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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청년수당 제도를 지지합니다.

by 김민식pd 2020. 2. 6.

영화 <미안해요, 리키>를 보고 <소득의 미래>를 읽었습니다. 경제에 대한 공부가 필요해요.

어렸을 때, 배운 걸 다시 기억에 떠올려봅시다. 자본주의 3대 생산요소는 토지, 자본, 노동입니다. 토지에는 땅값과 임대료를, 자본에는 이자와 투자 수익을, 노동에는 임금을 지급하며 생산 체제 안으로 불러들이지요. 새로운 생산요소로 '지식'이 언급되기 시작한 게 20세기 말입니다. 앨빈 토플러는 농업혁명(토지가 중요했지요.), 산업혁명 (자본과 노동의 시대),에 이어 '정보화 혁명'이 온다고 했어요. 지식과 정보가 자본주의의 기반이 된다고 예측했지요. 앨빈 토플러를 읽은 게 20대인데요. 당시 서울에 처음 올라온 시골 촌놈이라, 제게는 토지와 자본이 없었어요. 그렇다고 노동만 제공하고 평생 살 수는 없으니, 지식 자본을 얻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영어를 공부하고 책을 읽고 지식을 얻었습니다. 

지식이 곧 자본주의의 토대가 된다는 토플러의 예언이 사실이 되었어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요즘 잘 나가는 기업들은 모두 지식 독점 기업입니다. 앞으로는 지식을 생산하는 방식이 변합니다. 인터넷과 인공지능의 시대에는 데이터가 생산요소입니다. 그런데 이 데이터를 누가 만드나요? 노동자도 자본가도 아닌, 사용자가 만듭니다. 

'구글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고용 규모는 전통적 대기업과 비교해 엄청나게 작다. 사람이 필요 없어서가 아니다. 사용자들이 나서서 데이터를 생산하는 일을 해주기 때문이다. (...) 소비는 단순히 소비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를 생산하는 일이 됐다. 노동시장에서 고용되어 제공하던 임금노동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사용자의 노동으로 전환되고 있다.

문제는 보상이다. 투자자는 주가 차익과 배당금을 받는다. 임금 노동자는 임금을 받는다. 생산에 기여한 몫을 인정받아서다. 그러나 사용자는 데이터의 가치가 플랫폼을 거쳐 현실의 이익으로 전환되어도, 전혀 보상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데이터는 사용자의 노동의 결과이므로 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337쪽)

<소득의 미래>에서 저자는 데이터에서 만들어지는 부는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페이스북, 구글, 카카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데이터를 생산합니다. 서로를 연결하고, 서비스를 사용하고, 놀면서 데이터를 생산하죠. (제게는 블로그 글쓰기가 놀이이자 공부이지만, 이것 또한 데이터 생산 노동이지요.^^) 이렇게 만들어진 데이터가 기업에 부를 가져다 준다면, 그것을 나누는 방법도 있어야지요. 기본소득의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 사용자들이 공짜로 제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막대한 돈을 벌고 있는 기업들이 내야하는 거죠. 데이터에 세금을 물리고, 그렇게 마련된 재원으로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것, 좋은 아이디어 아닌가요? 

기술혁신이 빨라지고 산업구조가 변화하면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습니다. 물론 새로운 일자리도 생기지만, 제조업 공장 용접공이 일자리를 잃은 다음날 바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이직할 수는 없어요. 탐색하고 학습할 여유가 있어야지요. 1990년대 첫 직장을 다니다 영업사원을 그만 둔 제게는 그런 여유가 있었어요. 도서관을 다니고, 대학원에 진학하고, 다시 방송사에 취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었지요. 그런데 그건 취업이 쉽던 90년대 이야기고요. 이제는 직업을 바꿔 직장을 옮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결혼을 하고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 경우에는 더 그래요. 저는 미혼이었으니까, 퇴사하고 혼자 공부할 여유가 있었어요. (짠돌이라 생활비가 거의 안 들었던 것도 중요한 요소... ^^) 20대라는 진로를 찾는 시기에 기본소득이 있다면 꿈을 찾아 나서는 여정이 더 쉬워질 겁니다. 

 

'일이란 생계를 위해서 고역을 치르는 과정일 뿐이라는 생각을 조금씩 거둬들이고, 일 자체에서 기쁨을 얻고 일을 놀이로 만들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일하는 과정에서 배우고, 배우는 과정에서 일이 이뤄지도록 시간을 설계해야 한다. 개인들이 이런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사회가 배울 기회, 놀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야 하며, 개인들 스스로도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377쪽)

<소득의 미래>란 곧, '소득이 불확실해지는 미래'고요. 가장 확실한 기본소득을 온 국민에게 챙겨줌으로써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온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나눠줄 수 없다면, 적어도 20대 청년에게는 기본소득이 주어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학교를 떠나 세상으로 나아가는 단계, 자립과 독립으로 가는 중간 단계에 놓인 이들이 진로와 적성을 탐색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본소득을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수중에 있는 돈은 자유의 도구지만, 기를 써서 벌어야 하는 돈은 노예를 만드는 도구다."

- 장 자크 루소

어쩌면 진정한 인류 해방은 기본소득제의 도입이 아닐까 싶습니다. 해방을 위해 노력하는 이도 있지만, 모든 혁명에는 반동이 따르지요. 청년수당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저것이 우리 시대의 반동이로구나, 생각합니다.

20대를 위한 기본소득 '청년수당' 제도를 지지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세상이 필요로 하는 진정한 혁명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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