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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깊고도 넓은 정세랑 월드

by 김민식pd 2020. 2. 14.

정세랑 작가님의 오랜 팬인 저의 덕력을 시험하는 잣대가 나왔습니다. 

<작가 덕질 아카이빙 [글리프] 1 정세랑 [월드]>

'저희는 동시대의 소중한 작가 한명 한명에 주목하여 관심과 찬사를 보내고자 합니다. 비평이라는 그럴싸한 단어가 아니라, '덕질'과 '아카이빙'이라는 단어로 말입니다. (...)

좋아하는 것을 말할 때의 설레는 목소리가 일상에서 자주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들은 쓰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쓰고, 흩어진 독자들은 연결되어 있는 마음으로 외롭지 않은 독서를 하길 바랍니다. 그럼 이제 좋아하는 것들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먼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작가 덕질 아카이빙 잡지, [글리프]입니다.'

(서문 중에서)

 

아, 좋네요. 이런 시도. 좋아하는 것을 말할 때의 설레는 목소리, 저도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 물어봅니다. "요즘 뭐가 좋아요?" 유튜브 채널 <꼬꼬독>이나 블로그를 할 때 저의 기준은 단순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책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래야 설레고 즐겁거든요. 저의 덕질의 즐거움이 여러분에게 가 닿기를 소망합니다. 덕질 아카이빙 잡지의 1호 작가가 정세랑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의 첫 번째 덕질은 당연하게도 정세랑을 향했다. 정세랑은 현재 한국문학에서 가장 반짝이는 존재이기도 하고, 최근 몇 년 사이 감지된 한국문학의 유의미한 변화를 가장 잘 드러내는 작가이기도 하다.'

(9쪽)

아카이빙이다보니 저자의 책 뿐만 아니라 곳곳에 흩어져있는 온라인 인터뷰에서 작가의 목소리를 찾아냅니다. 정세랑 작가는 일찍이 인터뷰에서 '오타쿠들의 여왕'이 되고 싶다고 했다는데요. 그럼, 성공하신 겁니다. 저는 꿈이 '성덕'입니다. 성공한 덕후. 덕질이 직업이 되길 소망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정세랑 작가님의 <피프티 피플>, 이렇게 소개하는군요.

'<피프티 피플>에서 51명의 사람들의 일상의 파편들이 듬성듬성 엮어지다 맨 마지막 모두가 모인 공간에서 밝혀지는 진실처럼, 이들은 서로 각자의 위치를 지키고, 다른 이들을 도와서 모두가 무사해진다. 자기만 살겠다고 도망쳐버리지 않는 것, 모두가 함께 무사한 안전은 그렇게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정세랑이 꿈꾸는 기적은 어디선가 특별하고 운이 좋은 한 개인이 영웅으로 등장해서 펼치지 않는다. 작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적어도 세 명 이상 모여서 만들어 내는, 맥락이 숨은 기적이다.

일상의 우리가 서로를 구하기 위해서는 영웅의 숙명이나 고뇌 같은 비장미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음을, 그래서 내가 누군가를 구할 수도 있음을 알고 있는 것, 내가 아는 방향으로 옳게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39쪽)

 

아, 이렇게 멋진 언어로 정세랑 작가의 세계를 소개할 수도 있군요. 읽으면서 내내 공감하는 한편, 감탄했어요. 저는 독서의 제1미덕은 재미라고 믿습니다. 재미가 없으면 지속가능하지 않아요. 무엇보다 요즘은 재미난 것들이 너무 많아, 책이 재미있지 않으면 금세 독자를 잃는다고 생각해요. 정세랑 작가는 어느 팟캐스트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제가 자주 듣는 비판 중 하나가 강력한 메시지가 없다는 거거든요. 근데 저는 강력한 메시지를 주려고 작품을 쓰는 게 아니라, 즐거운 쾌감을 위해 쓰거든요."

(189쪽)

정세랑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이 봐도 좋구요,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 공부삼아 봐도 좋구요, 혹은 덕질의 자세에 대해 한 수 배우고 싶은 이가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정세랑 월드> 입덕의 최고 가이드입니다. 

책 뒤표지에서 정세랑 작가를 소개하는 글로 마무리하고 싶어요. 저도 배우고 싶은 자세거든요.

'정세랑

오래된 이야기를 사랑해서 세계문학전집을 출판사별로 모으는 아이였다. 읽기만 했던 것은 아니고 TV만화, 게임, 만화책, 영화도 좋아했다. 이야기를 집어 삼키는 애벌레처럼 무럭무럭 자랐다. 그때 모아 둔 이야기의 조각들은 후에 큰 자산이 되어 작가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었다. (...)

좋은 이야기는 어려운 선택을 하는 이들의 편에 서는 이야기라고 믿는다. 오래오래 그런 이야기를 쓸 예정이다. 모두에게 친근하고 젊은 사람들의 편을 들어주는 할머니 작가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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