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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단기 보상보다 장기 성장을

by 김민식pd 2020. 4. 20.

어려서 쫄보였던 저는 어느 순간, 스릴에 빠졌어요. 아드레날린에 중독된 거지요.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기고요. 자전거를 탈 때도, 마운틴 바이크라 해서 산에서 탑니다. 강화도 마니산 정상에서 다운힐을 즐기다 낙엽 아래 움푹 패인 곳에 앞바퀴가 박혀서 그대로 붕 떴다가 머리부터 땅에 박은 적도 있어요. 헬멧이 없었으면 큰 일날 뻔 했지요. 

마흔에 늦둥이 민서를 얻고 위험한 운동을 줄이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탁구를 시작했습니다. 탁구는 상대방과 신체 접촉이 없어 다칠 위험이 적습니다. 날아오는 탁구공을 맞아도 아프지 않고요. 예전에 농구공이나 축구공을 헤딩할 때 머리가 띵했거든요. 주말이면 아침 저녁으로 치던 탁구, 코로나로 인해 중단되었습니다. 당분간 탁구장에 못 갈 것 같아요. 걱정입니다. '이제 뭘하고 살지?'

<그냥 살자> (신영철 / 김영사)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신영철 소장님은 책을 통해 ‘그냥’이라는 프레임이 행복하고 유연한 삶의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그냥 살자’가 ‘대충 살자’는 의미는 아닙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 타인의 말과 행동 등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자는 것이지요.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의 형태는 저마다 다르기에 ‘나’의 프레임으로 본 세상이 항상 옳을 수는 없고요. 누군가의 퉁명스러운 말 한마디는 단지 말 한마디일 뿐이고, 지금 걱정하는 많은 것은 사실 굉장히 작은 것에 불과하다고요.
신영철 박사님은 중독 전문가입니다. 중독 중에서도 도박중독이 무서운데요. 본인도 힘들지만, 주위에 피해를 주거든요. 책은 도박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사람들은 도박을 돈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돈을 벌기 위해 도박을 하고, 돈이 궁해서 도박을 하고, 빚을 갚기 위해 다시 도박을 하고, 큰돈을 벌고 싶어 도박에 빠진다고 믿는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나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이야기하고 싶다. 도박은 결코 돈의 문제가 아니다. 금방 증명할 자신이 있다. 술을 마시고 일주일 뒤에 취한다면 과연 사람들이 술을 마실까? 알코올 중독자가 최소 반으로 줄지 않을까? 경마장에서 베팅을 했는데 달리던 말들이 경마장 밖으로 나가 한 달 뒤에 들어온다면? 사람들이 과연 베팅을 할까? 당연히 아니다. (...)

중독은 뇌가 즉각적인 보상에 빠지는 것이다. 그래서 간단하고 빨리 승부가 나는 도박이 중독성이 강한 것이다. 즉각적인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중독이 성립되지 않는다. 공부에 중독되지 않는 이유는 공부가 재미없기 때문이 아니다. 공부에 대한 보상이 즉각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 아이들이 재미도 없어 보이는 핸드폰 게임을 밤새워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목표를 달성하면 원하는 아이템을 바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독자들은 기다리지 못한다. 바로바로 주어지는 즉각적인 보상에 중독됐기 때문이다.'

(57쪽)

탁구를 못하게 되었으니, 무엇을 해야 할까요? 무언가 보상이 오래 걸리는 일을 찾아야겠어요. 당장 눈에 띄는 보상은 없지만, 꾸준히 하면 성장할 수 있는 일이요.

중독 치료에 있어 중요한 건,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랍니다.

'새해가 되면 늘 금주를 결심하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왜? 술을 마시지 않는 게 뭐가 중요한가, 술을 마시지 않고 뭘 하느냐가 중요한 거지. 술을 안 마시고 집에 왔어요. 맨송맨송해서 재미가 없어요. TV 앞에만 앉아 있으니 짜증나요. 이 사람은 다음 날 저녁에 어디 있을까? 물어볼 필요도 없이 당연히 술집이다.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술 마실 시간을 대체할 중요한 일을 만들어야 한다. 예전에 <우리 동네 예체능>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탁구, 테니스, 볼링 등 다양한 운동 동호회 사람들이 나오는데 가만 보니 대부분 중독자들이었다. 얼마나 건강한 중독인가? 누구에게도 피해도 주지 않고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중독. 중독은 중독으로 치료하라는 말이 있다. 술이든 어디든 빠진다는 말은, 달리 말하면 어딘가에 빠질 에너지가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에너지의 방향이다. 나에게 도움이 되느냐, 혹은 문제를 일으키느냐에 따라 문제 있는 중독이 될 수도 있고 건강한 중독이 될 수도 있다.'

(52쪽)

온라인 개학과 재택근무로 우리에겐 대안이 필요합니다. 이제껏 살던 방식으로 살 수 없어요. 어쩜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진짜 과제일지 몰라요. 불안의 시기에 중독이 아닌 다른 활동으로 나 자신을 지키는 것. 

'현실과 이상과의 거리가 좁은 사람, 이 두 가지 거리를 좁히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다.'

(79쪽)

문화센터 휴관으로 탁구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게 중요하지요. 심심하다고 무언가 즉각적인 보상을 주는 일에 빠지지는 않으려고요. 답은 책제목에 있습니다. '그냥 살자'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냥 살자.'

오늘도 책에서 만난 스승님의 말씀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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