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에 있어 고수와 하수를 나누는 제 나름의 기준이 있습니다. 한 가지 매력을 보고 사랑에 빠지면 고수, 꼼꼼히 하나하나 따져보고 다 좋은 데 딱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어 사람을 못 만나면 하수입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매력에 빠져봤어요. 그 덕분에 20대의 인생이 풍성해졌지요. 사람에게는 다양한 매력이 있습니다.

20대에는 사람을 볼 때마다 설렜는데요, 나이 50줄이 되니 책을 볼 때마다 설렙니다. 왜 그렇게 많이 읽냐고 묻는 이도 있는데요. 다 읽고 싶으니까요. 만나고 싶은 사람을 다 만날 수는 없어요. 대신 읽고 싶은 책은 다 읽고 살고 싶습니다. 연애는 때로는 상처가 되지만, 독서가 상처가 되는 경우는 참 드뭅니다. 이만큼 안전하고 풍성한 취미도 없어요. 

예스24에서 만드는 잡지 <채널예스>를 즐겨 읽습니다. 좋은 책을 소개받는 잡지인데요. 책소개에 있어 듀오라고 보면 됩니다. 이제껏 여기 지면을 통해 참 많은 책을 만났고 만족스러웠어요. 심지어 소개비도 안 받는! 네, 무료잡지가 이정도 퀄리티라면, 이건 귀한 선물인거죠. 

http://ch.yes24.com/Article/View/40254

 

날자, 날자꾸나 | YES24 문화웹진 채널예스

남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우연히 만난 흰부리와 통키는 소소한 시간을 공유하기 시작한다. 나란히 앉아있는 것만으로, 서로 부리를 맞대고 있는 것만으로도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이 두 마리 닭을 통해 배웠다. (2019. 11. 06)

ch.yes24.com

<조영주의 적당히 산다> 코너를 읽다가 <묘생만경>이라는 이야기에 꽂혔어요. 음, 재밌겠는데? 결말이 어떻게 된 걸까? 그러다 <묘생만경>이 실린 작품집을 찾아 읽었습니다.

<마음의 지배자> (김현중 작품집 / 온우주)

책을 읽고 나서 다시 겸손해졌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재미난 소설을 쓰는 작가가 있었는데, 나는 이름도 모르고 있었네? 채널 예스가 아니었으면 존재도 몰랐겠네? 8편의 단편, 하나하나가 다 기가 막히게 재밌었어요. 저자 소개를 보니 '예상치 못한 곳에서 덜미를 잡혀 끝까지 푹 빠져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 작가의 목표라는데요. 완전 성공하셨습니다. 실은 제가 요즘 책상에 읽을 책이 쌓여 있어, <묘생만경> 한 편만 일단 읽어보려 했거든요. 그런데 너무 재미있어, 다른 책들은 다 미뤄두고 이 책만 읽었어요. 곶감 빼먹듯 하루 한 편씩 아껴 읽었어요.

놀라운 건, 이 새로운 작가가 SF의 형식을 가져와 이야기를 만든다는 겁니다. 책의 표제작인 <마음의 지배자>를 보면 초능력을 쓰는 아이가 나오는데요. 때로는 투시력을 발휘하기도 하고, 염동력을 쓰기도 합니다. 이 아이가 초능력을 얻게 된 계기는 급훈입니다. 

'마음을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하는 자보다 더 위대하다.'

교실 앞 칠판 위에 걸린 급훈을 보며 마음으로 사물을 움직이는 법을 익혀갑니다.

'시골에서 살면서 초능력을 갖게 된 아이의 이야기는 내가 좋아하는 테마인데, 아마 내가 어린 시절에 이런 황당한 바람을 갖고 살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소설을 쓰면서 나 자신에 대해 더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내가 학교생활에 애로를 느꼈던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된 것 같다. (...)

이 이야기의 진짜 테마는 이것이다. 정말 특별한 존재가 나타났을 때, 우리는 과연 그를 지켜줄 수 있을까?'

어려서 초능력자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요. 스무살이 넘어 포기했어요. 쉽지 않겠더라고요. 대신 <시간을 지배한 사나이, 류비셰프>를 읽고, 시간을 정복하는 걸로 꿈을 바꿨어요. 시간을 정복하는 방법 중 하나는 책 읽는 습관을 기르는 일이더군요. 책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내가 원하는 일 (=독서)를 할 수 있어요. 자투리 시간을 정복하는 최고의 방법이 바로 독서였죠. 독서를 통해 간접 체험의 양을 늘려, 직접 체험을 통해 겪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 그게 삶의 목표가 되어버렸어요.

책에는 <그의 지구 정복은 어떻게 시작됐나>라는 어느 외계인의 지구 침공기가 나옵니다. 정말 유쾌하면서도 재미난 작품인데요.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것을 쓰게 된 데에는 계기가 있다. 단편을 시작하기 얼마 전에 누군가에게서 잡지 <판타스틱> 창간호부터 3호까지를 선물로 받았었는데, 3호에 실린 배명훈 님의 <우주로 날아간 마도로스>를 읽고 큰 충격을 받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재미난 SF 단편이 쓰일 수 있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 이상한 충격이지만-당연히 우리나라에서도 재미있는 SF 단편이 쓰일 수 있고 쓰여야 하는 것 아닌가?- 아무튼 그때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소설을 읽고 그동안 생각해보지 않았던 어떤 가능성에 눈을 뜨게 된 것 같다.'

(127쪽)

 

저 역시 그래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새로운 재미의 가능성에 눈을 떴어요. 연극 동아리하는 후배를 만나면 연극의 재미에 맛을 들이고, 예술영화를 좋아하는 후배를 만나면 시네마테크 나들이에 재미를 들이지요. 책도 그래요. 책을 통해 삶의 다양한 가능성을 맛봅니다.    

오랜만에 목차 옆에 점수를 매겨봅니다. 예전에 스티븐 킹의 단편선을 읽을 때 자주 했던 일이에요. 그런 후, 시간이 지나 다시 읽을 때는 점수가 높은 단편부터 또 읽어요.

묘생만경猫生晩景 007 
마음의 지배자 159 2
그의 지구 정복은 어떻게 시작됐나 193
우리는 더 영리해지고 있는가 129
물구나무서기 165
피노키오 215
부안 왕손이 239 1
뱀과 소녀 283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세 편을 순서대로 소개합니다. 

1. 부안 왕손이 2. 마음의 지배자 3.묘생만경

 

(책을 읽으신 분은 이 글에 댓글로 본인의 순위를 남겨주세요~^^ 여러분의 순위와 비교해보고 싶네요.)

언제까지나 책 소개글을 읽을 때마다 설레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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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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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섭섭이짱 2020.04.16 06: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피디님이 이리 적극적으로 책 권하는거 즹말 오랫만인데요. 순위까지 말해주시니 더 읽어보고 싶네요

    근데, 피디님의 듀오매니저(?) 가 되신 조영주 작가님 궁금해서 찾다가..... 아하~~~~~
    낯익은 이름이다 했더니만 덕후 책 쓰신 그분이네요. 이분에 대한 글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나는데 요런 칼럼도 쓰셨군요.
    찾아보니 지금도 책 소개를 꾸준히 하고 계시네요
    ( https://m.blog.naver.com/cameraian_2 )

    이번 댓글 미션... 독서를 더 재밌게 해주는 굿아이디어 같아요.
    바로 동참하기 위해 롸잇나우 구매고고했습니다요.
    어떤 내용일지 벌써부터 설레네요
    책 오는대로 읽고 댓글 남길께요.
    미션 스따뚜 📚📖📝

  2. 아프리칸바이올렛 2020.04.16 07: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은 연예 고수였다는?! 아마도 ㅋㅋ
    어릴 때 한 번쯤 다
    마법사가 되어보고 싶은 꿈이 해리포터시리즈를
    전세계적인 히트가 되게하지않았을까 싶어요
    요즘 제게 초능력이 있다면
    집안 일 순삭하고 소개해준 책들 다 보고싶네요
    피디님이 진짜 재밌다는 책이면
    바로구매의 결정타죠
    빨리 읽고 댓글 남길께요


  3. 오달자 2020.04.16 08: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상처를 안가지 않는 영원한 연애상대.
    그 이름하야 너는 바로 "책"

    매일 아침 선물처럼 열어보는 피디님의 1일 1 포스팅이야말로 제게 있어서 그 어느 연애 상대보다도 재미있고 흥미롭습니다.^^
    무료로 부는 매거진~~
    저도 구독해야겠는걸요~^^

    피디님께서 추천해주시는 책들 읽고 얼른 순위매김 해봐야겠습니다^^

  4. 아솔 2020.04.16 08: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단편소설은 잘 안읽혀서 손이 안갔었는데, 피디님이 이렇게 강력추천 하시니 궁금해지네요. 어제는 하루종일 피디님 신간을 읽고 서평 쓰면서 휴일을 보냈습니다. 피디님의 다음 작품이 어떤 내용일까 더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었어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5. 꿈트리숲 2020.04.16 09: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채널 예스, 책소개의 듀오
    저도 매달 듀오 소개로 여러 책과 선을 보지요.
    때로는 책뿐만 아니라 사람도 소개해주던걸요?
    이번달에는 피디님이 뙇!!!
    ㅋㅋㅋㅎㅎㅎ
    채널 예스 보는 맛이 납니다.

    채널 예스는 재미진 책도, 좋은 사람도 어떻게
    발굴하는지 참 궁금타 싶은데, 그 영업비밀까지
    알려고 하면 너무 큰 욕심일까요?

    그저 매달 맞선 주선해주는 것에 감사하며
    넙죽넙죽 만나기만 하면 되는거겠죠?
    책소개의 또다른 듀오, 공짜로즐기는세상!에서
    강추하는 책 저도 읽어보고 순위 매겨보겠습니다.^^

  6. 헤이쭌 2020.04.16 09: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도 출check! :-)

    목요일 이네요~항상 정성스러운 글 감사 합니다~

  7. GOODPOST 2020.04.16 09: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이가 들면서 설레는 마음이 사라짐에 무서움을 느낍니다.
    그런데 50대에 책을 볼때마다 설레는 pd님!
    요즘 저는 소개해주신 책을 읽으며
    제가 몰랐던 세계를 이제야 조금씩 지적 깨닫음을 느끼며 설레고 있습니다.
    마음의 지배자,,, 이책도 제목부터가 설레게 하네요..
    아직은 초보단계라,,,pd님처럼 책을 볼때마다 설레지는 않지만
    저도 하루를 설레는 마음으로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8. 아리아리짱 2020.04.16 10: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PD님 아리아리!

    우와~!
    늘 우리에게 신선한 소개팅을 주선해 주시는
    능력자 피디님 이십니다.
    요 도서님도 잘 만나보겠습니다요! ^^

  9. 새벽부터 횡설수설 2020.04.16 11: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PD님 책 소개 감사합니다!

    제가 듣기로 김민식PD님이 고전을 많이 탐독했다고 하셨는데
    PD님이 읽으신 책 중에 가장 삶에 큰 영향을 끼쳤던 또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던 책이 무엇이었는지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제가 고전을 아직 읽어보지 않았는데 PD님의 소명이 담긴 책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10. 새벽부터 횡설수설 2020.04.16 11: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PD님 책 소개 감사합니다!

    제가 듣기로 김민식PD님이 고전을 많이 탐독했다고 하셨는데
    PD님이 읽으신 책 중에 가장 삶에 큰 영향을 끼쳤던 또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던 책이 무엇이었는지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제가 고전을 아직 읽어보지 않았는데 PD님의 소명이 담긴 책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11. 조영주 2020.04.16 13: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으아닛...... 가 감사합니다 이 칼럼은 "어떤, 작가"로 묶여서 나와씀돠. 칼럼외에도 다양한 책과 여행 이야기가 그득그득하오니 구매해주시면.......ㅎㄷㄷ 도망치자.

  12. 아빠관장님 2020.04.16 15: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

    요즘 소설에 푹빠져 사는데, 좋은 이야기책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찜 해 두었습니다!^^

  13. Professor5 2020.04.16 18: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보고 갑니다 유익한 정보 감사합니다 ^^

  14. 민둘레 2020.04.17 00: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읽고 순위 매기고 싶게 만드시네요

  15. 나겸맘 리하 2020.04.17 07: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읽을 책은 쌓여 있으나
    피디님께 영업당해서 이 책이 급 읽고 싶어졌어요.^^
    조만간 순위를 매겨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