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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365일 교양수업

by 김민식pd 2020. 3. 3.

똑똑한 친구를 만나 고시랑 고시랑 수다를 떨다보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대화를 나눌 때 발전이 전혀 없는 사람도 있고 매번 새로운 주제, 새로운 화제로 대화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를 친구로 삼고 싶어요? 더 나은 친구를 찾는 것도 좋지만, 내가 더 좋은 친구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요. 그걸 도와줄 책 한 권이 있습니다.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수업 365> (데이비드 S. 키더, 노아 D. 오펜하임 지음 / 허성심 옮김 / 위즈덤하우스)   
   
어쩌다 실수를 했는데, 상대방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며 “너도 함무라비 법전 알지? 법대로 똑같이 갚아주마.” 이렇게 나올 때, 어떻게 해야할까요?  
“함무라비, 고대 바빌로니아의 국왕, 4천년 전 사람. 근데 그거 알아? 함무라비 법에 따르면 시민끼리 분쟁이 발생하면 피고소인에게 강에 뛰어들도록 했대. 유죄이면 물에 빠져 죽을 것이고, 무죄이면 무사히 빠져나온다는 거지. 그리고 피고소인이 무사히 나오면 고소인은 무고죄로 사형에 처해졌다고. 그런데 함무라비 법대로 하자고?”

함무라비 법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갚으라는 복수의 정신이 아니에요. 수천 년 전에는 법이 없었어요. 그냥 절대 권력을 가진 통치자가 자기 기분에 따라 통치하던 시대였는데,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법이 생긴 거지요. 만인에게 적용가능한 보편타당한 법, 당시로서는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개념이었는데요. 함무라비 법의 의미는 딱 거기까지입니다. 그 내용을 현대에 적용하려 들면 안 됩니다. 

말싸움할 때 써먹기 정말 좋은 책입니다. 책은 안 읽는 것보다는 읽는 게 득입니다. 바빠서 책 한 권 읽기 힘들 때는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수업 365>, 이 책을 하루 한 쪽씩 읽는 것도 방법입니다. 365개의 이야기 중에는 문학, 음악, 미술을 하는 예술가의 삶도 있습니다. 

안톤 체홉, 흔히 단편소설의 대가로 알려져 있는데, 극작가로서도 업적이 많더군요. 의사가 되기 위해 의학을 공부하는 와중에도 부모님을 부양하기 위해 희극을 써서 생활비를 벌었답니다. 그의 희곡 <갈매기>라는 작품이 초연을 했을 때, 대실패했대요. 야유를 보내는 관객을 피해 극장에서 달아나야 했던 체홉은 그 트라우마로 극작가라는 직업을 아예 포기할 뻔했는데요. 다시 올린 공연이 호평을 받으며 재기할 수 있었대요. 역시 한번 실패한다고 접지는 말아야 하나봐요. 좌절과 실패는 인생에서 끊임없이 찾아오는 손님이거든요.

‘베토벤은 성인이 되고 나서 췌장염과 간경변증 같은 고통스러운 내과 질환에 시달렸다. 1800년 무렵에는 작곡가로서 가장 끔찍한 일을 마주해야만 했다. 청력을 읽은 것이다. 그러나 절망하지 않고 두 배로 열심히 작곡에 매달렸고, 더는 고객들의 변덕 때문에 불타오르는 창작 욕구를 억누르지 않았다. 한 편지에서 베토벤은 “내 가슴 속에 담긴 것은 표출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적는다.”라고 썼다.’ 

(183쪽)

문학, 음악, 다음엔 미술로 가보죠. 드립 페인팅으로 알려진 잭슨 폴락이라는 화가가 있지요. 물감을 거대한 캔버스에 끼얹고 흩뿌리고 흘러내리게 하는 이른바 액션 페인팅. 잭슨 폴락은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극도의 가난 속에 생활고에 시달렸대요. 그러다 1937년에는 알코올 중독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데요. 이때 담당 의사에게 융 심리학을 접했대요. 이후 꿈의 상징과 무의식에 집착하게 되고 그 결과 액션 페인팅이라는 새로운 창작 기법을 만들게 된 거지요.

성공은 꾸준한 실패 이후에 찾아옵니다. 책에서 위인들이나 예술가들이 겪은 좌절과 고난을 보고, ‘똑똑하고 훌륭한 사람이라고 실패하지 않는 건 아니구나. 오히려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도전한 것이 그들을 위대하게 만들었구나.’하고 깨달았어요.
 
알파벳부터 팝아트까지, 기원전부터 20세기까지, 인류 역사를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 7명이 엄선하고 감수해 기록했습니다. 핵심만 콕콕 짚어주는 새로운 지식은 우리의 뇌를 깨어나게 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며 지적 성장을 도와줍니다.  책 한 권 읽지 않아도 사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 시대의 교양 독서는 지적 사치를 증명하는 길입니다. 귀납법, 마하바라타, 산상수훈, 전자기파 스펙트럼 등 생소한 개념을 하루 하나씩 배우며 지적 사치와 허영을 채웁니다. 책벌레로서 이보다 더 럭셔리한 삶도 없습니다.

https://youtu.be/-eV_6ORJh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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