쪽)

시를 읽는 일이 쉽지는 않은데요, 영문으로 읽는 건 더 어렵습니다. 에세이처럼 술술 읽히지도 않고 소설처럼 재미난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이럴 때 우리에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친절한 가이드의 손을 잡고 그가 엄선한 명소만 골라 골목길 투어를 다니는 기분입니다. 영문학을 전공한 저자가 평생 공부하며 가르치며 만난 시들 중에서 고르고 고른 시들이 나옵니다. 저자가 번역한 시와 해설을 읽은 후, '영시로 배우는 영어' 코너를 통해 회화 공부도 할 수 있어요.

책장에 꽂아두고 여유가 있을 때마다 한 수 한 수, 와인 음미하듯 읽고 싶은 책입니다.

Day 1부터 30까지 한 달 간의 영시 수업을 듣는 기분으로, 책을 펼쳐봅니다.

 

'공짜 PD 스쿨 > 짠돌이 독서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능력주의 시대의 종말  (13) 2020.04.27
나를 충전하는 시간  (13) 2020.04.24
영시를 읽는 시간  (8) 2020.04.23
공부하는 즐거움  (13) 2020.04.22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  (14) 2020.04.21
단기 보상보다 장기 성장을  (15) 2020.04.20
Posted by 김민식p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상식체온 2020.04.23 06: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떤 것을 파괴하는 게 쉽지가 않았을 텐데 소개해주신 시에서 그런게 많이 보이네요. 형식이라는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싶어했던 시인의 마음이 저는 시에서 보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2. 섭섭이짱 2020.04.23 07: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와우~~~ 이리 또 새로운 공부 과제를 주시다니
    요런 새로운 영어 공부수업 넘 좋습니다 학장님 ^^

    근데 발음이 많이 부족한 저는 커닝 좀 헤야게쓰요
    너튜브에 검색하니 요게 딱 뜨는구만요 ㅋㅋㅋ
    https://youtu.be/lyMS4qJ8NXU

    윤동주 서시를 외국인이 말해주면
    급 그 사람에게 관심이 생기며 호감이 생기듯이
    이 기회 영시 하나 외워 외국 친구 생기면
    말해주기 위해 한편 외워야겠어요
    영시 한편 외우기 고고고~~~

    p.s) 조이스박 저자님이 페북활동이 활발하신데
    저자에 대해 관심있는 분들은 아래 주소로 함 가서 글들 읽어보세요
    https://www.facebook.com/joyce.park1

    최근에 영어 어휘 공부 관련해서 여러글을 써주셨는데 유익했어요.
    관심있는 분들은 아래 글도 함 같이 읽어보시고요

    https://www.facebook.com/661330902/posts/10158263915125903/?d=n

  3. 꿈트리숲 2020.04.23 09: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시라... 새로운 세계의 문이 또 하나
    열리는 기분인데요^^

    한글 시는 종종 읽지만 영시는 학창시절
    몇개 외운 것 말고는 담 쌓고 지냈어요.
    영시도 우리 마음을 어루만지고 감수성을
    촉촉하게 해 줄 수 있다니 언어가 달라도
    그 느낌은 고스란히 전달되나 봅니다.

    진정한 강인함은 자신의 연약함을 가감없이
    드러내도 무너지지 않는다.
    보통은 무너지지 않으려 어떻게든 강한 척을
    끝까지 하는데... 영시에서 삶의 지혜를 하나
    배웁니다.
    인생의 명문을 만나 몸으로 깨치고 삶에
    적용하는 기분 아주 상쾌한데요.^^

  4. renodobby 2020.04.23 09: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시는 읽어볼 생각조차 안해봤는데...

    추천해주신 '영어회화 100일의 기적' 공부 끝내고 나면 한번 도전해봐야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5. 헤니짱 2020.04.23 10: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새로운 경험의 책을 소개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꼭 도전해겠습니다^^

  6. 아리아리짱 2020.04.23 10: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PD님 아리아리!

    음 ~!
    <공즐세> 학장님이 새로운 강좌를 개설하셨네요!
    시와 영어공부, 사랑과 삶을 시에 녹이는 작업!
    한 번 수강등록 해봐야겠습니당! ^^

  7. 코코 2020.04.23 11: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랜만에 마주한 시가 참 좋습니다.
    내 마음의 파랑새..
    마음 깊숙이 앉아있는 게 익숙해서
    밖으로 나오면 왠지 초라해 보일까 봐, 약해 보일까 봐
    꼭꼭 숨겨두는 것 같습니다.
    약함을 거리낌 없이 내보일 수 있는 사람은
    정말 강한 사람이란 걸 생각해 봅니다.
    이 시집 저도 책꽂이에 꽂아두고서 읽어보고 싶습니다.
    오늘도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_^

  8. 아프리칸바이올렛 2020.04.23 12: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은유,여성적,이별,슬픔 시에 대한 편견에
    익숙해서인지 마초적인 시는 좀 낯서네요
    영어 울렁증이 있어
    소리내어 읽는 것도 조금 어색했어요

    며칠 전 올리신
    김현중 작가님 책 읽은 후

    피노키오,묘생만경,물구나무 서기
    그의 정복은 어떻게 시작됐나
    부안 왕손이,마음의 지배자
    순으로 재밌게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