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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영시를 읽는 시간

by 김민식pd 2020. 4. 23.

오늘은 우리 함께 영시를 소리내어 읽어볼까요? 인생을 사는 즐거움 중 하나는,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시도해보고 나랑 맞는지 어떤지 살펴보는 일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오늘 소개할 책은 교양영어와 영어 교수법을 가르치는 조이스 박 님의 저서입니다.

<내가 사랑한 시옷들> (조이스 박 / 포르체)

인터넷과 미디어의 발달로 말과 글이 넘치는 세상에서 저자는 '시'를 읽습니다. 최소한의 언어로 최대한의 심상과 의미를 전하는 시가 어떤 해답처럼 느껴진다고요.  영문학자인 저자가 엄선한 30편의 시가 책에 실려있어요. 그중 한 편을 소개합니다. 

 

The Bluebird                            -Charles Bukowski 

 

there’s a bluebird in my heart that
wants to get out
but I’m too tough for him,
I say, stay in there, I’m not going
to let anybody see
you.

there’s a bluebird in my heart that
wants to get out
but I pour whiskey on him and inhale
cigarette smoke
and the whores and the bartenders
and the grocery clerks
never know that
he’s
in there.

there’s a bluebird in my heart that
wants to get out
but I’m too tough for him,
I say,
stay down, do you want to mess
me up?
you want to screw up the
works?
you want to blow my book sales in
Europe?

there’s a bluebird in my heart that
wants to get out
but I’m too clever, I only let him out
at night sometimes
when everybody’s asleep.
I say, I know that you’re there,
so don’t be
sad.
then I put him back,
but he’s singing a little
in there, I haven’t quite let him
die
and we sleep together like
that
with our
secret pact
and it’s nice enough to
make a man
weep, but I don’t
weep, do
you?

파랑새    - 찰스 부코스키

 

내 심장 속에는

나오고 싶어 하는 파랑새가 한 마리 있어

하지만 난 그러기엔 강한 남자라

그렇게 말하지,

거기 있어, 아무도 너를 못 보게 할 거야.

(...)

내 심장 속에는

나오고 싶어 하는 파랑새가 한 마리 있어

하지만 난 그러기엔 강한 남자라

그렇게 말하지,

가만히 있어 나를 엉망으로 만들고 싶어?

내가 하는 일들을

망칠래?

유럽에서의 책 판매를 다 날려버리고 싶어?

(...)

남자가 울기도 하는 건 아무렴 

좋은 일이지

하지만 난 안 울어

당신은 

울어?

(123쪽)

 

너무 애쓰며 살지 말라는 그의 묘비명으로 유명한 시인입니다. 'Don't try' 우편배달부, 피클 공장 노동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시인이 된 찰스 부코스키의 삶은 들은 적이 있어요. 힘든 삶을 살다 술과 친구가 되었고, 유명 시인이 된 후에도 술을 끊지 못했지요. 평소 에세이를 통해 부코스키의 말과 글을 접했지만, 그가 쓴 시는 처음입니다. 부코스키의 시는 마초적인데요. 마초는 약한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지요. 서부 영화를 보면, 마초는 센 척하다 죽습니다. '남자답다'는 말의 독에 빠지면 인생 괴로워지지요. 

 

'강함은 연약함을 모두 숨김으로써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한 강인함은 자신의 연약함을 가감 없이 드러내도 무너지지 않는 것이다.

파랑새가 괜히 심장 안에 사는 게 아니다. 시의 화자는 술을 마시고 담배를 태우면서 남성적인 이미지 속에 파랑새를 가둔다. 그러나 위태롭다. 보기에 시커멓고 덩치 큰 남자는 그렇게 위스키를 들이부으며 하루하루 자신을 죽여 간다. 이것은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지 못하는 남자의 비극이다.'

(126쪽)

시를 읽는 일이 쉽지는 않은데요, 영문으로 읽는 건 더 어렵습니다. 에세이처럼 술술 읽히지도 않고 소설처럼 재미난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이럴 때 우리에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친절한 가이드의 손을 잡고 그가 엄선한 명소만 골라 골목길 투어를 다니는 기분입니다. 영문학을 전공한 저자가 평생 공부하며 가르치며 만난 시들 중에서 고르고 고른 시들이 나옵니다. 저자가 번역한 시와 해설을 읽은 후, '영시로 배우는 영어' 코너를 통해 회화 공부도 할 수 있어요.

책장에 꽂아두고 여유가 있을 때마다 한 수 한 수, 와인 음미하듯 읽고 싶은 책입니다.

Day 1부터 30까지 한 달 간의 영시 수업을 듣는 기분으로, 책을 펼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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