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마다 민서와 가는 곳이 있습니다. 7호선 뚝섬유원지 역 옆 한강시민공원입니다. 여름에는 수영장이 개장하고 겨울이면 썰매장이 들어섭니다. 매년 겨울, 이곳에서 썰매를 타는 게 우리의 겨울 놀이입니다. 썰매를 탈 때, 가방을 메고 가기 불편해서 맨 몸으로 가는데요. 이럴 때, 불안해집니다. 저는 활자중독이라 손에 책이 없으면 불안하거든요. 이럴 때는 <좋은 생각>이나 <샘터>처럼 파카 주머니에 들어가는 작은 잡지를 챙깁니다. 눈썰매를 타다 시간이 지나면 혼자 휴게실에 앉아 잡지를 꺼내 읽습니다. 민서는 올해 중학교에 들어갑니다. 이제 조금씩 아이 혼자만의 시간을 내어줍니다. 모든 순간을 함께 하는 것보다 때로는 각자 즐거운 시간을 보낼 필요도 있거든요.

오늘의 외부 인사 초청 강연, <좋은 생각> 2020년 1월호에 실린 글을 소개합니다.

<나를 대하는 자세> (홍성남 / 가톨릭 영성 심리 상담소 소장)

한 주부가 상담실을 찾았다. "신부님, 남편과 자식 때문에 마음이 불편합니다. 어떻게 해야 남편과 자식을 제대로 살게 할까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물었다.
"남편이 직장에서 승진할 생각을 안 합니다. 아이도 아빠를 닮아 공부에 뜻이 없는 것 같습니다. 공부하라고 하면 '나 때문에 등수 내려간 애들이 상처받아.'하면서 여유롭기만 합니다. 어떻게 하면 두 남자를 바꿀 수 있을까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 마음은 알 듯하지만 저는 못합니다." "왜요." "물건을 고치려면 물건을 가져와야 하는데 주인만 왔으니 못 고치지요." "그래도 방법을 알려주세요."
나는 대신 마음이 편해지는 법 몇 가지를 일러 주었다.
"우선 남편과 자식은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사람은 불행해야 자신의 삶을 바꾸려 하는데 지금 남편과 자식은 행복하니까요. 바꿔야 할 사람은 본인입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간단합니다. 보지 않고 살면 됩니다. 사람의 감정은 보는 대상에 의해 생깁니다. 싫은 사람을 보면 미운 마음이 들고, 좋은 사람을 보면 호감이 생기기 마련이죠."
"가족끼리 어떻게 안 보고 살 수 있습니까?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기대를 낮추세요. 상대방이 내 기대에 못 미칠 때 불만과 불편한 감정이 생깁니다. 그러니 기대를 하지 마세요. 기대가 높을수록 분노가 커집니다."

(16쪽)

물건을 고치려면 물건을 가져와야 한다는 말씀을 새깁니다. 수리를 받고 싶은데, 정작 물건은 두고 갔다면, 수리가 필요한 건 주인인지도 몰라요. 남을 고치는 건 쉽지 않습니다. 마음이 불편하다면, 그 불편한 마음을 들여다봐야지요. 

 

 

이번 달 <좋은 생각> 잡지에서 좋았던 <수염 요정>이라는 글은 작가의 브런치에도 올라와 있네요. 링크를 겁니다.

올 한 해, 우리도 힘들 때는 요정을 만날 수 있기를!

<수염 요정>

https://brunch.co.kr/@relaxed/46#comment

리스본에서 만난 요정은 수염이 있었다

중년의 장발이었다 | 2010년 2월 24일 새벽 5시, 스물일곱의 나는 저승사자처럼 시커먼 옷과 목도리로 중무장하고 공항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스스한 몰골에 그늘진 얼굴이 여행을 앞둔 사람이라기보다는 도망자 같았다. 실제로 나는 도망치는 중이었다. 부모로부터, 현실로부터, 지긋지긋한 가난으로부터. 첫 직장 퇴사를 결심하고 곧바로 끊어둔 포르투갈 행 비행기 티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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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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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enodobby 2020.01.27 08: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함께 보내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각자의 시간을 즐겁게 보낸다는 PD님 말씀에 공감이 갑니다 :)
    사랑하는 이에게 의지하여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것도 제 성장을 위해 필요하더라구요.

  2. 새벽부터 횡설수설 2020.01.27 09: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아요. 상대에게 기대치를 낮추면 편해지더라고요.

    그리고 중요한 건, 우리가 타인은 바꿀 수 없어요. 바뀌지도 않고요. 타인을 바꿀 수 있다는 건 오히려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는 오만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어느 날, 타인을 계속 바꾸려는 지인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나: 사람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인: 당연하죠!
    나: 그럼 이렇게 질문해볼게요. 본인은 스스로를 바꾸기가 쉽나요?
    지인: 아뇨.
    나: 내가 나 자신을 바꾸기도 쉽지 않은데 다른 사람을 어떻게 바꿀 수 있겠나요?

    그런데 지인은 계속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어요. 이건 매우 큰 착각이고 오만인 것입니다.
    남을 바꾸기보다 나를 바꾸는 게 궁극적으로 우리 삶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모두 김민식PD님의 글과 함께 좋은 한 주 보냅시다!!ㅎㅎ

  3. 새벽부터 횡설수설 2020.01.27 09: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PD님이 링크걸어주신 요정에 관한 브런치글도 너무 좋아요! 읽어보세요 좋네요~

  4. 김주이 2020.01.27 11: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즈음 부쩍 남편에게 잔소리를 많이 한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되네요.^^;;
    지금 나에게 주어진 것들에 항상 감사해야하는데 말이죠.
    좋은 글 감사합니다.

  5. 오달자 2020.01.27 12: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이 바뀌길 원하기보다 내가 바뀌어야한다.
    명절 후 제게 확 와닿는 문구입니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네요.
    올 한 해는 나를 바꾸는 해로 거듭나기를~~~

  6. 청담목도리 2020.01.27 13: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물건을 고치려면 물건을 가지고온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구독 좋아요 누르고가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7. 보리랑 2020.01.27 14: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법륜스님 말씀 듣는 느낌이네요~ㅎㅎ '남의 허물이 보이는 것은 내안에 있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내안에 없는 것은 내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 말을 늘 상기하려 합니다.

  8. Mr. Gru [미스터그루] 2020.01.27 18: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누구에게 부탁을 잘 하지 않는데 얼마 전 부득이하게 한 사람에게 부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친하고 믿는 사람인데다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는데 제가 원하는 물건 찾는 것이 오래 걸린다고 인터넷 찾아서 쓰라는 대답에 실망을 해버렸습니다.
    처음엔 저는 필요할 때 도와줬는데 귀찮다는 이유로 가볍게 넘겨버리니 화가 났지만 그 사람도 바쁘겠거니 생각하고 넘어갑니다.

    다른 사람이 제가 원하는 것을 해줄 것이란 기대를 안 하는 것이 마음 편한 것 같습니다.
    그 사람에게도 거절할 권리가 있으니까요.
    인간관계에서 너무 기대를 하지 않아야 제 마음이 편한 것 같습니다.

    오늘 글을 일찍 봤다면 화를 더 금방 가라앉혔을 텐데 ㅎㅎ
    매일 pd 님의 글을 볼 때마다 해답을 얻는 기분입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9. 미니마우스 2020.01.27 21: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글을 읽으니... 과거의 일들이 잠깐 떠올랐습니다.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정말 궁금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나는 전혀 의도치 않은 상황인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어떤 글도 내의도와는 상관없이 또는 상관있게 해석되고 어떨 때는 오해 되는 것들을 볼 때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참으로 어려울 때가 있어요. 길을 잃지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내가 그런 것처럼 상대방도 꼭 그럴 의도가 없었음을 혹은 있었음을 두가지 다를 바라볼 수 있을 수도 있겠다 조금은 이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어렵지만 마음의 여유를 내어보는 것. 그게 마음이 편해지는 것 피디님이 말씀하시는 것과 비슷한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오늘도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10. 꿈트리숲 2020.01.28 08: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물건은 아무 잘못없는데, 물건을 대하는
    주인의 마음에 욕심과 불안이 덧 씌워져
    나쁘게 보이는 거가 아닐까 싶어요,
    그 시기를 지나와서인지 글 속의 대화 내용을
    읽으며 '나도 한때 저랬었는데...' 하며
    웃었습니다.
    남편을 바꾸고 싶었고, 딸도 어쩜 이리 내가
    원하는대로 안될까 한숨 짓던 때가 있었거든요.
    그때는 제 자신을 보지 못할 때였어요.
    제 눈에 박힌 대못은 못 보고 남의 눈에 묻은
    먼지 같은 티끌만 어찌나 크게 보이던지요.

    저의 눈에 붙은 대못을 뽑고 나니 남편도
    딸도 있는 그대로 너무 사랑스러워요.~~^^

  11. 더치커피좋아! 2020.01.29 07: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염요정의 말..
    '두고 온 것들을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
    오늘을 사는 위로의 말.

  12. 섭섭이짱 2020.02.03 03: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마음속에 되뇌어야 할 말

    "남을 바꾸기전에 나부터"